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소아청년)

과잉보호와 아이의 홀로서기

마도러스 2008. 11. 16. 23:20

과잉보호와 아이의 홀로서기

 

홀로서기 하도록 도와주는게 진정한 육아

초등학교 2학년 경자는 얼굴에 표정이 없고 침울하며 목소리도 작아 아이다운 밝음과 귀여움이 느껴지지 않는다. 게다가 사립학교에 다녀 일반 공립학교보다 수업이 늦게 끝나는 데다 과외 활동을 10개나 하고 있다.
 

하루 일과가 끝나는 시간은 오후 8~9시. 엄마도 처음엔 과외활동을 많이 하는 게 좋지 않다고 생각했지만 다른 아이들과 비교해보니 경자가 뒤처지는 것 같아 어쩔 수 없이 시킨다고 했다. 심리평가 결과 경자는 소아우울증이었다.

 

초등학교 1학년 성재는 숙제를 느리게 하는 버릇이 고쳐지지 않아 매일 엄마와 실랑이를 벌인다. 상담을 받으면서 엄마도 아이를 혼내지 않으려고 무던히 노력하지만 가끔 참았던 화가 폭발하곤 한다. 성재 마음속에 엄마는 혼내는 사람으로 박혀 있다. 육아가 힘든 나머지 엄마가 성재에게 화를 많이 냈기 때문이다.

 

아직도 성재는 “엄마가 또 혼낼 거지?”라고 물으며 눈치를 본다. 물론 엄마는 성재를 사랑한다. 하지만 느닷없이 엄마의 화가 폭발하는 탓에 성재는 엄마가 자기를 사랑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성재 엄마는 기분에 따라 감정을 폭발하는 양육 태도를 고쳐야 한다. 그것이 감정조절이 안 되는 성격상의 문제라면 치료를 받아야 한다.

 

다섯 살 정수네 아빠는 아들을 너무 예뻐한다고 이웃에 소문이 났다. 갓난아기 때부터 목욕은 아빠 차지이고, 아이와 놀아주기 위해 술자리도 마다한 채 집에 일찍 들어온다. 그러다보니 아이가 울 때도 엄마를 찾는 게 아니라 아빠를 찾는다. 밥 먹고, 옷 입는 것도 아빠가 시중을 다 든다.

 

길을 걷다가 조금만 힘들어도 안아달라고 떼를 쓴다. 이렇게 아기 취급을 하면서 집안에서만 곱게 키우다보니 막상 유치원엔 보내지 못했다. 엄마와 떨어지려 하지 않고 자지러지게 울어대서 보낼 수가 없었다. 친구들과도 놀아본 경험이 없어 아이들만 보면 피한다. 정수 아빠의 과잉보호는 과연 올바른 사랑일까?

 

아이가 커가면서 부모의 양육태도도 같이 변해야 한다. 갓난아기 때는 절대적인 보살핌이 필요하지만 차츰 부모가 손을 떼고 아이가 홀로서기를 하도록 도와주는 게 올바른 사랑이다.

 

자녀를 올바르게 사랑하고 있는 것인지 아닌지는 아이의 현 상태를 보고 판단해야 한다. 아이가 잘 먹고 잘 자고 잘 놀아 몸도 건강하고, 성격도 밝고 명랑하면 잘 크는 것이다. 부모, 친구들과의 사이도 좋고, 나이에 맞는 발달과업들을 잘 따라가고 있을 때 잘 크고 있는 것이다. 현재 좋지 않은 버릇이나 문제행동들을 보이고 있다면 잘 크는 게 아니다. 부모 자신의 행동을 점검해보고 전문가를 찾아 조언을 구해야 한다.

 

말로는 아이를 사랑한다고 하면서 행동으로는 따라주지 못하면 제대로 사랑하는 게 아니다. 가정의 달이다. 물질적인 선물과 외식, 나들이도 좋지만 아이를 진정으로 사랑하는 게 무엇인지, 나는 제대로 아이를 사랑하고 있는 것인가를 한번쯤 되돌아보는 시간을 가져보자.

(원광아동상담센터 소장) 입력 : 2004.05.11   헬스조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