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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극한 이기주의로 살아가는 현대인들의 삶

마도러스 2020. 12. 20. 18:34

 

■ 극한 이기주의로 살아가는 현대인들의 삶

 

 가난한 집안에 장녀로 태어나서 제대로 배우지도 못하고, 초등학교만 어렵게 간신히 졸업하고, 남의 집 식모(食母)로 팔려가서 몇푼 되지도 않은 돈을 받고 살다가, 조금 머리가 커지자, 봉제(縫製) 공장에서 기술을 배우고자, 작업 보조(시다바리)부터 시작해서, 잠도 못 자면서 죽어라고 일만하던 누님이 계셨다. 한창 멋을 부릴 나이에, 얼굴에 바르는 화장품 하나 사 쓰는 것도 아까워 안 사 쓰고, 을 버는 대로 고향 집에 보내서 동생들 뒷바라지를 했었다. 그 많은 먼지를 하얗게 머리에 뒤집어 쓰고, 몸은 병()들어 가는 줄도 몰랐다.

 

 소처럼 일만 했고, 동생 3을 제대로 키워서 대학까지 보냈다. 이 누나는 시집가는 것도 아까워서, 사랑하는 남자를 눈물로 보내기도 했지만, 이를 악물고 감내하며, 숙명이라 생각하고, 그렇게 늙어 갔다. 그러다가 몸이 이상해서 약국에서 약으로 버티다가 결국은 쓰러졌다. 동료들이 등에 업고 병원으로 데리고 갔다. 그런데, 위암(胃癌) 말기라는 판정을 듣게 되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수술을 해서 위()를 잘라내면, 그래도 살 수 있다고 했다.

 

 누나는 미국에 살고 있는 첫째 동생에게 전화를 했다. “동생아! 내가 수술을 해야 하는데, 3,000만원 정도 든단다!” 동생이 골프를 치다 말고 말했다. “누나! 내가 3만불이 어딨어?” 누나는 "알았다. 미안하다!" 힘없이 전화를 끊었다.

 

 둘째 동생에게 전화를 했다. 둘째 동생은 변호사였다. “동생아, 수술을 해야 하는데, 돈이 없네, 어떡하냐?” 둘째 동생이 말했다 "누나! 요즘 수임(受任)이 없어서 많이 힘드네!" 하고, 바로 전화를 끊어버렸다.

 

 셋째 막내 동생에게 전화를 했다. 사정 얘기를 하자, 막노동을 하며, 힘겹게 사는 동생이 부인과 함께 단숨에 뛰어 왔다. “누나!, 집 보증금을 빼 왔어. 이것으로 수술하게요!” 누나는 막내의 사정을 빤히 알고 있기에 그냥 두 부부를 부둥켜안고 울기만 했다. 수술하기 전날 밤, 보호자 침대에서 잠이 든 올케를 바라보던 누나는 조심스레 옷을 갈아입고, 병원 바깥으로 나가더니, 안개 속으로 걸어나갔다. 횡단 보도에 서있던 누나는 자동차 불빛 속으로 뛰어들었다. 그렇게 누나는 한()많은 이승에서의 삶을 마감하고 말았다.

 

 막내 동생은 꿈 속에서 조용히 미소를 지으며 어깨를 토닥이는 누나의 손길이 느껴져 놀라 깨어보니, 누나의 자리가 비어있음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빈 침대 위에 놓여진 편지를 보았다. 몇 줄의 글이 눈에 들어왔다. “막내야, 올케야, 고맙다! 죽어서도 너희들을 지켜주마! 내가 그동안 죽기 전에 생명 보험을 들어놓아서 이거라도 줄 수 있어서 참 다행이구나!” 이렇게 불쌍하게 삶을 마감한 그 누님은 성자(聖者)와 같은 삶을 살다가 그렇게 죽어갔다. 참으로 기구한 운명이었다.

 

 누나가 죽자, 장례식에도 참석하지 않은 다른 두 남동생들은 누나의 사망 보험금이 상당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러자, 막내를 협박했다. “우리와 똑같이 나누지 않으면, 가만있지 않겠다! 법적인 모든 것을 동원하겠다.” 두 형수들과 함께 욕을 해대며, 막내 부부에게 위협을 가했다. 결국은 법정 다툼으로 갔다.

 

 막내 동생은 그냥 줘버릴까도 생각했다. 하지만, 누나의 핏값을 두 형()으로부터 지키고 싶었던 막내는 결국은 소송을 시작했다. 그 소식을 들은 친구가 변론을 맡아 주기로 했다. 몇 개월의 소송 끝에 판결을 받았다. 판사는 떨리는 목소리로 판결문을 읽어내려갔다. 그리고, 누나의 휴대폰에 저장된 문자를 읽어주자, 두 형들은 두 말 하지 않고 밖으로 나갔다. 오늘날, 극한 이기주의로 살아가는 현대인들의 삶의 모습을 돌아보게 하는 눈물겨운 이야기이다.

 

 삶이란 이처럼 참으로 기구할 수도 있다. 친구의 우정도 마찬가지이다. 곤궁에 처해서, 도움의 손길이 필요할 때, 그 사람의 본심이 드러난다. 좋을 때 잘하는 것은 짐승이라도 잘 할 수 있다. 하지만, 자신에게 조금만 손해가 간다 싶으면, 금방 외면해 버리는 것이 인심(人心)이다. 서로 살아 있을 때, ()를 다하고, ()를 다하고, ()를 다하고, 정성(精誠)을 다해야 한다. 서로 어려울 때, 성심(誠心)으로 대하는 참된 우정(友精)과 사랑을 베풀고 나눌 수 있어야 사람다운 사람이다. 산업화를 이끌던 우리의 누님들, 형님들! 그리고, 척박한 시대 환경 속에서 썩어 문드러져 가면서, 우리들의 풍요로운 삶의 밑거름이 되어주신 부모님 세대(世代)에게 잘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