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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카메라, 공(功) 들이는 이유

마도러스 2010. 9. 16. 15:12

삼성 카메라, 공(功) 들이는 이유


■ 첫째, 디지털 환경의 변화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모든 디지털 정보를 무선으로 공유하는 '멀티미디어 에코 시스템' 구축을 추진하고 있는데, 여기에서 카메라는 빼 놓을 수 없는 아이템이다.


카메라로 찍은 사진이나 동영상을 집안의 TV와 컴퓨터, 휴대폰 등에서 쉽게 볼 수 있으려면 출발점인 카메라 기술을 확보해야 한다. 이 때문에 삼성 최고위층의 관심사 중 하나가 바로 카메라라는 것이 업계 설명이다.


■ 둘째, 삼성전자의 취약점이라고 할 수 있는 콘텐츠 및 소프트 웨어 부문의 열세를 카메라로 만회할 수도 있다. 지금까지의 삼성전자는 아무래도 하드웨어 중심이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애플의 '아이폰'에서 보듯, 이젠 하드웨어의 경쟁력도 응용 소프트 웨어(애플리케이션)와 콘텐츠가 좌우한다.


이중 콘텐츠를 보면, 예전에는 주로 영화나 음악이 주류였었는데 최근에는 개인이 만든 사진이나 동영상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소셜 네트워킹 서비스(SNS)를 통해 하루에도 개인들이 만든 수십억건의 사진이나 동영상이 올려지고 내려 받아진다.


이러한 사진과 동영상이 바로 카메라를 통해 생산되는 점을 간과할 수 없게 된 것이다. 삼성전자가 원하는 소프트 웨어와 콘텐츠 세계로 가는 다리의 역할을 해 줄 것이라는 것이 내부의 기대이다.


■ 셋째, 카메라는 능동적인 제품이라, 소비자 참여를 중시하는 사회 트렌드와 맞다. TV가 아직 전달된 정보를 일방적으로 수용해야 하는 매체라면, 카메라는 소비자자 직접 피사체를 선택한 뒤 자기가 원하는 대로 찍어 편집하고 이를 다른 이들에게 전달하는 자기 표현 수단이다.


■ 넷째, 삼성이란 브랜드의 충성도를 더욱 높일 수가 있다. 카메라는 교환 렌즈 가격 등이 비싸 한번 구매하면 브랜드를 바꿀 수가 없다는 점에서 충성도가 높은 제품이다. 미러리스를 매년 200만대를 팔면 렌즈는 1.4배가 팔리게 된다.


■ 다섯째, 고도화한 광학 기술이 필요한 카메라 사업은 다른 사업으로 확장 가능성도 크다. 특히 광학 기술은 삼성전자에서 가장 이익을 많이 내고 있는 반도체 사업과도 연관성이 높다. 대표적인 것이 노광기이다.


반도체 웨이퍼 위에 감광 물질을 바른 뒤 빛을 쬐어 원하는 형태의 반도체 미세 회로를 구성하는 노광기는 반도체 장비의 핵심이다. 현재 노광기는 대부분 일본이나 독일 제품이다. 프린터의 기본도 광학 기술이다. HP가 프린터 세계 1위라고 하지만 핵심 부품은 일본 광학 회사들이 공급하고 있는 것도 이런 배경이다.


■ 여섯째, 삼성전자의 5대 신수종 사업 중 하나인 의료 기기와도 떼 놓을 수가 없다. 전세계 내시경 시장을 광학 기기 회사들이 장악하고 있는 것을 떠올리면 된다. 광학 기술을 확보해야 의료 기기 및 헬스 케어 사업 등을 전개할 수 있는 것이다.


■ 일곱째, 카메라는 현재 국내 경쟁사가 없다. 사실상 일본 업체들만 독점하고 있는 세계 카메라 시장에 유일하게 삼성전자가 도전장을 내는 것은 국가적으로도 적잖은 의미를 가진다.


박상진 삼성전자 디지털 이미징 사업부 사장은 "광학 기술면에서만 보면 아직 가야 할 길이 멀다"며 "그러나 소비자 중심의 사고에서 출발, 반도체와 TVㆍ휴대폰에서 이룬 신화를 카메라가 이어갈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2010.09.14일 홍콩에서 신개념 1,460만 화소 미러리스(mirrorless) 카메라 'NX100'에 대한 출시 행사에 해외 기자 250여명을 초청, 성황리에 개최한 것은 전 세계 카메라 시장에 본격적으로 도전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했다. 카메라가 삼성의 새로운 전략 사업으로 부상하고 있는 것이다.


미러리스(mirrorless) 카메라는 디지털 일안 반사식(DSLR) 카메라 내부에 있는 반사경 거울을 제거해 크기를 일반 휴대용 디지털 카메라 수준으로 줄인 제품이다. 크기는 작지만 필름 역할을 하는 이미지 센서는 콤팩트 디지털 카메라 보다 커서 고화질 사진 촬영이 가능하다. 렌즈도 DSLR 특성을 갖추고 있어 촬영 환경에 따라 망원, 줌, 광각 렌즈 등을 얼마든지 교체할 수 있다. (한국일보 박일근 기자, 입력: 2010.09.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