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장생 회춘)

인간 자연 수명은 38세, DNA 분석 결과

마도러스 2020. 1. 9. 21:46


■ 인간 자연 수명은 38세, DNA 분석 결과


● 인간의 기대 수명 급증은 생활 양식 변화 및 의학 발달 덕분


생명체는 나이가 들면, 생물학적 기능이 약해진다. 그러다가 결국에는 그 기능이 정지되고 만다. 수명(壽命)이라고 불리는 이 기간은 생물 종마다 천차만별(千差萬別)이다. 척추 동물의 경우, 망둥이과 작은 물고기인 피그미 망둥이는 8주 밖에 살지 못하지만, 북극 심해에 사는 그린란드 상어는 400년 이상 산다. 포유 동물에선 숲땃쥐가 2.1년으로 가장 짧은 동물에 속하고, 북극 고래는 200년 이상으로 추정된다. 생명체의 설계도인 DNA를 들여다보면, 수명(壽命) 차이의 비밀을 알 수 있지 않을까?


DNA는 세월의 흐름에 따라 화학 구조가 바뀐다. 그 가운데 하나로 DNA 메틸화(methylation)라는 현상이 있다. 메틸화(methylation)란 DNA에 메틸기(methyl group)가 달라붙는다는 뜻이다. 메틸기는 후성 유전 물질 가운데 하나이다. 염기 서열 부위에 달라붙어 유전자 발현을 억제하는 구실을 한다. 후성 유전 물질이란 염기 서열을 바꾸지 않은 채, 유전자 발현을 제어하는 물질을 말한다. 이 메틸기(methyl group)가 잘 달라붙는 곳이 염기 시토신(cytosine)과 구아닌(guanine)이 짝을 이뤄 결합하는 부위(CpG site)이다. 이곳에서 시토신(cytosine)이 메틸화해서 5-메틸-시토신이 된다. 얼마 전에 이 메틸화 현상을 분석해서 개와 사람 나이를 비교 환산하는 방법이 BioRxiv 온라인 논문집 2019년 11월 04일 발표된 데 이어, 이번엔 사람을 포함한 포유 동물의 자연 수명 (최대 수명, 즉 질병 등의 변수를 배제하고 노화에 기초한 수명)을 계산한 연구 결과가 나왔다.


오스트레일리아 연방 과학원(CSIRO)의 분자 생물학자 벤저민 메인(Benjamin Mayne)과 웨스턴 오스트레일리아 대학 연구진은 포유 동물들의 DNA를 분석한 결과, DNA 메틸화(methylation)가 진행되는 시피지(CpG) 부위의 밀도가 수명과 일정한 관계가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 DNA 메틸화(methylation)에서 수명 시계 모델 개발


연구진은 우선 온라인에 공개되어 있는 척추 동물 252종의 게놈 정보를 확보했다. 그리고, 이를 동물의 수명, 촉진 유전자 (promoter 유전자, 즉 DNA에서 RNA를 합성하는 전사가 시작되는 부위의 유전자) 관련 데이터와 비교 분석했다. 그 결과, 연구진은 촉진 유전자 내의 시피지(CpG)  밀도를 근거로 척추 동물의 자연수 명을 정확하게 예측해낼 수 있었다. 연구진은 42개의 촉진 유전자를 분석 대상으로 삼았다. 이 가운데 12개는 부정적, 22개는 긍정적으로 수명에 작용했다. 나머지 8개는 특별한 상관 관계를 갖고 있지 않았다. 연구진은 극히 소수의 유전자만으로 수명을 예측하는 이 수명시계 모델은 모든 척추 동물뿐 아니라, 우리가 잘 모르거나 멸종된 종의 수명을 예측하는 데도 이용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연구진은 이 수명 시계 모델을 적용해서 멸종된 코끼리과 동물 2종의 수명을 예측했다. 수명이 65년으로 알려진 아프리카 코끼리의 게놈을 토대로 털 매머드와 팔라에오록소돈 안티쿠스(일직선 상아 코끼리)의 수명을 추정한 결과, 둘 다 60년이 나왔다. 1914년 멸종된 여행 비둘기의 수명은 28년으로 추정됐다.


● 침팬지. 네안데르탈인, 현생 인류 등의 자연 수명은 비슷


연구진은 이 모델을 인간의 수명에도 적용했다. 38년이란 답이 나왔다. 이는 인류 초기의 수명을 40년으로 추정해 온 그동안의 인류학 연구들과 거의 일치했다. 유인원인 침팬지, 인류의 사촌격인 데니소바인, 네안데르탈인과 얼마나 차이가 날까? 침팬지의 수명은 39.7년, 데니소바인과 네안데르탈인의 수명은 37.8년이었다. 멸종된 인류의 사촌들과 초기 현생 인류의 수명은 비슷했다는 얘기이다. 연구진은 "의학 기술의 발달과 생활 양식의 변화가 지난 200년 동안 인간의 평균 수명을 2배 이상 늘려 놓았다"고 지적했다.


반면, 정반대 결과를 보여주는 장수 동물도 있다. 최장 211살까지 확인됐던 북극 고래의 자연 수명은 268년으로 나왔다. 자연 수명보다 57년이나 적게 산 셈이다. 죽을 때의 나이가 100살을 약간 웃돌았을 것으로 추정된 핀타섬 거북의 최대 수명은 120년이었다. 이는 장수 동물들의 경우는 나이가 들면서 노화 관련 질병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일 것으로 연구진은 추정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과학 저널 ‘네이처’ 자매지인 ‘사이언티픽 리포츠’ (Scientific Reports) 2019년 12월 12일자에 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