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수(風水)

남의 땅에 있는 조상 묘지, 20년 이상시 인정

마도러스 2020. 11. 10. 03:03

■ 남의 땅에 있는 조상 묘지, 20년 이상시 인정

 

 헌법재판소, 남의 땅에 분묘 설치, 20년 점유시 권리 취득

 

땅의 주인이 다른 사람이어도 자신의 조상 묘지가 그곳에 설치돼 있었다면, 그 권리를 인정하도록 한 관습법이 헌법에 어긋나지 않는다는 헌법재판소 판단이 나왔다. 예로부터 인정된 관습법이 토지 소유권 개념 보다 우선한다는 이유에서이다. 헌재는 A씨가 옛 장사 등에 관한 법률 17조 등에 관해 청구한 헌법 소원 심판 사건에서 재판관 72의 의견으로 합헌 결정했다고 2020 11 08일 밝혔다.

 

A씨는 지난 1990년 아버지로부터 경기 부천시의 한 땅을 물려받았다. 이 땅은 부천시 역사·문화 유산으로 지정된 분묘가 설치돼 있었는데, A씨는 연고자를 찾을 수 없다는 이유로 허가를 받아 분묘를 철거하고, 화장해 유골을 다른 곳으로 옮겼다. 이후, 위 분묘를 관리하던 후손인 B씨는 A씨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냈다. B씨는 자신이 지난 2015 분묘 기지권 (분묘를 소유하기 위해 토지 일부분을 사용하는 권리) 취득했는데, A씨가 분묘를 옮긴 것은 불법 행위라고 했다. 법원은 B씨의 주장을 받아들여 A씨가 1580만원의 손해를 배상하라고 확정 판결했다.

 

토지에 대한 권리를 가지려면, 등기가 필요하지만, 분묘 기지권은 관습법에 따라 인정되는 권리 중 하나이다. 즉 개인이 토지에 대한 권리를 인정받기 시작한 것은 근대 무렵인데, 분묘 기지권은 그 이전부터 관습에 따라 인정해왔으므로 현대의 법도 이를 존중하는 것이다. A씨는 위 조항 중 다른 사람의 땅에 허락 없이 분묘를 설치해도 20년간 점유하면 물권을 취득할 수 있게 하는 조항이 개인의 재산권을 침해한다며 헌법소원을 냈다.

 

헌재는 A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먼저 헌재는 관습법인 위 조항을 심리할 때는 보다 완화된 기준이 요구된다는 점을 언급했다. 헌재는 "위 조항은 임야에 대한 개인의 소유권이 인정되기 훨씬 전부터 용인됐던 관습이 법적 지위를 획득하게 된 것"이라며 "어느 임야에든 분묘를 설치하는 것에 대해 문제를 삼지 않던 역사가 상대적으로 길다. 관습법의 위헌 여부를 심사함에 있어 전통 문화를 통해 유지돼 온 우리 공동체의 이익을 적절히 고려하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한, "전통적인 장묘 문화에 대한 의식에 일부 변화가 생겼다. 여전히 분묘 기지권의 기초가 된 매장 문화가 자리 잡고 있고, 위 조항에 대한 사회 구성원들의 법적 확신도 남아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임야의 경제적 가치가 커지면서 토지 소유자가 이를 사용. 수익하지 못해 입게 되는 손실이 커진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토지의 경제적 가치가 상승했다는 이유만으로 분묘 설치 기간을 제한하고 이장을 강제한다면, 자손들에게 그 비용의 부담이라는 경제적 손실을 넘어 정서적 애착 관계 및 유대감의 상실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부연했다.

 

다만, 이종석. 이은애 재판관은 위 조항이 헌법소원의 대상이 될 수 없다는 의견을 냈다. 이들은 "관습법은 국회가 제정한 법률과 동일한 효력을 부여받은 규범이라고 볼 수 없다"면서 "분묘 기지권에 관한 관습법은 성립 당시부터 현재까지 전체 법질서에 반하지 않는다"며 각하 의견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