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소아청년)

호르몬 치료, 겁낼 것 없다, 당장 하라.

마도러스 2008. 11. 16. 23:03

호르몬 치료, 겁낼 것 없다, 당장 하라.

 

부작용 지나치게 과장돼 50대 여성에 저용량 투여 골다공증·폐경증상에 효과
 
지난 2002년 미국 국립보건원(NIH)은 충격적인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폐경 여성에게 여성호르몬을 투여하면 관상동맥질환이 29%, 뇌졸중이 41% 증가한다는 것이다. 호르몬 대체요법은 오히려 심장병이나 뇌졸중을 예방하는 것으로 알고 있던 전 세계 의학계는 엄청난 충격에 휩싸였다. 그 충격은 아직도 사라지지 않고 남아 한국의 환자들을 현혹시키고 있다.
 
그러나 의학에서 어느 한가지 연구결과를 전적으로 신뢰하고 ‘단선적(單線的)’으로 판단하는 것은 매우 위험한 일이다. NIH 연구 결과를 접했다면 그보다 조금 앞서 발표된 그로스타인의 연구결과도 반드시 참고해야 한다. 그래야 균형감각을 찾을 수 있다.

 

그로스타인은 호르몬 대체요법을 받은 폐경 여성 7만533명을 1973~1996년까지 23년간 관찰한 연구결과를 국제 학계에 보고했다. 연구대상자가 모두 간호사였기 때문에 이를 ‘간호사연구(NHS·Nurse’s Health Study)’라 부른다.

 

그로스타인은 여성호르몬의 용량을 저용량, 표준용량, 대용량 등 3개로 나누어 관찰했는데, 저용량에서는 관상동맥질환 42% 감소, 뇌졸중 46%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표준용량에서는 관상동맥질환 46% 감소, 뇌졸중은 35% 증가했다. 즉 사용하는 여성호르몬의 용량에 따라 다른 결과가 나타난 것이다.

 

미국과 유럽 등지에선 대규모로 행해진 NIH 연구와 NHS 연구의 상반된 결과를 여성호르몬의 투여시점(나이)과 투여 용량의 차이 때문으로 이해하고 있다. 즉 저용량일 수록, 비교적 젊은 폐경여성에게 투여할 수록 부작용보다 효과가 크며, 반대로 대용량이거나 나이 많은 여성에게 투여할 수록 합병증이 커진다는 것이다. NIH 연구의 대상자는 평균 연령은 63세, NHS는 51세였다.

 

이 같은 사실은 후속 연구나 저술에서도 속속 확인되고 있다. 그 대표적인 경우가 지난 3월에 방한한 세계적인 생식내분비학 교수인 미국 컬럼비아대학의 로보교수 연구다. 그는 평균 53세 폐경 여성 4065명에게 여성 호르몬치료를 한 결과 심혈관질환이 증가하지 않았다고 2004년 보고했다.

 

2005년 봄에 출간된 미국 생식내분비학 교과서는 여성호르몬 치료를 하더라도 폐경 후 10년간은 심장병 발병률이 증가하지 않지만, 폐경 후 20년 이상인 경우는 약 71%의 환자에게서 발병률이 증가한다고 기술하고 있다. 이를 토대로 이 교과서는 호르몬 치료가 젊은 폐경여성에겐 위험하지 않으며, 따라서 2002년 NIH 연구결과를 모든 폐경 여성에게 적용하는 것은 무리라는 점을 시사했다. 세계적 권위의 의학전문지 뉴잉글랜드저널오브메디신 2003년 제349권에도 동일한 내용이 소개됐다.

 

약제의 투여용량과 투여기간에 따라 서로 다른 결과가 나타난다는 것은 일반 상식이다. 효과가 좋은 약도 용량에 따라 해가 될 수 있으며, 투여하는 년령도 매우 중요하다.

 

예를 들어 어린이의 키를 성장시키기 위해 투여하는 성장호르몬은 10대 초반이 지나면 약효가 없고, 유방발육을 위해서는 10대 중반을 넘어서면 효과가 없다. 이와 마찬가지로 여성호르몬은 폐경 여성이 집중적으로 폐경증후군을 앓는 50대에 투여할 때 가장 효과적이다.

 

이렇게 볼 때 NIH 연구는 연구에 참가한 폐경 여성의 연령이 평균 63세라는 점에서 문제가 있다. 이 연령대가 되면 노화에 의해 동맥혈관이 이미 딱딱히 굳어져 동맥경화(무증상)가 동반된 상태여서, 여성호르몬 치료를 하더라도 효과가 없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50대의 폐경 여성은 아직 동맥혈관이 탄력성을 갖고 있기 때문에 고혈압, 고지혈증, 당뇨, 비만 같은 심혈관질환의 위험인자가 없다면 저용량 여성호르몬의 투여로 폐경기 증상의 완화뿐 아니라 성인병 예방에도 효과를 거둘 수 있다.

 

환자를 잘 가려서 약을 써야 하듯, 폐경 여성의 연령과 건강상태 등을 잘 가려서 여성호르몬치료를 하면 얼마든지 좋은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것이다.

 

NIH 연구결과가 발표된 뒤 국제폐경학회는 NIH 연구의 이 같은 문제점을 지적했으며, 대한폐경학회도 여성호르몬치료 지침을 발표한 바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여성호르몬치료를 둘러싼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으며, 그 때문에 치료를 받아야 할 수 많은 폐경 여성이 고통을 받고 있어 안타까운 마음 금할 수 없다. 입력 : 2005.09.20  헬스조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