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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 속도 늦추는 메타 물질 발명

마도러스 2011. 2. 17. 13:48

 

빛 속도 늦추는 메타 물질 발명


빛의 속도를 매우 느리게 만들 수 있는 메타 물질(자연계에 존재하지 않는 특성을 갖는 물질)을 국내 연구진이 발명했다. 굴절률이 높은 이 물질에 빛을 통과시키면 빛 속도가 최대 38배까지 느려진다. 이는 모세 혈관까지 보는 세밀한 광학 시스템이나 입으면 사라지는 투명 망토 기술 등에 다양하게 활용될 수 있을 전망이다. 민범기 KAIST 기계 공학과 교수팀은 자연계에 존재하지 않는 높은 굴절률을 갖는 메타 물질을 이론적으로 검증하고 실험으로 구현하는 데 성공했다고 2011.02.16일 밝혔다.


이 연구 결과는 네이처지 2011.02.17일자에 게재됐으며, 특히 그 주에 발표된 논문 중 우수 연구 결과를 발표하는 `뉴스 앤드 뷰스`에 선정됐다.


굴절률은 서로 다른 매질 경계면을 통과하는 파동이 굴절되는 비율 또는 빛의 속도가 줄어드는 비율을 말한다. 물을 채운 컵에 빨대를 꽂았을 때 빨대가 꺾여 보이는 것도 물과 공기 굴절률이 다르기 때문이다.


민범기 교수팀은 금속과 전류가 흐르는 유전체(부도체나 반도체) 물질을 사용해 인위적으로 가상 원자를 설계했다. 기존 방식으로는 굴절률을 결정하는 두 가지 요소 중 하나인 유전율을 높이면 투자율이 떨어져 큰 굴절률을 얻지 못했으나, 민범기 교수팀은 유전율을 극대화하면서도 반자성을 줄여 세계에서 가장 높은 38.6의 굴절률이 가능하다는 것을 밝혔다.


이 메타 물질은 광학 렌즈와 투명 망토 등 변형 광학 기술을 구현하는 데 활용될 수 있을 전망이다.


민범기 교수는 "현재 현미경은 자연계에 존재하는 렌즈로 만들기 때문에 빛의 파장과 비슷한 크기의 물질 밖에 볼 수 없지만, 이 메타 물질로 렌즈를 만들면 300마이크론(1마이크론=1000분의1㎜)의 전자기파를 활용해 30 마이크론 가량인 미세한 물질을 보는 것도 가능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단위 원자를 천천히 변하게 해 위치마다 물체 굴절률이 달라지게 하면 실제 물체는 존재하지만 눈으로는 보이지 않는 투명 망토 기술도 구현할 수 있다. 또 레이저를 만드는 고밀도 공진기나 초소형 광소자를 만드는 일 등에 활용할 수 있다.


민 교수는 "고굴절률 메타 물질의 작동 원리는 다양하게 적용이 가능하기 때문에 제작 문제만 해결하면 빛 파장 이하의 작은 물체를 구분하는 이미징 시스템 개발에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유전율(誘電率) : 외부 전기장을 반도체나 부도체에 가하면 외부 전기장 반대 방향으로 전기장이 생겨 이 물질 내 전기장 세기가 작아지는 비율이다.


■ 투자율(透磁率) : 자기장 영향을 받아 자성을 띠게 될 때 생기는 자속 밀도와 자기장 진공 중에서 세기의 비율이며, 자기 투과율이다.


■ 반자성(反磁性) : 자기장을 가했을 때 물질이 약하게 반발하는 성질을 말한다. (매일경제 이유진 기자, 입력: 2011.02.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