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전자 가위 정확도 1만배 향상 성공
국내 연구진이 잘못된 유전자를 잘라 내 문제를 해결하는 차세대 유전자 교정 기술 '크리스퍼(CRISPR/Cas9) 유전자 가위'의 정확도를 1만배 이상 높이는 데 성공했다. 이 기술을 이용하면, 문제가 되는 유전자만 콕 집어 자를 수 있기 때문에 암, 혈우병 등 난치성 유전 질환 치료에 획기적인 진전을 가져올 것이라는 것이 의학계 전망이다.
서울대 화학부 김성근 교수와 캐나다 앨버타대 바실 허버드 교수 공동 연구팀은 유전자 가위 정확도를 획기적으로 높인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 기술 개발에 성공했다고 2018년 04월 25일 밝혔다. 이번 연구 성과는 네이처 자매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 2018년 04월 13일자 온라인판에 실렸다.
유전자 가위란 DNA에서 질병을 일으키는 유전자를 자르거나 교체하는 기술이다. 각종 암. 혈우병. 근육 퇴행 위축 등 희귀 난치 질환에 이르기까지 유전병을 근본적으로 고칠 치료법으로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있다. 그중에서도 3세대 유전자 가위 기술인 크리스퍼 유전자가위는 문제가 있어 잘라야 할 목표 DNA 염기 서열에 찾아가서 달라붙는 '가이드 RNA(크리스퍼)' 분자와 DNA를 자르는 가위 효소 '카스9(Cas9)'가 짝을 이룬 복합체이다.
현재까지 가장 앞서 있는 기술이지만,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는 유전자 교정 과정에서 목표로 하지 않은 멀쩡한 유전자까지 잘라버려 의도치 않은 변이를 유발하는 '표적 이탈(Target-off)'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 한계로 지적되어 왔다. 가이드 RNA가 목표 DNA, 유사 DNA를 헷갈려 오류를 일으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아직까지 인간 유전자 질환 치료에 직접 적용하기엔 위험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2017년 05월에는 미국 스탠퍼드 대학과 아이오와 대학 소속 연구진이 "크리스퍼 유전자가위는 흔히 예측하는 것 보다 훨씬 큰 규모로 '의도치 않은 변이'를 일으킨다"는 보고서를 국제 학술지 '네이처 메소즈(Nature Methods)'에 제출하면서 커다란 논쟁을 촉발하기도 했다. 저자들이 2018년 03월 해당 논문을 철회하면서 논란이 일단락됐지만, 의도치 않은 변이를 일으킬 수 있는 표적 이탈 문제는 여전히 유전자 가위 임상에 커다란 걸림돌로 작용한다.
이 때문에 전 세계적으로 표적 이탈을 줄이려는 시도가 이어지는 가운데 김성근 교수팀이 유전자 가위 정확도를 1만배 이상 높이는 데 성공했다. 목표 DNA 적중률을 획기적으로 끌어올림으로써 '부작용 없는 유전자 치료법 개발' 가능성을 열었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논문 공동 저자인 서울대 성기원 연구원은 "목표 DNA 이외에 다른 DNA를 잘못 자를 확률을 1만-2만배 가량 줄였다"며, "기존 유전자 가위가 유사 DNA까지 실수로 절단할 확률이 1%라면, 새로운 기술은 1만분의 1인 0.0001%까지 실수 확률을 낮췄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목표 DNA를 자르는 능력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오차율만 줄였다는 점에서 호평을 받는다.
표적 이탈을 줄이기 위한 그동안의 선행 연구는 주로 가위 효소인 '카스9'를 변형하는 데 초점을 맞췄지만, 연구팀은 가이드 RNA의 변형을 시도하는 새로운 접근 방법을 택했다. 이를 위해 연구팀은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의 핵심 구성 요소인 가이드 RNA 중 일부분을 가교 핵산(BNA)으로 불리는 화학 합성 물질로 바꿨다. 그랬더니 BNA와 합성한 가이드 RNA가 유사 DNA를 꽉 붙들어 매지 못해 유전자 가위가 잘 듣지 않았다. 이를 통해 의도치 않은 유전자 변이를 일으키지 않고, 목표 DNA를 찾는 정확도가 향상됐을 뿐만 아니라 체내에서 안정적으로 기능을 유지한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공동 연구팀은 신기술에 대한 특허를 출원하는 한편 치료법을 개발하기 위해 글로벌 제약사와 협업을 강화할 계획이다. 허버드 교수는 "카스9는 99% 확률로 정확하게 염기 서열을 잘라내지만, 한 번 자르면 돌이킬 수 없기 때문에 1% 확률조차 치명적일 수 있다"며, "표적 정확도를 1만배까지 높인 이번 기술을 토대로 새로운 유전자 치료법을 개발하기 위해 제약회사들과 손잡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서울대 김성근 교수는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 기술을 실제 유전병 환자 치료에 활용한다는 궁극적 목표에 한 걸음 더 다가설 것으로 기대한다"며, "이번 연구에 대한 해외 반응이 상당하다"고 설명했다.
★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 : 질병을 일으키는 유전자 등 목표 유전자를 스스로 찾아 잘라내거나 붙이는 데 사용되는 인공 효소이다. 제3세대 유전자 가위 기술로 불리는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는 크리스퍼라는 RNA가 DNA 염기 서열 중 표적 위치에 달라붙으면 절단 효소(Cas9)가 이를 잘라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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