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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해, '불타는 얼음'이 미래의 석유!

마도러스 2008. 1. 19. 19:52

 

동해,'불타는 얼음'이 미래의 석유!   


메탄 하이드레이트. 추정 매장량 10조t, 5,000년 쓸 가스량,

환경 파괴 않고 메탄 분리해 내는 기술 개발이 관건


2007년 11월 동해, 시추선 레메티브(Remetive)호. 시추관이 바닥에 닿은 지 4시간 만에 까만 심해의 토양이 모습을 드러냈고, 시추선 위로 올려졌다. 진흙을 헤치자 하얀 얼음이 보였다. 떨리는 손으로 얼음에 불을 붙이자 활활 타면서 매콤한 향이 코끝을 자극했다. 작은 얼음 덩어리에 붙었던 불은 시간이 가도 꺼질 줄 모른다.


차세대 청정 에너지원으로 주목 받고 있는 '불타는 얼음' 메탄 하이드레이트(methane hydrate)의 실물을 심부(深部) 시추 장비를 이용해 국내 최초, 세계 다섯 번째로 확인하는 순간이었다. 이후 나흘 동안 메탄 하이드레이트가 끝없이 뿜어져 나왔다. 박근필 가스하이드레이트 개발사업단장은 "그토록 오랫동안 찾던 것이지만 귀한 것도 너무 많이 나오니까 귀한 줄 모르겠더라"고 회상했다.


사업단은 당시 130m 길이의 시추관을 가득 채우고도 남을 메탄 하이드레이트를 채취했다. 2005년 사업단이 출범한 이래 3년 만에 얻은 성과였다. 추출된 메탄 하이드레이트는 예비 분석을 거쳐 현재 국내외 연구기관에서 심층 분석이 진행되고 있다. 이 결과는 2008년 상반기에 취합돼 발표될 예정이다.

 

 

 

■ 바다에 매장된 5000년분 가스


1988년 구소련의 크벤볼덴(Kvenvolden)이라는 과학자는 '화학지리학(Chemical Geology)' 저널에 발표한 논문에서 전세계 메탄 하이드레이트 매장량이 세계에서 사용되는 가스 소비량 기준으로 약 5000년 분에 해당하는 10조? 규모일 것으로 추정했다. 여기에 포함된 에너지원(탄소)은 전세계 화석연료(키워드)에 포함된 것의 두 배나 된다.


메탄 하이드레이트 덩어리는 얼음 형태이지만 불을 붙이면 활활 타오른다. 얼음이 녹으면서 내부의 순수한 메탄이 타기 때문이다. 세계 각국은 이 불타는 얼음을 녹여 차세대 에너지원인 메탄을 뽑아내려고 하고 있다. 메탄 하이드레이트는 또 농축 비율이 높아 적은 양으로도 많은 메탄 가스를 얻을 수 있다. 메탄 하이드레이트 1㎤가 녹으면 0.8㎤의 물과 170㎤의 메탄가스가 발생한다. 무려 170배의 농축 비율이다.

 

석유 매장량에 대해서는 여러 설이 있지만, 앞으로 고작 40년 분밖에 남지 않았다는 추정도 나온다. 천연가스는 60년 분이 남았다는 추정이 있다. 메탄 하이드레이트는 그 이후를 책임질 대체 에너지원 중 하나로 주목 받고 있다.


더구나 청정 에너지라는 점이 강점이다. 메탄 가스는 완전 연소하기 때문에 연소 후 이산화탄소 발생 비율이 화석 연료의 24%밖에 되지 않는다. 한반도 인근 동해에는 메탄 하이드레이트가 약 6억?이 매장돼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우리나라 천연가스 소비량의 30년 분, 150조 원의 가치다.


■ 시추 기술 확보가 핵심


메탄 하이드레이트가 생성되는 조건은 특별하다. 0℃일 때 26기압(지상의 26배 기압)이거나, 10℃일 때 76기압 이상의 저온 고압의 상태에서 빈 구멍이 많은 퇴적층 내에 생성된다. 0~4℃의 심(深) 해저나, 북극에 가까운 알래스카나 러시아의 동토지대 지하가 이 같은 조건을 만족한다.


심해저 메탄 하이드레이층은 해저면에서 500m에서 최대 1000m의 깊이에 존재하기 때문에 정확한 위치를 탐사해서 시추하고 지상으로 뽑아내는 과정이 필요하다. 이 과정은 기존 화석 연료의 시추 방법과 비슷해 보이지만 훨씬 더 복잡하다.


석유나 천연가스는 압력이 높은 해저에서 액체 상태로 존재한다. 따라서 유전에 파이프를 고정시킨 후 물을 채우면서 다른 한 쪽으로 석유나 천연가스를 밀어내며 뽑아내면 된다. 반면, 메탄 하이드레이트는 고체이고 진흙에 섞여 흩어져 있기 때문에 한 곳에 모아 뽑아내는 고난도의 시추 기술이 필요하다. 그런데 고체 연료를 뽑아내는 시추 기술은 아직 걸음마 단계에 있어서 상업화까지는 갈 길이 멀다.


메탄 하이드레이트층에서 순수 메탄 가스를 추출하는 방식은 크게 세 가지다. 첫째 뜨거운 물을 주입하는 열수(熱水) 처리법이 있고, 둘째 압력을 낮추는 감압(減壓)법이 있다. 저온 고압 조건에서만 존재하는 메탄 하이드레이트에서 온도를 높이거나 압력을 낮추는 방법으로 얼음을 녹이는 것이다. 세번째 방법으로는 메탄에 불순물인 촉매를 넣어 고체를 기체 상태로 바꿔주는 해리제 주입법이 있다.


현재 상업 생산기술 경쟁에서 가장 앞선 나라는 일본이다. 일본은 1980년대 말 자국 해역에서 메탄 하이드레이트 부존 가능성을 확인한 이후 1995년부터 매년 100억 엔(한화 약 862억 원) 이상을 투입해 2018년도까지 상업 생산 기술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1998년과 2002년에는 각각 미국·캐나다·독일·인도와 공동으로 메탄 하이드레이트 시험 생산 말릭(Mallik)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미국 에너지성(DOE)도 포스트 오일시대의 자원 경쟁에서 밀리지 않기 위해 지난해 4월 관련 예산을 9000만 달러(한화 약 844억원)에서 1억 달러(한화 939억원)로 늘려달라고 요청한 상태다. 캐나다·인도·중국 등도 메탄 하이드레이트 개발을 국가 지원 사업으로 선정하면서 경쟁을 벌이고 있다.


■ 환경 파괴 없는 기술 개발 중


그렇지만 환경 단체들은 메탄 분리 과정에서 일어날 환경 파괴를 우려하며 개발을 반대하고 있다. 지각의 한 층을 차지하고 있는 메탄 하이드레이트 층을 인위적으로 녹일 경우 지각의 안정성이 크게 훼손될 염려가 있다는 것이다. 또 메탄 가스가 이산화탄소보다 24배 더 온실 효과에 기여한다는 점을 들며 해양 생태계뿐만 아니라 지구 전체 평형을 깨는 결과를 초래할 것으로 경고했다.


과학자들은 이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KAIST 생명화학공학과 이흔 교수는 2006년 미국 국립과학원회보(PNAS)에 발표한 논문에서 메탄 하이드레이트를 개발하면서도 이 같은 환경 문제를 최대한 피할 수 있는 새로운 방법을 제안했다. 이른바 '스와핑(swapping ·치환법)' 방식이다.


메탄 하이드레이트층에 이산화탄소를 농축시킨 뒤 주입시키면 이산화탄소가 메탄의 자리를 빼앗으면서 메탄 기체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얼음 층을 녹이지 않고 가스만 바꿔주는 것이어서 기존에 제기된 환경 파괴 가능성을 상당 부분 해결한다. 게다가 온실 효과의 주범인 과잉 이산화탄소를 바다 밑에 가두는 효과도 있어 대기 환경 개선에도 도움을 준다. 이 기술은 2007년 특허로 등록됐다. 물론 아직은 이론 수준이어서 갈 길이 멀다.


■ 2014년까지 상업화 기술 개발 목표


이밖에도 상업화까지에는 여러 난제가 있다. 메탄 하이드레이트 매장이 확인된 동해의 경우 수심이 깊고 조류가 빨라 시추관을 설치하기가 어렵다. 또 시추관을 설치한 뒤 바다 한가운데에서 육지까지 메탄을 대량으로 운송하는 과제도 남아있다.


현재 국내 메탄 하이드레이트 개발사업은 한국석유공사, 한국가스공사와 한국지질자원연구원이 컨소시엄을 구성해 추진하고 있는데, 2005년부터 2015년까지 정부로부터 2200억원을 지원 받게 된다. 2014년까지 독자 기술을 개발해 민간 기업의 투자를 유치하고 상업화하는 게 목표이다. 메탄 하이드레이트 기술 개발 여하에 따라서는 한국에서도 제2의 '토탈'이 나올 수도 있는 것이다.


프랑스는 석유 한 방울 나오지 않지만 화석 연료 자급률이 54%에 이른다. 프랑스의 대표적 석유 기업인 토탈(Total)이 세계 최고 수준의 석유 시추 기술을 대여하는 조건으로 석유의 일정량을 보장 받기 때문이다. 석유 가격이 오를수록 기술 가격 역시 오르기 때문에 프랑스는 고유가 시대에도 느긋하게 유가 고공 행진을 바라보고 있다.


조선일보 이영완 산업부 기자, 입력 : 2008.0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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