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회輪廻 환생幻生

전생(前生) 업보(業報)로 고단한 인생

마도러스 2013. 11. 29. 15:17


전생(前生) 업보(業報)로 고단한 인생


[차길진의 영혼은 살아있다] Y씨는 정말 운이 없는 사나이였다. 태어나자마자 집에 불이 나는 바람에 양친 부모(父母)가 모두 죽고, 어린 그 사람만 혼자 살아 남았다. 그는 친척집을 전전하며 살았는데, 이상하게 그를 돌봐주는 친척마다 몸이 아파 일찍 죽거나 사정이 생기는 바람에 결국 고아원(孤兒院)에 맡겨졌다. 시설 좋은 고아원도 많은데 하필 그가 간 곳은 악덕 고아원 중 하나였다. 고아원에서는 그를 학교(學校)에도 보내지 않았고, 아이들에게 노동을 시키고 매질도 심하게 했다.


온갖 고생을 다하다 뜻이 맞는 원생끼리 집단 탈출(脫出)해 사회로 나왔다. 하지만, 그에겐 사회도 만만치 않았다. 초등학교도 졸업하지 못한 채 오로지 검정 고시로 고등학교를 끝내는 동안 노동(勞動)이란 노동은 모두 다해 보았다. 그에게 한 가지 재주는 10대 때 우연히 배운 건축(建築) 벽지 도배일이 전부였다. 도배 기술로 전국을 누비며 하루 종일 목이 부러져라 도배지에 풀을 붙여 생계를 이었다. 그리고, 같은 일을 하는 아내를 맞아 살림도 차렸다. 한동안은 정말 행복했다. 식구도 늘었고 보금 자리도 장만했으니, 더 이상의 불행은 없으리라 믿었다.

 

그런데 첫 번째 불행(不幸)이 찾아왔다. 어느 날 도배를 하던 중 천정에서 석면 가루가 떨어져 왼쪽(左側) (Eye)에 들어갔다. 눈이 약간 충혈되고 간지러웠지만 병원 갈 시간도 없었고, 돈이 없었기에 무심코 넘어갔다. 설마 가루 좀 들어갔다고 별일 있겠나 싶었는데 그만 실명(失明)으로 이어졌다.


두 번째 불행은 아기가 없었다는 것이다. 아기를 낳기 위해 온갖 노력을 다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아무래도 주택 현장에서 석면 뜯는 일을 했던 것이 불임(不姙)의 원인인 듯 했다. 2세를 포기하고 부부끼리 의지하고 그런대로 잘 사는 듯 했다.


그런데, 세 번째 불행이 찾아왔다. 그만 아내가 질병(疾病)으로 세상을 떠나고 만 것이다. "아내가 허망하게 떠난 뒤, 제 수중엔 땡전 한 푼도 없었습니다. 아내의 병원비(病院費)로 모아둔 돈마저 모두 날리고 말았죠." 그는 한동안 침묵하더니 "법사님, 지하철 한쪽 벽에 '거센 파도는 일등 항해사를 만든다'는 문구를 보신 적이 있으십니까? 그 말만 보면 정말 울화통이 터집니다. 도대체 저는 얼마나 훌륭한 일등 항해사(航海士)가 되려고, 그렇게 힘들게 살면서 거센 파도만 줄기차게 맞는 건지 모르겠습니다"라고 했다.


그는 자신의 기구한 인생을 쓴 장문의 편지를 전달하며 "희한하게도 죽을 마음은 안 생겼습니다. 요즘 걸핏하면 자살(自殺)하는데, 그럼 저 같은 사람은 벌써 1000번도 넘게 자살했을 겁니다"라고 했다. 그의 구명시식(救命施食) 부탁은 차마 거절할 수 없었다.

 

기구한 Y씨의 업장(業障)은 전생(前生)을 통해서만 설명할 수 있었다. 물론, 아무에게나 전생(前生)을 말해주지는 않는다. 그러나 어둠은 빗자루로 쓸어내는 것이 아니라 불을 밝히면 자연히 달아나듯, 전생(前生)도 필요한 사람은 꼭 알아야 한다. Y씨의 경우가 그랬다.

 

그는 전전생(前前生)에 살수(殺手) 즉 사형수(死刑囚)의 목을 베던 사람이었다. 1905년 참형이 완전히 사라질 때까지 조선(朝鮮)은 사형에 있어 참형(斬刑)을 실시했다. 엄연히 살수(殺手)로서 자신의 직분을 다한 것이 죄(罪)라고는 할 수 없지만, 수많은 이의 목숨을 형장(刑場)의 이슬로 사라지게 한 (業)은 너무도 컸다.

 

그는 또 일제(日帝) 시대에 다시 환생(還生)했지만 사형장(死刑場)의 그늘을 벗어나진 못했다. 이번엔 교도소 사형(死刑) 집행관이었다. 이렇듯 무의식 중에 중대한 업(業)을 지었던 전생(前生)의 비밀을 말해주자 그는 마치 알고 있었다는 듯 "늘 꿈을 꾸면 목을 맨 사람들이 천정에 매달려 있었습니다. 왜 그런 끔찍한 꿈을 꾸었는지 의문이 풀렸습니다"라고 말했다.

 

한동안 Y씨는 바닥에 엎드려 통곡(痛哭)했다. 전생(前生)에 지은 (業)으로 45년 동안 숱한 고난을 겪었던 그는 영적으로 크게 성숙해있었다. "극한 괴로움은 큰 깨달음으로 가는 길입니다. 이제 인생의 일등 항해사(航海士)가 되십시오." 얼마 후 Y씨는 감사의 인사와 함께 수행(修行)을 위해 산(山)으로 들어간다는 짧은 전갈을 남기고 속세(俗世)를 떠났다. [글: 차길진 법사. 2004년 09월 10일 영혼 산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