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공부

그게 좋을지 나쁠지 누가 알겠습니까?

마도러스 2017. 5. 2. 11:58


■ 그게 좋을지 나쁠지 누가 알겠습니까?

옛날에 어느 왕이 사냥을 하다가 손가락을 다쳤다. 왕은 사냥을 나갈 때면 언제나 자신을 수행하던 의사를 불렀다. 의사는 왕의 상처에 붕대를 감았다. 왕이 물었다. “계속 사냥을 해도 아무 일 없겠는가?” 의사가 대답했다. “그게 좋을지 나쁠지 누가 알겠습니까?”

왕과 일행들은 사냥을 계속했다. 궁으로 돌아오고 나서 상처가 덧나자 왕은 그 의사를 다시 불렀다. 의사는 상처를 소독하고 조심스럽게 연고를 바르고는 붕대를 감았다. 왕이 걱정되어 물었다. “확실히 괜찮겠는가?” 의사는 또다시 답했다. “그게 좋을지 나쁠지 누가 알겠습니까?”

왕은 불안해졌다. 왕의 예감은 들어맞았다. 며칠 만에 왕의 손가락은 너무 심하게 곪았다. 결국, 의사는 왕의 손가락을 잘라내야만 했다. 무능한 의사 때문에 머리끝까지 화가 난 왕은 직접 의사를 지하 감옥으로 끌고 가서 그 의사를 감방에 처넣었다. “감방에 갇히니까, 기분이 어떠냐? 이 돌팔이야!”

의사는 어깨를 움츠리면서 대답했다. “폐하, 감옥에 갇힌 것이 좋을지 나쁠지 누가 알겠습니까요.” 왕은 냉소를 퍼부었다. “무능하기만 한 게 아니라 제정신이 아니로구나!” 왕은 그렇게 말하고서 자리를 떠났다. 몇 주 후, 상처가 아물자 왕은 다시 사냥을 하러 궁 밖으로 나갔다. 동물을 쫓다가 일행으로부터 멀어지게 된 왕은 숲 속에서 길을 잃었다. 길을 헤매던 왕은 숲 속 토인들에게 잡히고 말았다.

그날은 마침 토인들의 축제날이었다. 그런데, 그들로서는 밀림의 신에게 바칠 제물이 생긴 셈이었다. 토인들이 왕을 큰 나무에 묶어놓고 제물을 잡기 위해 칼을 가는 사이 무당은 주문을 외우면서 춤을 추기 시작했다. 무당이 날카롭게 간 칼로 왕의 목을 치려다가 소리쳤다. “잠깐! 이 사람은 손가락이 9개밖에 없다. 신께 바칠 제물로는 불경스럽다. 풀어줘라!”

가까스로 풀려난 왕은 며칠 만에 왕궁으로 돌아가는 길을 찾았다. 그리고, 곧바로 지하 감옥으로 가서 그 지혜로운 의사에게 말했다. “그게 좋을지 나쁠지 누가 알겠느냐고 실없는 소릴 할 때는 멍청이라고 생각했는데, 이제 와서 생각해보니 그대가 옳았네. 손가락을 잃어버린 것이 좋았던 거야. 하지만, 그대를 감옥에 가둔 건 내가 나빴던 것이네. 미안하이.”

의사는 조심스럽게 대답했다. “폐하, 무슨 말씀이십니까? 제가 감옥에 갇힌 것이 나빴다니요? 저를 감옥에 가두신 것은 아주 좋은 일이었습니다. 그렇지 않았다면, 저는 그 사냥에 폐하를 따라나섰을 것입니다. 그리고, 제가 잡혔다면 제물이 되었을 것입니다. 저는 10개 손가락을 다 가지고 있지 않습니까!” [아잔 브라흐마(Ajahn Brahma)의 ‘시끄러운 원숭이 잠재우기’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