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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를 여자로 전환, DNA 스위치 발견

마도러스 2018. 6. 26. 00:36


남자를 여자로 전환, DNA 스위치 발견      

 

"아들로 할까딸로 할까?" 영국과 미국 과학자들이 쥐 실험을 통해 포유류 성별을 결정하는 'DNA 스위치'를 찾아냈다. DNA 스위치를 유전자 가위로 조작하면수컷을 낳을지암컷을 낳을지를 미리 결정할 수 있다영국 프랜시스크릭 연구소와 런던 유니버시티 칼리지미국 유타대 등 공동 연구진은 포유류 Y염색체 내에 성결정 유전자 'SRY' 발현을 결정하는 DNA 스위치를 찾았다고 2018년 06월 밝혔다.

 

인간을 비롯한 포유류 성별은 염색체로 결정된다염색체에는 인체 모든 기능을 담당하는 DNA가 들어 있다인체에는 22쌍의 일반 염색체와 X, Y로 이뤄진 성(염색체가 있다. Y염색체에는 고환을 만들고 성 분화에 결정적 역할을 하는 세르톨리(Sertoli) 세포 분화를 유도하는 유전자 SRY가 들어 있다. SRY는 성 결정 유전자로 잘 알려진 'SOX9'을 자극한다. SOX9은 고환 발생과 세르톨리(Sertoli) 세포 분화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면서 인간일 경우, '남성'답게동물일 경우 '수컷'답게 만드는 역할을 한다.

 

생물에 존재하는 DNA는 아데닌(A), 구아닌(G), 시토신(C), 티민(T) 네 가지 염기가 끊임없이 나열돼 있다이 중 일부 염기 서열이 유전자가 되고이것이 SRY나 SOX9처럼 특정 단백질을 만들어낸다유전자가 되지 못한 나머지 염기 중 일부가 유전자를 누르는 스위치 역할을 하는데이를 '인핸서'(inhanser)라고 부른다유전체 전체에 약 100만개의 인핸서(inhanser)가 유전자 2만 1000개를 제어한다고 알려져 있다성 결정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SOX9의 인핸서(inhanser)는 200만개 염기 중 산재해 있다.

 

이번에 DNA 스위치를 찾아낸 연구진은 쥐 배아에서 수컷과 암컷이 결정되기 직전과 후를 비교했다그 결과 1차적으로 16개 인핸서(inhanser) 후보군을 찾아낸 뒤최종적으로 557개 염기쌍으로 이뤄진 '인핸서 13'을 찾아냈다. SRY 유전자 버튼을 찾아낸 셈이다연구진은 "SRY 유전자에서 50만 염기쌍이 떨어진 곳에서 발견됐다", "인핸서 13은 SRY를 켜기 위해 고리 형태를 만들어 유전자와 접촉하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유전자 가위 기술을 적용해 쥐 배아에서 인핸서 13을 제거하자, SRY가 켜지지 않았고결국 SOX9도 활성화되지 않았다이렇게 태어난 쥐는 남성 염색체(Y 염색체)를 갖고 있었지만수컷 쥐로 태어나지 않았다빈센트 할리 호주 허드슨 의학 연구소 교수는 사이언스와 인터뷰하면서 "건초 더미에서 바늘 구멍이 있는 지역을 정확히 찾은 것과 같다", "인핸서 13 혼자서 성()을 결정하는 스위치 역할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연구진은 이번 연구가 성과 관련된 질병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SOX9 유전자에 변이가 있거나 제대로 발달되지 않을 경우골격 형성 장애 등이 나타날 수 있다. Y염색체를 가진 아기들 중 일부가 여자로 태어나는 이유 등도 설명할 수 있다일반적으로 5500명 중 1명꼴로 이처럼 성과 관련된 문제가 발생한다고 알려져 있다할리 교수는 "환자들을 대상으로 원인 불명의 성과 관련된 문제를 겪고 있는 환자들 유전체에서 인핸서 13의 이상 유무를 확인하고 있다"고 말했다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 2018년 06월호에 게재됐다.

 

한국 생명공학 연구원 국가 영장류 센터 허재원 책임 연구원은 "SRY를 비롯해 SOX9, 그리고 인핸서 13을 이루고 있는 염기 서열이 인간에게도 존재하는 만큼 이번 연구 결과는 인간으로 확장시켜 설명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그는 "인핸서 13이 영향을 미치는 SRY나 SOX9은 1차 성징, 2차 성징 등 성이 발현되는 중요한 시기에 작동한다", "태아 때 만약 인핸서 13 이상 유무를 확인할 수 있다면성 발달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질병을 사전에 방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