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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자식 딸린 과부 소서노와 주몽, 재밌지 않은가?

마도러스 2006. 7. 1. 17:00

자식 딸린 과부 소서노와 주몽, 재밌지 않은가?

 

 

민족 자긍심에 호소한 동북공정 반박이 아니다.
말 되는 고구려 드라마로 공감 불러일으키고 싶어”

요즘 TV 드라마를 장악한 것은 출생의 비밀, 엽기적 캐릭터 같은 것들이다. 고구려 건국 신화를 다룬 MBC 60부작 드라마 ‘주몽’의 시청률 고공행진은 그래서 남다르다.
 
TV 드라마 편수가 늘어나면서 이들 시청률은 20% 내외에서 도토리 키재기를 하고 있지만, ‘주몽’은 첫 회 시청률 16.3%(TNS)에서 출발, 지난 6일 32.3%로 방송 8회 만에 30% 선을 돌파하며 방송계에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총 제작비 300억원의 이 대작 드라마는 건국신화와 애잔한 러브 스토리, 화려한 의상과 주몽(송일국), 해모수(허준호)처럼 선이 굵은 캐릭터 등 흥행 요소를 두루 갖춰 “대장금 인기를 넘어설 것”이란 예측이 나오고 있다. 
 

이 바람의 주역은 바로 드라마 작가 최완규(42)씨다. ‘허준’(99) ‘상도’(2001) 등 굵직한 사극은 물론 ‘종합병원’(94)과 ‘야망의 전설’(98), ‘올인’(2003), ‘러브 스토리 인 하버드’(2004) 등의 현대물에서도 뚜렷한 존재감을 나타내고 있는 최씨는 이번에는 특히 더 많은 남성시청자들을 TV 앞에 끌어다 앉히고 있다. 중국의 동북공정으로 인해 부쩍 고구려에 대한 관심이 커진 가운데, 숨겨져 있던 우리 고대사를 밝은 곳으로 끌어낸 드라마의 성공은 그래서 더욱 의미 있다. 
 

한강변 오피스텔서 세달째 ‘올드보이’생활 , 하루 4갑 담배 피고, TV보고 밥먹고…

그외 시간은 방에 틀어박혀 드라마 집필

 

―‘주몽’은 고구려를 다룬 작품이다. 동북공정과 관련해 국내에서 고대사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는데, 이번 작품은 그런 민족주의 심리의 반영인가.

 

“의식적으로 동북공정에 대응하기 위해 민족적 자긍심이나 이런 것을 강조할 의도는 없다. 다만, 최소한 말이 되는 드라마를 써서 그 시대에 대한 관심을 불러 일으키는 것이 작가로서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역사적 사료가 부족하다는 점에서 내용 구성에 한계가 있는 것 아닌가.

 

“방송이 6회 나간 뒤 벌써 고증을 갖고 문제제기를 하는 사람들이 나오고 있다. 한나라 군사가 우세한 것으로 나오자 ‘동북공정을 도와주는 드라마 아니냐’고 따지는 이들도 있다. 하지만 A4 용지로 인쇄해도 몇 장 되지 않을 정도 분량의 사료를 갖고 60부작 드라마를 만들려면 상상력이 들어갈 수밖에 없다. 문제는 상상력이 얼마나 개연성이 있느냐이다. 사실 내가 쓴 사극 모두 사료가 부족했다. 허준이나 임상옥(상도), 장보고(해신)도 그랬다. 허준의 이야기를 많은 이들이 역사적 사실로 알고 있는데, 팩트(fact)는 허준이라는 사람이 있었다, 그 사람이 내의원에서 의관을 했고, 동의보감을 썼다는 것 정도다. 나는 오히려 사료가 부족해서 상상력에서 구애를 받지 않는 이런 인물에 더 매력을 느낀다.”

 

―왜 고구려 드라마인가.

 

“’주몽’과 함께 고구려를 건국하는 여성 ‘소서노’라는 인물이 우리 고대사에서는 드물게 드라마틱한 요소가 많은 인물이어서 주목을 하게 됐다. 실제 역사에서 소서노는 주몽과 만났을 때 이미 자식 둘 달린 과부였는데, 그 아들들이 나중에 백제를 건국하는 ‘비류’와 ‘온조’이다. 우리 고대사에 이렇게 재미있고 드라마틱한 삶을 산 인물이 있다는 것을 알려야 하지 않겠는가.”
 

―사료가 적다는 것 말고, 주몽을 쓰는 데는 어떤 어려움이 있나.

 

“시청률 상승 곡선이 너무 가파른 게 오히려 부담스럽다. 방송국이나 시청자들 기대가 커지니까…. 주몽은 ‘대장금’이나 ‘허준’처럼 ‘요리’나 ‘의학’ 같은 전 계층이 공감할 만한 상황이 부족하다. 일단은 한 나라를 건국하는 이야기이니까. 암투와 갈등이 중심이 될 수밖에 없는데, 최대한 시청층을 넓힐 수 있는 공감대를 찾아나가는 데 주력할 생각이다.”

 

―아직도 많이 배우고, 높은 지위에 있는 사람들은 텔레비전, 특히 드라마 보는 것을 부끄러워한다. 집에서는 보면서도 ‘연속극은 안 본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많다.

 

“우리 사회 특유의 엄숙주의 때문인 것 같다. 대중예술과 순수예술을 엄격하게 가른다. 하지만 드라마 작가처럼 세상을 향해 무차별적으로 발언하는 직업도 없다. 이런 직업을 사회적으로 경시하는 풍조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작가의 역량도 커져야 하고, 작가를 보는 시선도 바뀌어야 제대로 된 드라마들이 더 많아질 것이다.”
 

―그렇다면, 당신에게 ‘드라마’는 어떤 것인가.

 

“드라마가 때로 사회적 역기능을 하는 것도 사실이다. 솔직히 문제 있는 드라마도 많다. 도박사 이야기를 다룬 ‘올인’을 쓸 때, 전여옥씨가 ‘드라마에서 다루지 말아야 할 모든 것을 다뤘다’는 아픈 지적을 했다. 순기능은 못해도 최소한 역기능은 하지 말자고 다짐한다.”
 

―영화는 감독의 예술, TV 드라마는 작가의 예술이라고 한다. 그래서인지, 일부 작가의 경우 ‘횡포’에 가까운 파워를 행사하기도 한다.

 

“나는 드라마가 작가만의 예술이라는 데 결코 동의하지 않는다. 나는 연출과 논의를 해서 최선을 택한다. 연기자들이 대사를 자기 호흡에 맞게 바꾸는 것도 존중한다. ‘주몽’에서 임현식씨가 애드리브(즉흥)로 대사를 많이 하는데, 나는 ‘이번엔 어떻게 바꾸실까’ 기다린다.”

 

―한국 드라마는 ‘한류’의 원천이지만, 요즘 드라마의 주제나 완성도가 제자리 걸음을 걷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요즘 작가들을 만나면 ‘뭘 써야 할지 모르겠다’는 이야기를 자주 한다. ‘이야깃거리’가 없다는 것은 심각한 문제다. 나라도 제대로 된 시리즈물 한번 만들어 보고 싶다.”

 

―시리즈물에 관심을 보이는 이유는 뭔가.

 

“94년에 ‘종합병원’이라는 메디컬 드라마를 썼다. 당시 미국에서 6개월쯤 뒤에 ‘ER’이라는 메디컬 드라마가 나왔다. 절망했다. 정말 전문적이었다. 나는 왜 저렇게 못 쓰나! 나중에 알고 보니 ER은 작가가 10명이 넘더라. ‘종합병원 2’를 비롯해 3, 4개 시리즈를 미국식으로 만들 예정이다.”

 

―어떻게 해서 방송작가를 시작하게 됐나.

 

20대 10년을 대책 없는 백수로 지냈다. 대학에는 적만 두고 제대로 나가지 않았다. 되돌아보면 열등감과 콤플렉스로 똘똘 뭉쳐 있던 시기였다. 93년 30살이 되던 해 극본 공모에 당선됐다. 처음 쓴 드라마였다. 습작이 전혀 없는 상태에서 덜컥 당선돼 1년 동안 힘들었다.”

 

―얼마 전 별세한 조소혜 작가의 경우, 시청률에 대한 고민을 토로했었다고 한다. 마찬가지인가.

 

“그때, 내 사는 꼴과 오버랩 되어서 여러 가지로 착잡했다. 나도 굴곡이 굉장히 많았다. 사람들은 ‘야망의 전설’을 시청률 좋았던 드라마(50%)로 기억하지만, 사실 그 드라마가 시작할 때의 시청률은 4%에 불과했다. 요즘은 한 자릿수 시청률이 흔하지만, 당시에는 굉장한 충격이었다. 사실 과도하게 시청률에 연연했던 적도 있다.”

 

인터뷰를 하는 동안 “대본 언제까지 넘길 거냐”는 연출자의 독촉 전화가 수차례 걸려왔다. 그는 “이번 일요일까지 다 넘기겠다”고 답했다. 전화를 끊은 뒤 그는 이렇게 말했다. “난 나쁜 놈이다. 또 거짓말을 했다. 그런데도 연출자는 매번 속아 넘어가 준다.”

 

최완규는

 

길게 자라 삐죽삐죽한 머리에 1년에 한 번 정도 면도를 하는 탓에 덥수룩한 수염. 영화 ‘올드 보이’의 오대수와 비슷하다. 자신을 “은둔형 외톨이”라 규정하며, ‘스스로를 감금한’ 사나이. 그는 요즘 한강시민공원이 내려다보이는 서울 여의도 한 오피스텔에서 하루 4갑의 담배를 피우며, 자고, TV 보고, 밥 먹는 시간 외에는 드라마를 쓰는 생활을 다섯 달째 해오고 있다.

 

 대학(인천대 영문과) 중퇴 후, 허송세월하다 1993년 MBC의 극본 공모에 당선돼 드라마 작가로 데뷔했다. 94년 장동건·신은경 주연의 ‘종합병원’을 맡으면서 작가로서 입지를 굳혔다. 지난해 1월 드라마 작가들을 규합해 A스토리라는 기획제작사를 설립, 미국 할리우드에서 제작되는 대형 시리즈물처럼 ‘한국형 시리즈물’을 생산하는 것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일단 여기저기 방송사에 남아 있는 ‘글 빚’(써 주기로 계약한 분량)을 다 갚고 나면, 본격 드라마 기획제작자로서의 역할에 집중할 계획이다.

 

글=신동흔기자  사진=주완중기자    입력 : 2006.0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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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세상을 여는 인간 꽃
글쓴이 : 난초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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