괘사(卦辭) 소강절(邵康節)의 기행(奇行)
소강절 선생이 '모란 꽃'을 보고서...
매화(梅花)를 보고 정단을 한 지도 몇 개월이 지나 뱀의 해(巳年)를 맞아, 따뜻한 춘삼월이 되자 그는 제가 몇 명과 같이 친구집을 찾아갔다. 친구의 집은 우람한 고래등 같은 기와집으로 넓은 뜰 앞에 싱그러운 '모란 꽃'이 만발하여 온 집안에는 꽃향기가 가득히 풍겨나왔다.
벌 나비들이 날아 운치를 더욱 돋워줌이 그의 기분을 매우 상쾌하게 했다. 같이 간 제자 한 명이, "선생님, 모란꽃이 이렇게 만발한 것도 그만한 연유가 있을 것으로 사료되옵니다."
그러자 그는, "아무렴, 이 꽃에도 숨겨진 연유가 있을 것이로되 연월일시작법으로 괘를 보면 사(巳)년이므로 사(巳)자의 본래 숫자 6과, 3월의 3, 그리고 오늘이 16일이므로, 이 연월일의 숫가를 합해보면 25가 되는데, 이것을 8로 나누면 3·8·24로 1이 남아 천침 5∼7시)이니, 기본 숫자 4를 25와 합하면 29가 되므로, 29를 8로 다시 나누어 3·8·24는 5가 남아 풍(風)이 되므로, 결국 천풍구괘(天風 卦)가 되느니라. 기타 변괘는 화풍정(火風鼎)이고, 호괘는 육십사 괘중에서 '가장 강하다'는 건위천(乾爲天)괘가 되느니라."
선생의
이같은 작괘법을 본 제자들은 숨을 죽이고 그의 입만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윽고 선생은 제자에게 물을
한 그릇 떠오라 하더니, 꿀꺽꿀꺽 마시고 입가과 하얀 수염에 묻은 물방울을 닦고 낮은 목소리로, "괴이하도다. 이 아름다운 꽃이 내일
오시(午:11∼13시)에 말 발굽에 짓밟혀 파손될 것이리니……."
이 말을 들은 그의 친구나 제자들은 꽃이 약간 파손될 수는 있어도 말발굽에 설마 파손될 것이라는
스승의 말은 믿기지 않았다.
그러나
그 이튿날 오시(午時)가 되자, 어느 고관이 타고 가던 말들이 싸움을 하여 그 아름다운 모란꽃을 짓밟아버리는
불상사가 생겼다. 감탄한 제자들과 친구들이 꽃이 짓밟힐 수 있던 괘(卦) 풀이를 그에게 다시 청했다.
"모든
괘에는 체(體)와 용(用)이란 것이 있어 이는 주인과 손님 관계(主客關係)이므로 이를 잘 판단해야 하느니……'천풍구(天風 )괘' 에서 천(天)은
말(馬)이고 풍(風)은 나뭇가지, 즉 꽃이므로 말을 상징한 천금(天金)이 꽃을 상징한 풍목(風木)을 금극목(金克木)하여 말발굽에 부착한 쇠로
더욱 짓밟혀 파손된 것이다.
그리고, 여기에 오시(午時)란 시간까지 알 수 있었던 것은 역시 천(天)은 말을 상징하는데, 이 말에 해당한 시간이 바로 오시였기 때문이니라. 물론 이밖에도 변괘·호괘가 있어 각기 작용하는 면이 있지만 대충 이러하느니라." 그의 이러한 괘풀이를 듣고 있던 제자들은 할말이 없다는 듯이 고개만 연신 끄덕거렸다.
글쓴이: 불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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