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연설

중국 봉쇄 카드는 애초부터 정답 아니었다.

마도러스 2020. 3. 3. 23:06


중국 봉쇄 카드는 애초부터 정답 아니었다.

 

방역 전문가들은 왜 빗발치는 중국 봉쇄 요구를 거부했을까? 중국 봉쇄 카드는 코로나19 폐렴초기부터 지금까지 한국의 방역 정책이 될 조건을 충족하지 못했다. 중국 봉쇄론을 따지고 들어가다 보면, ‘방역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도달한다. 중국을 봉쇄해야 했는가? 중국발 입국자를 막지 않은 것은 코로나19 방역전의 최대 실책인가? 한 달째 이어지는 방역전 와중에 우리 사회를 둘로 분열시키는 거대한 질문이 등장했다. 이 질문은 방역은 물론이고, 인권. 경제. 외교. 더 나아가 안보에 걸쳐 있다. 방역이란 여러 영역을 포괄하여 국가 역량을 종합적으로 드러내는 과제라는 사실이 여기에서 드러난다.

 

방역은 환자에 대한 의료 행위를 넘어서 감염병에 대한 국가 차원의 대응이다. 이 종합적 접근법을 훈련한 전문가들의 모임이 한국역학회대한예방의학회이다. 두 학회는 20200210공동성명서를 냈다. “외국인 입국 제한은 국가 간 상호주의 원칙에 입각한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라고 썼다. 중국 봉쇄론에 대한 반박이다. 전문가들이 학회 공식 입장으로 중국 봉쇄론을 내쳐버렸으니, 여기서 모든 이야기는 끝나는 것이다. 하지만, 중국 봉쇄론은 사람들의 얄팍하고 아주 흥미로운 지점을 매우 잘 건드려 줄 수 있다. 중국을 봉쇄했다면, 코로나19 유입을 막았을 것이라는 환상이다. 이 주장은 좀 취약하다. 코로나19는 전파율이 높아서 글로벌 무역 세계화한 한국이 국경 통제로 막을 방법은 사실상 없다.


감염병 유행은 그 자체로도 위험하지만, 짧은 순간에 의료 시스템에 과부하가 걸리는 것이 더 치명적이다. 의료 시스템이 붕괴되면, 코로나19에 대응하다가 다른 환자들이 죽어 나간다. 봉쇄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분산하고 늦추기 위해서, 중국 봉쇄가 필요했다는 주장을 의료 현장에서 수고로움을 겪는 임상의들이 적지않게 하고 있다. 그렇다면, 한국역학회대한예방의학회왜 중국 봉쇄론을 거부했을까?

 

서울대 보건대학원 황승식 교수는 감염 역학자이다. 감염 역학은 질병이 분포되는 원리를 연구하는 학문이다. 감염은 감염 내과의 분야에 가깝지만, 감염병 유행은 전형적인 역학의 분야이다. “방역과 의료는 다릅니다. 의료 전문가가 의견을 낼 수는 있지만, 그것이 방역 정책이 되려면 구체적이고, 현실에서 작동 가능한 플랜이 있어야 합니다. 그래서 방역 책임자는 의료도 알아야 하지만, 또한 정책과 제도와 법률을 알아야 합니다. 결국 국가가 가진 자원을 어디서 어떻게 동원할지를 알아야 합니다.” “방역은 본질적으로 과학인 동시에 정치입니다. 과학만으로도 정치만으로도 안 돼요. 그 둘이 조화되어야 방역입니다.”

 

방역은 한정된 자원을 가지고 불확실성을 다루는 일이다. 신종 감염병은 불확실성 투성이다. 불확실성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과학이 필요하다. 불확실성은 방역의 본질적 조건이다. 불확실한 상황에서 정책 방향을 결정을 하고, 자원을 배분하고, 결과에 책임을 지는 것이 정치의 기능이다.

 

중국 봉쇄론NSC(국가안전보장회의) 테이블에 올라올 가치도 없다. 국내에 지역 감염이 시작되었는데, 중국을 봉쇄하는 실익이 사실상 없기 때문이다. 왜 그럴까? 코로나19는 전파력이 아주 높으면서 치사율은 상당히 낮다. 아주 활발하게 전파되지만, 대부분 경증에 그친다. 만약, 매우 치명적인 바이러스라면, 숙주를 다 쓰러뜨려버려서 널리 퍼지기가 어려울 것이다. 치명적이지 않기 때문에 숙주가 살아서 돌아다니면서 바이러스를 널리 전파한다.

 

만약, 치사율이 높고, 전파력이 낮은 바이러스라면, 최대한 봉쇄 전략를 펴는 것이 잘 먹힌다. 하지만, 치사율이 낮고, 전파력이 높으면, 봉쇄 전략이 먹히지 않는다. 코로나19 바이러스 속성과 일치한다. ‘코로나19’ 바이러스는 전파력이 매우 높다. 사스. 메르스 보다 높다. 그러므로, 봉쇄 전략이 전혀 먹히지 않는다. 치사율이 낮아서 봉쇄의 필요성도 상대적으로 낮다.

 

코로나19’ 바이러스가 무증상 감염을 일으킨다는 사실 역시 봉쇄 전략이 전혀 의미없게 만든다. 봉쇄 전략의 핵심 무기는 강력한 공항 검역과 감염자 동선 추적이다. 무증상 감염자는 공항 검역을 무사 통과하므로 봉쇄 전략에 구멍을 뚫는다. 봉쇄 전략망에 너무 큰 투자를 하지 말고, 자원을 중증 환자 치료와 감염 취약계층 관리로 돌리는 대응이 필요하다. 방역에서는 이를 봉쇄 전략과 대비하여 완화 전략이라고 부른다.

 

한국 질병관리본부역시 봉쇄 전략은 최소한으로 펼치면서 완화 전략을 초기부터 준비했다. 이런 바이러스는 봉쇄로 잡을 수 없으니까, 봉쇄 전략망이 뚫릴 것이라고 미리부터 예견했다. 정보를 알고 짜는 전략은 이렇게 달라진다. 중국 봉쇄론은 그래서 결과적으로 최선의 방법이 아니다. 그리고, 그 판단은 타당했다.

 

20200122, 북한은 중국 국경을 봉쇄했다. 20200128, 의사 협회가 중국 전역을 거쳐간 외국인 입국 금지를 주장했다. 0202일에는 대한감염학회가 같은 주장을 했다. 하지만, 그 당시에는 전파력 및 치사율 정보가 분명하지 않았다. 매 순간 결정을 내려야 하는 방역 책임자의 관점에서 보면, 위험 평가에 대한 정보가 터무니없었다. 방역 책임자는 곧바로 중대한 제약에 직면한다. 중국 내의 한국인까지 모두 봉쇄 대상으로 올릴 수는 없다. 방역의 목표가 국민 생명 보호라면, 입국하는 한국인을 봉쇄 대상에 포함하는 방역은 있을 수 없다. 한국인 입국은 허용해야 한다. 이것은 국가의 기본 의무여서 토론의 여지가 없다. 방역은 이런 의미로 가장 고도의 정치 행위이다.

 

중국을 방문한 한국인 입국자도 격리 대상이었다. 202001, 중국에서 입국하는 한국인은 하루 13000명이고, 중국에서 입국하는 외국인은 17000명이었다. 매일 3,000명 정도가 중국에서 입국했다. 격리 기간이 14일 이상이기 때문에 43000명 이상을 격리할 공간이 최소한필요하다. 하지만, 그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했다. 자가 격리를 권고하는 수밖에 없는데, 수만 명이 자가 격리를 잘 지킬 것이라고 기대하는 것은 방역 정책이라 하기 어렵다. 그래서, 중국 봉쇄 카드의 매력이 극적으로 떨어진다.

 

방역 책임자는 중국 전면 봉쇄국경 개방중에 하나를 고르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사실이 아니다. 중국발 입국자 중에 340%에 달하는 내국인은 그대로 들어와야 한다. 격리 수용도 불가능하다. ‘중국 전면 봉쇄카드는 그로 인해서 경제적. 외교적인 손실을 고스란히 감내하는 카드이다. 입국자 관리·등록을 강화하는 등 무리 없는 방법으로 유입 물길을 관리하면서 국경 개방과 국제 공조를 유지하는 카드가 필요했다. ‘중국 전면 봉쇄카드는는 비용은 많이 들어가고, 이득은 무엇인지 알 수 없는 수준이었다.

 

중국 봉쇄론은 첫눈에 매우 솔깃하고, 과학적으로 보이는데, 불확실성과 한정된 자원이라는 기본 조건을 넘어가지 못한다. 축구장에서는 선수가 최대한 자유롭게 플레이하도록 도와야 하는 것이 맞다. 그래서, 방역 정책 전체 책임자에게 힘을 실어주어야 한다.

 

방역 책임자는 근본적인 불확실성과 싸우며, 한정된 자원을 최선으로 배분하려고 매 순간 분투하는 사람이다. 단지 제한된 정보에 비추어 그 시점에서 타당한 답을 구해야 한다. 과학적 지식이 알려주는 자명한 해법이 한쪽에 있고, 그걸 왜곡하는 정치가의 욕망이 반대편에 있다. 이 허구적인 대립 구도 속에서, 전문가는 국민 생명을 위한 올바른 답을 알고, 정치가는 총선이나 지지층 결속 같은 다른 목표에 더 관심이 많다. 중국 봉쇄론을 둘러싼 논쟁의 바탕에는 이처럼 극적으로 다른 두 세계관이 깔려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방역이란 올바른 답을 아는 전문가에게 전권을 쥐여 주는 것이 맞는 일이다.

 

방역은 정치가 지나치게 작동할 때도 실패하지만, 정치가 작동하지 않을 때도 실패한다. 방역은 국민 생명이 걸린 일이므로 안보에 속하고, 안보는 가장 고도의 정치 행위이자 정치의 최상위 목표이다. 조르주 클레망소는 제1차 세계대전 시기에 프랑스 전시 내각을 이끈 수상이다. 그는 전쟁은 너무 중요해서 장군들에게 맡겨둘 수 없다라는 유명한 말을 남겼다. 역학자들이라면 이 문장을 곧바로 이렇게 바꿀 것이다. 방역은 너무 중요해서 의사들에게만 맡겨둘 수 없다.

 

지금까지 우리는 한정된 자원을 가지고 불확실성을 다루는 일이라는 방역의 기본 원리만을 이용해서 중국 봉쇄 전략을 검토했다. 물론 우리는 여전히 불확실성의 제약 아래 있다. 먼 미래에 코로나19 바이러스의 감염 차단 정책에 대해서 중국 봉쇄론이 실제로 유효했다고 밝혀질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 있다. 하지만, 현재까지 주어진 정보로 보면, ‘중국 봉쇄론대신에 국경 개방론을 유지한 선택은 최선일지는 알 수 없으나 적어도 타당하다. 우리는 아직까지 국경 개방을 유지해서 얻는 본질적 이익은 계산에 넣지도 않았다. 무역이나 외교상의 이익 말고, 방역에 주는 이익이다.

 

세계보건기구(WHO)는 국제 공조와 다자주의 원칙을 내세운다. 과학적 근거가 없는 국경 봉쇄는 세계보건기구(WHO)국제 보건 규칙’(IHR) 국제법 위반이다. ‘국제 보건 규칙은 국제법 지위를 가지고 있으므로, 지금의 중국 봉쇄론광풍은 국제법 위반이라고 저명한 의학 저널 랜싯’(LANCET)은 지적한다. ‘국제 보건 규칙은 이상주의자의 몽상에 휘둘린 결과물이 아니다. 감염병과 싸우려면, 국제 공조와 다자주의 원칙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역사의 교훈 때문이다.

 

19세기 유럽은 주기적으로 유행하는 콜레라 때문에 큰 고통을 겪었다. 1831년에 프랑스는 지중해 국가들의 위생 상태를 알아보려 조사관을 보낸다. 그는 각국이 서로 다른 검역 수단과 단위를 사용하는 터라 유럽 차원의 질병 대책을 만들기 어렵다는 사실을 보고했다. 1851, 프랑스는 수도 파리에 유럽 각국을 불러 모아 국제 위생 회의를 개최한다. 전염병은 교역과 여행을 통해 퍼져 나가므로 국제 협력이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여기서 최초로 형성된다.

 

이 정신은 20세기에도 끊기지 않고 발전해나갔다. 결국, 2005국제 보건 규칙’(IHR)로까지 이어진다. 가장 중요한 과제는 정보 공조이다. 방역이란 근본적으로 불확실성을 다루는 일이므로 정보의 투명성은 감염병에 맞서는 가장 중요한 무기이다. 이것은 국제 공조. 다자주의와 떼놓고 생각할 수 없다. 중국 우한에서 201919월 발생했던 괴질병이 코로나 바이러스의 일종이라는 사실을 즉시 공유하느냐 아니냐가 한국 같은 이웃 나라의 방역에는 결정적으로 중요하다. 다자주의와 국제 공조가 훼손되면, 무역이나 외교 관계까지 갈 것 없이 방역 그 자체가 훼손된다.

 

다자주의와 국제 공조는 참여한 국가들 모두에게 이익이 되지만, 자국 우선주의의 역습에 언제나 취약하다. 국제 자유 무역의 역사는 이런 원리를 먼저 보여줬다. 자유 무역은 모든 나라에 이득이 된다고 여겨지지만, 1929년 대공황 이후에는 당장 다급해진 각국 정부가 보호 무역 장벽을 쌓았다. 이는 결국 제2차 세계대전으로 이어진 국제 분쟁의 씨앗이 되었다. 2차 대전 이,후 패권 국가로 떠오른 미국은 보호 무역을 막고, 자유 무역을 유지하는 데 국력을 쏟았다. 국제 보건 협력의 역사는 국제 자유 무역의 역사 보다는 뒤처져 있다. 다자주의와 국제 공조가 중요하다는 합의에는 도달했지만, 그것을 돌이킬 수 없는 규범으로 굳히지는 않았다.

 

한국 정부가 다자주의 원리에 유난히 헌신적이어서 중국 봉쇄를 택하지 않았다고 볼 필요는 없다. 중국 봉쇄 카드는 애초에 한국의 방역 정책이 될 조건을 충족한 적이 없었다. 그렇기는 해도 한국 정부는 글로벌 국경 봉쇄의 광풍이 불어 닥친 시기에 어떤 의미로는 얼떨결에 개방과 다자주의와 국제 공조의 최선봉에 서게 되었다. [글 발췌: “중국 봉쇄 카드는 애초부터 답이 아니었다” (시사IN, 입력: 202003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