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檢察) 개혁

■ 검찰 개혁, 지역 차별 및 출신 차별부터 없애야

마도러스 2020. 11. 16. 23:54

 

■ 검찰 개혁, 지역 차별 및 출신 차별부터 없애야

 

검찰은 사회 안전 및 치안 유지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직업 중의 하나이다. 검찰은 필요한 법률 지식은 물론이고, 그 지식을 구체적 사건에 잘 적용하는 능력을 갖춰야 한다. 그렇게 해서 혐의 있는 범죄자는 재판에 넘겨서 감옥으로 보내고, 혐의 없는 국민은 사회로 돌려보내야 한다. 그래서, 혐의자의 혐의 유무를 잘 가려내고, 정확한 형량을 구형하는 것은 검찰의 능력을 가늠하는 척도이다. 유죄 선고를 받아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무혐의 피의자를 많이 가려내는 것도 검사의 능력이라고 할 수 있다.

 

국민들의 무혐의를 잘 밝혀내서, 그들의 신체 생명이 부당한 침해를 받지 않도록 하는 것도 검찰 검사의 요건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검사들이 많아져야만, 국민들이 사법 서비스를 마음 놓고 받고, 그 결과에도 기꺼이 승복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경찰. 검찰. 법원에 대한 국민들의 불만도 줄어들 것이다. 그런데, 그동안 대한민국 검사들한테는 그런 능력이 그다지 중요하지 않았다. 물론, 국민들은 그런 능력을 갖춘 검사들을 존경한다. 또한, 그런 능력을 갖춘 검사들이 전혀 없는 것도 아니다.

 

 대한민국 검찰에서 크게 쓰임 받지 못했던 검사들

 

하지만, 그런 검사들은 그간 크게 쓰임을 받지 못했다. 그러다 보니, 진정한 검사가 되기 위한 노력을 하도록 만드는 자극제가 검찰 내에 별로 없었다. 그런 검사가 된다고 해서 동료 검사들에게 크게 인정받는 것도 아니고, 높이 출세할 수 있는 것도 아니었다. 그동안, 대한민국 검찰에서 크게 쓰임을 받은 검사들은 따로 있었다. 그동안, 어떤 검사들이 크게 쓰임을 받았는지는 검찰 수뇌부인 검찰총장과 검사장들의 출신지역 분포에서도 명확히 드러난다.

 

2020년 윤석열 검찰총장까지의 역대 총장 43명 중에서 27.9% 12명은 부산 울산. 경남 (PK) 출신이었다. 또한, 43명 중 10명은 대구. 경북 (TK) 출신이었다. PK TK를 합하면,  22명으로 51.2%가 된다. 역대 총장의 절반이 영남 출신이었던 것이다. 한편, 충청도 및 서울 출신은 각각 6, 이북 출신은 5, 호남 출신은 3, 강원도 출신은 1명이었다.

 

영남권 편중은 차관급인 검사장들의 출신 지역에서도 나타난다. 2017년 기준 전국 검사 2,022명 중에서 검사장은 47명으로 2.3%를 차지했다. SBS 뉴스가 역대 검사장들의 출신 지역을 조사해서 2017 07 24일 발표한 '검찰의 별! 검사장, 그들은 누구인가? 345명 전수 분석' 기사 제목에서도 드러나듯이 2017년까지의 역대 검사장은 총 345명이었다.

 

이 기사에 따르면, 역대 검사장 중에서 부산 울산. 경남 출신은 71(20.6%)이고, 대구. 경북 출신은 62(18.0%)이었다. 영남 출신이 총 38.6% 였던 것이다. 한편, 호남 출신은 70(20.3%)이었다. 기타 지역으로는 서울 55(15.9%), 대전·충청 43(12.5%), 인천·경기 21(6.1%), 강원 9(2.6%), 제주 3(0.9%)을 들 수 있다. 검찰총장과 검사장 양쪽에서 영남권 출신의 우세가 확연하다.

 

 검찰이 국민 신뢰를 잃을 수밖에 없었던 이유, 지역 차별

 

이처럼 지역 편중이 심했던 것은 영남 출신 검사들이 법률 지식이 더 많고 법률 적용을 더 잘하고 혐의 유무를 더 잘 가려내기 때문이 아니었다. 검사가 갖춰야 할 진짜 능력을 영남 출신들이 더 잘 갖췄기 때문이 아니었다. 그 같은 지역 편중은 1972년 유신 헌법 공포 이후인 제4공화국 때부터 두드러졌다. 정통성이 현저히 약해진 유신 체제 하의 박정희 정권이 효율적인 국민 통제를 목적으로 같은 경상도 고향 출신 검사들을 우대한 결과이다.

 

1992 04 22일자 한겨레 신문 한국을 움직이는 사람들 18(), 검찰 3()’ 기사 내용은 " 박정희 정권 이후, 호남 인맥은 검찰 최고 상층부 진입이 사실상 막혔을 정도로 거세당한 측면이 많았다. 호남 인맥의 한 중견 검사는 이에 대해 3공화국 까지만 해도 지역 차별이 덜했으나, 박정희 유신 헌법 이후부터 호남 출신들이 요직에서 배제되는 인사 관행이 굳어져 왔다 라고 설명했다.

 

그런 인사 관행이 굳어지면서, 법률을 잘 적용하고 혐의를 잘 가려내고 재판을 잘하는 검사가 유능한 검사가 아니라, 정권 핵심부와 연줄이 닿고, 검찰총장과 가까운 검사가 유능한 검사로 통하게 됐다. 검찰 밖의 언론이나 기업에서도 그런 식으로 검사의 능력을 평가해왔다. 그 같은 분위기에서 검사가 출세하는 방법은 좋은 검사가 되기 위해 노력하기보다는 정권 핵심부나 검찰 수뇌부와 어떻게든 연줄을 맺기 위해 노력하는 것뿐이었다. 이런 노력도 아무나 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대통령을 배출할 가능성이 높은 지역 출신인 경우에나 이런 노력으로 결실을 볼 수 있었다. 만약, 어느 병원에서, 수술을 잘하는 의사보다는 병원장과 친한 의사들만 승진하고 그런 의사들이 주요 수술을 맡는다면, 그 병원은 머지않아 환자들의 신뢰를 잃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이제까지 '대한민국 검찰'에서는 '업무 능력'이 아니라, 지역 출신 요소에 의해 검사들의 출세 여부가 결정되곤 했다. 검찰이 국민 신뢰를 잃을 수밖에 없었던 이유 중 하나였다. 잘못된 인사 관행은 김대중 정부 때도 제대로 바뀌지 않았다. 김대중 정부는 호남에 대한 차별을 없앤다는 명분 하에 호남 출신들을 중용했고, 이는 불공정한 관행을 혁신하기보다는 오히려 영호남 대결 구도를 고착시키는 결과를 초래했다. 그래서, 김대중 정부 때는 물론이고, 노무현 정부 때도 그런 관행이 제대로 해소될 수 없었다.

 

지금 검찰 개혁은 공수처법 통과 라는 산을 이미 넘었고, ‘검경(檢警) 수사권 조정이라는 산 앞에 서 있다. ‘검경 수사권 조정이 성사된다 해도 부패 범죄. 경제 범죄. 공직자 범죄. 선거 범죄. 방위 사업 범죄 등에 대해서는 검찰이 여전히 수사권을 행사할 수 있다. 또한, 일반 사건의 경우에도 경찰 수사의 법령 위반이나 인권 침해 또는 고소인의 불복 등을 이유로 검찰이 수사에 개입할 여지가 충분히 있다. 검경(檢警) 수사권이 조정돼도 검찰이 여전히 국민의 신체와 생명에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치게 되는 것이다.

 

이는 검찰의 불공정한 인사 관행이 하루빨리 혁신되어야 할 필요성을 역설한다. 국민들의 신체와 생명이 더는 불필요한 위험에 내맡겨지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라도 검찰 인사가 혁신되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다. 진정으로 유능하고 정직한 검사들이 검찰총장직과 검사장직으로 대거 진출한다면, 국민들이 안심하고 사법 서비스를 받을 수 있을 뿐 아니라 사법적 결과에 승복하기도 훨씬 쉬워질 것이다.

 

2020년 추미애 장관의 인사 개혁은 아직 만족할 만한 수준에 도달하지 못했다. 검찰 본분에 부합하는 훌륭한 검사들이 주요 요직으로 진출하고, 그렇게 함으로써 검찰이 '안전한 병원'이 될 수 있도록 하려면, 좀더 철저한 인사 개혁을 감내하지 않으면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