감동. 좋은 글

담쟁이 (도종환)

마도러스 2011. 6. 1. 16:16

담쟁이 (도종환)


저것은 벽!

어쩔 수 없는 벽이라고 우리가 느낄 때,

그 때

담쟁이는 말없이 그 벽을 오른다.


물 한 방울 없고

씨앗 한 톨 살아 남을 수 없는

저 것은 절망의 벽이라고 말할 때,

담쟁이는 서두르지 않고 앞으로 나아간다.


한 뼘이라도 꼭

여럿이 함께 손을 잡고 올라간다.

푸르게 절망을 다 덮을 때까지

바로 그 절망을 잡고 놓지 않는다.


저 것은 넘을 수 없는 벽이라고

고개를 떨구고 있을 때

담쟁이 잎 하나는 담쟁이 잎 수천 개를 이끌고

결국 그 벽을 넘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