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명 망토, 만능형 메타 물질 개발
2017년 03월 ‘이달의 과학 기술인’ 수상자로 박남규 서울대 교수가 선정되었다. 그는 파동 에너지를 자유롭게 제어할 수 있는 만능형 메타 물질을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 그는 탄성값과 밀도 등을 완벽하게 제어할 수 있는 ‘메타 원자’를 제작해서 그동안의 기술적 한계를 극복했다. 메타 물질이란 자연계에 존재하지 않는 인공 물질로 굴절값, 밀도값, 탄성률 등이 음(-)인 특성을 가진다. 빛, 전자파, 음파 등 파동 에너지를 제어하기 때문에 전자파를 차단하거나 숨길 수도 있다. 세계적인 과학 저널 ‘사이언스’가 21세기 10대 과학적 성과로 메타 물질을 활용한 렌즈를 꼽을 만큼 세계적으로 관심이 뜨겁다.
뮤지컬이나 클래식 음악을 감상하는 공연장에서 기둥에 가려진 구석진 좌석은 흔히 ‘비추’(추천하지 않음)하는 자리다. 무대 위 소리가 기둥에 가로막히며 제대로 전달되지 않기 때문이다. 앞으로는 과학 기술의 발전 덕택에 그런 불편함이 대폭 줄어들 전망이다. 음향 투명 망토를 기둥에 씌우기만 하면 기둥이 없는 것처럼 소리가 퍼져 나갈 수 있다. 음향 투명 망토를 구현해 낸 기술이 바로 바로 ‘만능형 메타 물질’이다.
2006년 메타 물질이란 개념이 처음 공론화되었다. 영국 임피리얼 대학 물리학과 존 펜드리(John Pendry) 교수가 메타 물질을 이용해 사람의 눈에 보이지 않게 만드는 개념을 제시하면서 본격적인 연구가 시작됐다. 문제는 기존 기술로는 원하는 방식으로 특이한 성질을 구현하는 것이 한계가 있다는 점이다. 메타물질로 은폐하거나 차단하려는 물질의 모양이나 구조에 변형이 생기면 기술 적용 자체가 어려워진다. 다양한 모양의 사물에 씌우면 투명 망토의 기능이 유지되기 어려운 것도 이 때문이다. 박남규 교수는 탄성값과 밀도 등을 완벽하게 제어할 수 있는 ‘메타 원자’를 제작해서 그동안의 기술적 한계를 극복했다. 밀도나 탄성값 등을 하나씩 조절하는 기존 방식에서 벗어나 원하는 결과를 위해 밀도와 탄성값을 자유 자재로 조절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기존 방식은 내가 원하는 결과를 만들기 위해 어디까지 원자들을 ‘튜닝’해야 할지 모르는 상황에서 반복적인 시행착오를 거쳤다. 이제 원하는 결과를 위해 어떤 구조, 어떤 값을 가져야 할지 설계할 수 있게 됐다. 개발 과정에서 규칙 없이 무질서하게 파동 에너지를 전달하는 게 아니라 사용자가 원하는 방식으로 제어할 수 있는 장치를 고안해 냈다. 이 원리를 메타 물질에 적용하면 메타 물질의 복잡한 구조에서도 질서를 찾아 에너지를 전달할 수 있게 된다. 응용 분야는 무궁무진하다. 레이더에 잡히지 않는 전투기용 투명 망토, 지진파를 흡수하거나 차단하는 장치, 통신용 안테나 등에 적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밀물과 썰물의 차이가 큰 지역에만 설립할 수 있었던 조력 발전소가 대표적이다. 메타 물질을 통해 잔잔한 파도를 한 군데로 몰아 낙차를 크게 만든 후 터빈을 돌릴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어느 해변에서도 조력 발전이 가능하다. 배율이 높아져도 굴곡이 생기지 않는 고배율 광학 렌즈를 만들 수도 있다. 기존에 카메라나 현미경 등에 사용되는 렌즈는 배율이 높을수록 굴곡이 심해져 왜곡이 발생했다. 잠수함에 음향 투명 망토를 덧입히면, 위치 파악이 불가능한 스텔스형 잠수함도 만들 수 있다. 군사 전문가들이 만능형 메타 물질에 각별한 관심을 보이는 이유이다.
메타 물질에 기반한 시장은 신성장 산업이 탄생할 블루 오션(blue ocean)으로 점쳐진다. 시장 조사 업체에 따르면, 전 세계 메타 물질 응용 시장은 2011년 2억 5,610만 달러에서 2016년 7억 5,870만 달러로 급속도로 증가하는 추세이다. 오는 2021년에는 약 19억 달러에 이를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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