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일반)

입원환자 중 치질 1위, 과음.과로 때문

마도러스 2008. 11. 17. 03:01

 

입원환자 중 치질 1위, 과음.과로 때문

▲ 환자가 자신의 치질 수술 모습을 모니터를 통해 보고 있다. /대항병원 제공
 
아직도 치질은 말하기 좀 그런 병이다. 물론 속된 표현으로 ‘머플러가 고장났다’는 등 웃으면서 얘기하는 사람들도 있으나, 치질환자 대부분은 내놓고 말하기를 꺼린다. 특히 여성들은 더하다.
 

치질은 ‘국민병’이란 말이 있을 정도로 많다. 건강보험공단의 2002년 건강보험통계연보를 보면 외래환자 1위는 감기, 입원환자 1위는 치질이다. 치질 수술 건수는 95년 4만3020건에서 2002년에는 17만1587건으로 299%나 증가했다.

 

치질환자들은 말하기 부끄럽다는 것 외에, 수술하면 아프다, 재발이 잘 된다는 등의 ‘상식’을 갖고 있다. 의사들은 “잘못된 상식”이라고 말하지만, 환자들은 ‘공연히 그런 말이 나왔겠냐. 다 경험해본 사람들 말이니 일리가 있겠지’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정말 일리가 있는지, 아닌지 치질 환자의 수술 과정을 따라가 보았다.

 

지난 11월28일 오전 서울 대항병원. 회사원 박모(37)씨가 치질 수술을 받기 위해 병원을 찾았다. 2년 반쯤 전부터 치질 증상이 있었지만, 회사 일이 워낙 바빠 시간을 못 내다가 최근 부서를 옮기면서 휴가를 내 수술 받기로 작정했다고 했다.

 

“늦게까지 술 마시고 난 다음날 치질이 심해지곤 했지만, 웬만하면 참고 살려고 했어요. 그런데 얼마 전부터는 대변을 보면 피가 나왔어요. 더 이상 미룰 수가 없다고 판단했죠.”

 

수술을 결심하고 주변 사람들에게 물어봤다. 대답에는 ‘좋은 뉴스’와 ‘나쁜 뉴스’가 들어 있었다. “내가 5년 전에 수술 했거든. 한 일주일쯤 거의 죽었지.” “아니야. 무통주사 맞으면 별로 안 아프더라구.”

 

인터넷으로 병원을 검색하고, 치질 정보를 찾아봤다. 이런 저런 정보들을 찾아보면서 치질에 걸린 원인이 밤늦게까지 일하느라 과로한데다, 술과 스트레스가 겹친 것이란 결론도 나름대로 얻었다. 병원에서 진단을 받은 결과, 치질에서 가장 흔한 치핵과 약간의 치열이 있는 것으로 나왔다.

 

환자 복으로 갈아입은 박씨가 마취를 위해 침대에 엎드린 채 이동했다. 이 병원에서 치질 수술의 마취는 두 종류. 남자 환자의 경우 40세를 기준으로 그 아래는 ‘미추마취’, 위는 ‘저위척추마취’를 한다. 항문 주위의 마취 효과는 비슷하지만, 미추(꼬리뼈) 마취는 마취 주사를 맞을 때 아프고, 10분 이상 시간이 걸린다.

 

척추마취는 직접 주사하는 방법을 쓰는데, 통증이 별로 없고 마취도 금방 되지만, 나중에 심한 두통이 생길 수 있는 단점이 있다. 이들 마취는 수술 부위 주변에만 적용되는 ‘부분 마취’이므로 환자는 수술 과정을 다 알 수 있다. 박씨는 “마취 주사를 맞을 때 조금 둔탁한 느낌은 있었을 뿐, 별로 아프진 않았다”고 했다.

 

박씨가 긴장된 표정으로 수술대에 엎드리자 간호사가 환자복 바지를 내리고, 엉덩이를 벌려 양쪽에서 테이프로 고정했다. 항문 주위에 탈항된 ‘조직’이 보였다. 집도의인 최성우 전문의가 “수술 시간은 50분쯤 걸릴 겁니다. 불편한 데가 있으면 말씀하세요”라고 하며 가위 모양의 장비(retractor)로 항문을 직경 4~5㎝쯤 벌려 고정했다. “환자분은 항문이 좀 작은 편입니다.” 박씨는 “이번 수술하면서 항문도 큰 사람과 작은 사람이 있다는 얘기를 처음 들었다”고 했다.

 

안 쪽으로 작은 덩어리(치핵)가 곳곳에 보였다. 항문 안쪽의 피부를 좌우로 절개한 다음, 그 안으로 수술용 가위와 핀셋 등을 써서 팥알 또는 콩알만한 치핵을 하나씩 제거해나가기 시작했다. 박씨의 경우, 치핵 크기는 작지만 곳곳에 퍼져 있어 수술이 까다로운 편이었다.

 

수술 과정은 CCTV 카메라에 담겨 수술장 모니터에 ‘중계’됐다. 박씨는 수술대 위에 엎드려 자신의 수술 모습을 지켜봤다. 치핵이 다 제거되고, 절개된 피부를 봉합하는 것으로 1시간여 만에 수술은 끝났다. 간호사가 박씨에게 “불편하세요?”라고 묻자, 그는 “배가 좀 아픈데요”라고 했다. 간호사는 “항문을 벌려놓으면 아랫배가 아플 수 있다”고 설명했다.

 

수술이 끝나고 병실로 이동하면서 박씨는 “모니터로 보니까 ‘공사’가 생각보다 크던데요. 그렇게 크게 파헤칠 줄은 몰랐어요”라며 여유를 되찾은 듯 웃어보였다. 그러면서 혹시 마취가 풀리면 아프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했다.

 

수술 뒤 이틀을 입원한 뒤 11월30일 퇴원해 집에 머물고 있는 박씨에게 전화를 걸어봤다. “수술 당일 오후에 통증을 없애는 주사를 두 번 맞았어요. 그 후에는 무통주사를 계속 맞고 있는데, 수술 부위가 욱신욱신하다가 시간이 지나면서 괜찮아졌습니다. 실은 나중에 대변을 잘 볼 수 있을까를 더 걱정했죠.” 박씨는 퇴원 당일에 대변을 봤지만, 통증이 그다지 심하지는 않았다고 했다. 그는 “이번 수술을 건강을 챙기는 계기로 삼겠다”고 했다.

 

“3주 정도 술을 마시지 말라고 하는데, 아예 술을 끊던지, 먹더라도 양을 확 줄이려고 합니다. 연말 송년회 때도 술을 마시지 않을 생각입니다. 그래서 일부러 주변 사람들에게 수술했다고 소문을 내고 있습니다.”

 

그는 그러면서 자극성 있는 음식을 피하고, 식이섬유가 많은 음식을 적극적으로 먹으려고 한다고 했다. 운동도 하고, 스트레스도 최대한 줄일 계획이다. 치질 재발을 막는 방법이지만, 그러다 보면 몸 전체의 건강이 좋아질 것이란 생각이 들어서다.

임형균기자    입력 : 2003.12.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