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

내 인생에 황혼이 들면 (김준엽)

마도러스 2018. 8. 8. 01:16


■ 내 인생에 황혼이 들면 (김준엽)


내 인생에 황혼이 들면
나는 나에게 물어 볼 이야기들이 있습니다.

내 인생에 황혼이 들면
나는 나에게 사람들을 사랑했느냐고
물을 것입니다.

그때 가벼운 마음으로 말할 수 있도록
나는 지금 많은 사람들을
사랑하겠습니다.

내 인생에 황혼이 들면
나는 나에게 열심히 살았느냐고
물을 것입니다.

그때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도록
나는 지금 맞이하고 있는
하루 하루를 최선을 다하며
살겠습니다.

내 인생에 황혼이 들면
나는 나에게 사람들에게
상처를 준 일이 없었냐고
물을 것입니다.

그때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도록
사람들을 상처 주는 말과 행동을
하지 말아야 하겠습니다.

내 인생에 황혼이 들면
나는 나에게 삶이 아름다웠느냐고
물을 것입니다.

그때 기쁘게 대답할 수 있도록
내 삶의 날 들을 기쁨으로
아름답게 가꾸어 가야겠습니다.

내 인생에 황혼이 들면
나는 나에게 어떤 열매를 얼마만큼
맺었느냐고 물을 것입니다.

내 마음 밭에 좋은 생각의 씨를 뿌려
좋은 말과 좋은 행동의 열매를
부지런히 키워야 하겠습니다.

★ 작자는 한때 윤동주로 잘못 알려져 있었으나 실제로는 뇌성 마비 시인 김준엽이다.

★ 김준엽 시인 : 중증 뇌성 마비 환자로 손가락 하나조차도 자기 의지대로 움직여지지 않아 펜을 입에 물고 시를 써서 2011년에는 첫 시집 ‘그늘 아래서’를 출간했다. 그리고, 그는 뇌성 마비 스포츠 종목인 보치아 국가 대표 선수로 2014 인천 장애인 아시안 게임에 출전했다.

억울한 사연은 장애인 문학지 ‘솟대 문학’에 의해 전해졌다. 솟대 문학이 조사한 결과, 김준엽 시인은 1990년대에 하이텔 사이버 문단을 통해 자신의 시들을 발표하며 문학 활동을 했었다. 1995년 봄 서울에 있는 한 출판사가 시집을 발간해주겠다고 시 작품들을 받아간 뒤, 문을 닫게 되었다. 그 후, 시집은 출간되지도 못한 채 작품을 돌려받지 못했다. 그런데, 그의 이 시가 ‘내 인생에 가을이 오면’이라는 이름으로 바뀌어 윤동주 또는 정용철, 작자 미상 등의 이름으로 떠돌고 있다는 사실이 발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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