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 피해 심각

교회는 감염병 위기 앞에 흩어지는가?

마도러스 2020. 4. 10. 03:04



교회는 감염병 위기 앞에 흩어지는가?

 

20세기 최악의 감염병으로 꼽히는 스페인 독감이 유럽에 창궐했을 때, 유난히 사망자가 많이 발생한 스페인의 소도시가 있었다. 이슬람과 기독교 세력의 접점인 서부 요새 도시 사모라(Zamora)이다. 191810월 기준 이 도시의 독감 사망률은 10.1%로 같은 시기 스페인 전체 사망률(3.8%) 보다 훨씬 높았다. 감염이 확산되는 중에 이 도시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가진 가톨릭 주교가 행정 당국의 집회 금지에도 불구하고 신의 자비를 호소하는 집단 미사를 강행했기 때문이다.

 

당시 사모라(Zamora)가톨릭 교회스페인 독감을 악마라 부르며, “우리의 원죄와 하느님을 향한 감사가 모자란 결과라고 했다. 매일 미사에 모인 신자들은 그 때문에 독감이 더 빨리 퍼지는 줄도 모르고, 신의 의지로 이 고통을 끝내게 해달라며, ‘역병의 시대를 위하여라는 고대 기도문을 외웠다. 안타깝지만, 이런 종교적 무지20세기만의 일이 아니다. 코로나19 바이러스는 201912월 중국에서 시작되었다. 그리고, 전세계로 확산되었다. 미국 내의 코로나19 주요 확산지 중 하나인 뉴욕주에서는 맨해튼 인근 소도시의 한 유대교 회당이 집단 감염의 시작으로 지목되고 있다. 말레이시아 확진자의 60% 이상은 쿠알라룸푸르의 이슬람 사원 집회 참석자인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먼 나라 이야기만도 아니다. 국내 코로나19 확진자60% 정도는 신천지 교회와 관련이 있다. 교회 활동으로 인한 소규모 집단 감염이 부산, 성남 등 전국 곳곳에서 발생하고 있다. 종교의 자유는 보장해야 마땅하지만, 자신은 물론 이웃의 생명을 위협할 집회를 당분간 자제해 달라는 중앙 정부와 지자체의 호소에 일사불란하게 따르지 않고, 교회 예배를 강행하고 있는 일부 기독교 교회의 현실이다. 개신교도 중에는 이에 대처하기 위한 행정 당국의 점검을 박해로 받아들이는 사람도 있다.

 

정세균 국무총리가 20200321일 담화문을 통해서 사회적 거리 두기차원에서 종교 시설 등 운영을 보름간 중단하도록 했는데도 불구하고, 202003월 주말 예배 본 교회가 40%를 넘었다. 실행이 어려운 이유는 무엇일까? 일제 강점기, 냉전 분단기, 산업화 성장기모이는 교회를 통해 민중들의 고난을 위로하며, 신앙적 연대를 강조해온 한국 개신 교회의 특성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모이는 교회를 성장의 원동력으로 삼아온 교회에 현장 예배는 절대적 요소이다. 조직 체계상 중앙집권적이 아니라 총회와 노회, 지역 교회의 당회가 의사 결정 과정과 실행에 민주적으로 참여하는 체제이다. 그 안에 수평적, 민주적 다양성이 공존한다. 이런 체제는 대중적 변혁적 역동성이 있지만, 지역 교회들을 일사불란하게 통솔하지 못하는 약점도 있다. 한국 교회의 50-70%가 미자립 교회를 포함한 작은 교회이다. 이 교회들은 현장예배가 중단될 때, 장기적으로 존속에 치명적인 피해를 볼 가능성이 크다. 각 교단이 십시일반으로 대책을 세우지만 역부족이다.

 

2020년 코로나19 사태 이후, 각 종교 단체에서 일제히 활동 중지를 천명했다. 지금까지 개신교를 제외한 다른 종교에서는 집단 감염 사례가 나오지 않았다. 개신교 교회에서 유독 코로나 확산이 많은 이유는 무엇인가? 우선 코로나19 바이러스에 대한 정확한 정보 없이 과학적 근거가 없는 가짜 뉴스에 현혹되는 경향이 있다. 한국 교회 일각에 여전히 계몽이 필요한 부분들이 있다. 가짜 뉴스에 대한 정부의 강력한 추적 단속과 교정도 필요하다. 보수 성향이 짙을수록 기도와 신앙을 통한 치유 사역을 강조하는 경향이 있다. ‘모이는 교회의 예배를 통해 생명의 안전과 치유를 보장받을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신앙의 자유는 그 누구도 침해할 수 없는 기본권이다. 하지만, 신앙의 자유를 표현하는 방식을 담은 종교 행위의 자유는 그것이 생명의 안전을 위협할 수 있다고 판단될 때 제한될 수 있다. 교회는 이 땅에 사는 모든 생명들의 안전을 지키는 파수꾼으로서의 사명을 감당해야 한다. 예배가 감염 확산의 또 다른 진원지가 된다면, 이는 우리의 신앙이 지니는 공적 증언을 약화시키는 행위일 것이다.

 

다만, 정부 당국과 지자체는 이런 권한을 사용할 때, 명령 보다는 대화와 협력을 우선할 필요가 있다. 과잉 일반화와 강제적 언행은 불가피하게 저항을 불러일으킨다. 한국의 종교 시민 사회는 지난 세월 고난을 이기며 공권력에 대한 저항을 통해 자신의 길을 모색해온 집단 경험이 있다. 대화와 협력을 통한 자발적 참여의 길을 택해 가야 한다. 그것이 위기 속에서도 시민 민주주의를 진작시키는 길이다. 지자체는 지역 교회의 방역 활동을 전폭 지원하면서 계속 대화하고, 교회가 방역 활동의 주체로 전면에 나설 수 있도록 동기를 부여해야 한다. 교회 역시 자신들이 지역 사회의 생명을 지키는 주체라는 생각을 갖고 방역 당국을 초대한다는 자세로 함께 안전한 교회를 만들어가야 한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 같은 감염병이 앞으로 계속 되풀이해서 발생할 것이라고 말한다. 그때마다 종교 활동이 도마에 오를 것 같다. 코로나19 위기 속에 담긴 교회와 세상을 향한 하늘의 음성을 들을 수 있어야 한다. 인간의 탐욕이 만들어낸 반생태적 문명의 길을 가는 것을 멈춰야 한다. 그리고, 전 인류 공동체와 교회 공동체가 집단 지성과 지혜를 모으는 성찰의 시간을 가져야 한다. ‘멈추라, 성찰하라, 돌이키라를 새기며, 잘못된 목표를 과감히 수정하고 가던 길을 돌이켜 새로운 질적 삶을 창출해 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