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사 (한국)

호남, 영남 1960년대까진 가까운 사이

마도러스 2009. 7. 21. 11:44

 

호남, 영남 1960년대까진 가까운 사이

 

‘망국적 지역주의’를 개탄하는 것이 유행이었던 때가 불과 얼마 전이다. 선거 때마다 표심을 찔러대던 정치적 선정주의는 정말 해소됐을까. 인문 사회과학 전문 출판사 ‘후마니타스’의 대표 박상훈 박사가 한국의 지역주의를 해부한 『만들어진 현실』(260쪽, 1만5000원)이란 책을 냈다.

 

최장집 고려대 명예 교수의 지도로 2000년에 썼던 박사 논문을 대폭 보완했다. 박씨는 “지역주의는 정치적으로 동원된 만들어진 이데올로기이다.” 라고 주장했다.


그는 ‘지역 갈등’이란 신화의 근원부터 추적한다. 많은 이들이 옛 문헌에서 호남 차별의 오랜 ‘증거’를 찾는다. 하지만 왕조 시대의 지역 차별은 호남에만 국한된 게 아니다. 충청은 ‘권세 있는 이들에 아부해 이익을 좇는다’는 욕을 먹었다. 오히려 '호남은 가장 어질고 충성스러운 고장' 이라고 정조가 추켜세우는 등 호평도 많았다.


박씨는 “1950년대까지는 이북 출신들이 편견의 대상이었는데, 60~70년대 급격한 산업화·도시화를 거치면서 호남이 그 자리를 물려받았다”고 분석했다. 여기에 흥미로운 사실이 있다. 그는 “산업화 초기 호남 차별 의식이 가장 강했던 이들은 영남이 아닌 충청과 서울. 경기 출신이었다”며 “호남 출신이 가장 가깝게 생각했던 지역민은 오히려 영남”이라고 지적했다.

 

산업화가 수도권과 영남 중심으로 추진됐기 때문이다. 서울로 몰린 호남. 충청 출신 사이에 경쟁 의식이 격화된 것이다. 영남의 산업화는 주로 이 지역 농촌 출신을 흡수하는 방식이라 영남 호남 출신 간에 직접적 충돌이 벌어질 수 없는 구조였다.


박씨는 “1963년 대통령 선거에서 전남의 62%가 박정희를 지지하고, 1971년 대선에서 김대중에 대한 부산의 지지가 42%였다는 사실을 의외로 많은 이들이 간과한다”고 지적했다.

 

 "1971년 이후에야 위기감을 느낀 박정희 정권이 권력 상층부에서 호남 출신을 배제하면서 지역주의가 조장됐다." 라는 주장이다. (중앙일보 배노필 기자, 입력: 2009.07.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