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일반)

본능적 '낮잠', 절대 참지 마라!

마도러스 2008. 11. 17. 03:06

 

본능적 '낮잠', 절대 참지 마라!

“낮잠을 자고 있노라면 머릿속에 있는 무수한 서랍 중에 어떤 것이 나도 모르게 열린다. 그때가 중요한 순간이다” - 백남준 화백 99년 마이애미에서 인터뷰 중 -

낮잠 자는 천재들

 

얼마 전 타계한 백남준 화백은 “당신의 내부에 창조적 상상력이 움직일 때가 언제냐?”는 물음에 서슴없이 “낮잠을 자는 시간”이라고 대답했다. 낮잠은 그에게 창조적 상상력을 불러 일으켜 주는 의식과 무의식이 만나는 시간이라고 평했다.   

우리나라 최초로 쇼팽 국제 콩쿠르에서 공동 3위에 올랐던 피아니스트 임동혁군 역시 하루 2시간씩 꼭 낮잠이 잔다고 한다. 매일 7~8시간씩 계속되는 연습에서 낮잠만이 가장 큰 휴식이 된다고 한다.

예술가 뿐만 아니라 위대한 과학자들도 낮잠이 세계를 뒤흔드는 엄청난 법칙들을 발견하게 했다. 뉴턴은 나무 그늘 아래에서 낮잠을 자다가 만유인력의 법칙을 발견했다고 전해지며, 아르키메데스는 욕조 안에서 잠을 자다가 아르키메데스의 원리와 지렛대의 원리를 깨달았다.

멘델의 유전법칙, 에디슨의 전구와 축음기, 보어의 원자 등도 마찬가지다. 또 윈스턴 처칠 전 영국 총리, 석유왕 존 록펠러, 김대중 전 대통령 등 많은 학자, 정치가, 경제인 등도 낮잠 예찬론자였다. 

낮잠을 자는 동안 생긴 일

 

꾸벅꾸벅 졸음이 몰려오는 봄날 오후. 잠을 쫓기 위해 커피도 마셔보고 허벅지를 꼬집어도 보지만 머리는 점점 몽롱해져만 간다면 차라리 10분쯤 맘 놓고 자 버리는 편이 낫다. 낮잠을 즐기는 이들은 하나같이 낮잠은 최고의 휴식시간이자 창의력과 기억력을 증진시키는 원동력이 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그렇다면 낮잠을 자는 동안 우리 몸에는 어떤 변화가 일어나는 걸까? 낮잠의 효능에 대해서는 최근까지도 여러 가지 방면으로 증명되고 있다. 비록 짧은 잠이지만 낮잠은 우리 몸에 쌓인 피로를 풀어 주고 새로운 에너지를 충족해 줄 뿐만 아니라 성장 호르몬 같은 각종 호르몬을 분비한다. 또한 기억력을 높여 작업의 생산성을 향상시키고, 행복감도 가져다 준다.

세란병원 신경과 박지현 과장은 “수면은 개인차가 많지만 일반적으로 우리의 생체시계는 아침에 깨어난 후 8시간 후쯤에 수면이 필요하도록 되어 있다. 오후 1~5시 사이에 졸음이 오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현상이다”고 말하며 “10~20분 정도 낮잠을 자 주면 낮 동안의 피로를 풀 수 있을 뿐 아니라 일의 능률도 향상시킬 수 있다”라고 말한다. 실제로 하버드의대에서의 실험에 따르면 낮잠을 잔 그룹의 실험자들이 그렇지 않은 사람들보다 기억력과 같은 정보가공 효율이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나 요즘같이 춘곤증에 시달리는 봄날, 나른하고 몽롱해서 능률은 오르지 않고 피곤만 쌓여간다면 억지로 졸음과 싸우지 말고, 점심시간을 이용해서 10분 정도만이라도 낮잠을 자야 한다. 신체가 자고 싶다고 하는 것은 아무 뜻 없이 신호를 보내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우리의 유전자는 밤에는 긴 수면을 취하고, 낮엔 짧은 수면 이렇게 하루 두 번 잠을 자게 프로그래밍되어 있다는 이론도 있다(‘하루 15분 낮잠 기술’ 발췌)

2005년 타임지에서 발표한 ‘우아하게 늙는 방법(aging gracefully)’에는 금연과 식이요법, 운동과 더불어 하루 10~20분 낮잠을 자는 것이 포함되기도 하였다. ‘나이 들어서는 오후에 양광을 쪼이며 꾸벅꾸벅 졸 수 있으면 행복한 것’이라는 중국작가 노신의 말이 현대에서도 증명된 셈이다.

 

낮잠 100배 효과 보기

 

몇 해 전부터 뉴욕의 중심가에는 14달러를 주고 20분간 낮잠을 즐길 수 있는 수면방이 생겨 성황을 이루고 있다고 한다. 요즘은 밤과 낮의 구별이 없다보니 밤에도 숙면을 취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또, 과도한 업무와 학업에 시달리는 현대인들은 늘 수면 부족을 호소한다.

실제로 통계청이 발표한 ‘2004년 한국인의 생활시간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사람들은 하루 평균 7시간 44분자는 것으로 나타나 미국이나 독일에 비해 덜 자고 더 오래 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낮잠은 포화상태가 된 머리를 잠깐이라도 쉬게 하여 일의 능률을 향상시킬 뿐 아니라 안전사고나 졸음운전사고 등을 예방 하는 효과도 있다. 물론 모든 이들이 낮잠을 잘 필요는 없다. 낮잠이란 원래 밤 동안의 모자란 잠을 보충하는데 목적이 있으므로 졸리지 않는데 무조건 잘 필요는 없다.

오래 잔다고 무조건 좋은 것은 아니다. 박 과장은 “1시간 이상 낮잠을 자는 것은 오히려 불면증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며 "평소 불면증이 있으면 낮잠을 피하는 것이 좋고, 낮잠을 잘 때는 앉은 최대한 편한 상태에서 10~15분 정도 자는 것이 적당하다”라고 설명했다.

호주 플린더스 대학에서 10분부터 1시간까지 낮잠 자는 시간에 따른 몸의 변화에 대해 측정한 실험에서도 10분간 자는 낮잠이 가장 효과적이라는 결과가 나왔다. 반면에 30분 이상 자면 무기력증에 빠져 오히려 능률이 떨어진다는 보고도 있다. 또한 4~6시 사이에 자는 것은 수면주기에 방해를 줄 수 있으므로 가급적 피해야 한다. 

박 과장은 “봄철에는 특히 졸음에 시달리기 쉬운 시기이므로, 졸음이 온다고 해서 커피 등 카페인 성분의 음료를 마시기보다는 잠깐이라도 자는 것이 효과적이다"고 말하며 "그러나 하루종일 졸음과 피로에 시달릴 경우에는 기면증이나 수면중무호흡증, 코골이 등 밤 동안의 수면장애를 일으키는 질환이 의심되므로 전문의의 진단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도움말 = 박지현ㆍ세란병원 신경과 과장, 이현주 헬스조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