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라!

늘 기뻐서 울었고 좋아서 웃었다

마도러스 2015. 3. 19. 15:12


늘 기뻐서 울었고 좋아서 웃었다

 

아내를 잃고 혼자 살아가는 노인(老人)이 있었다. 젊었을 때에는 힘써 일하였지만, 이제는 자기 몸조차 가누기가 힘든 노인(老人)이었다. 그런데도 장성한 두 아들은 아버지를 돌보지 않았다. 어느 날, 노인(老人)은 목수를 찾아가 나무 궤짝 하나를 주문하였다. 그리고, 그것을 집에 가져와 그 안에 유리 조각을 가득 채우고, 튼튼한 자물쇠를 채웠다. 그 후, 두 아들에게는 한 가지 의문이 생겼다. 아버지의 침상 밑에 못 보던 궤짝 하나가 놓여 있었기 때문이었다. 아들들이 그것이 무어냐고 물으면, 노인(老人)은 별게 아니니 신경 쓰지 말라고 말할 뿐이었다. 궁금해진 두 아들은 아버지가 없는 틈을 타서 그것을 조사해보려 하였지만, 자물쇠로 잠겨져 있어서 안에 무엇이 들어 있는지 알 수 없었다. 궁금한 것은 그 안에서 금속들이 부딪치는 것 같은 소리가 난다는 것이었다. 아들들은 생각하였다. “그래! 이건 아버지가 평생 모아 놓은 금은(金銀) 보화(寶貨)일거야!” 두 아들은 그때부터 번갈아 가며, 아버지를 모시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얼마 뒤, 그 노인(老人)은 죽었다. 두 아들은 아버지의 장례(葬禮)를 치르고 난 후, 드디어 그 궤짝을 열어 보았다. 깨진 유리 조각만이 가득 들어 있는 것을 발견하고, 큰 아들은 화를 내었다. “아버지한테 당했군!” 그리고, 궤짝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는 동생을 향해 소리 쳤다. “왜? 궤짝이 탐나더냐? 그럼, 네가 가져라!” 막내 아들은 형의 말을 들었는지 못 들었는지, 한참 동안 그 자리에 서 있었다. 충격을 받은 모양이었다. 적막한 시간이 흘렀다. 1분. 2분. 3분! 막내 아들의 눈에는 금새 이슬이 맺히더니 이윽고 주루룩 흘러내렸다.

 

막내 아들은 그 궤짝을 집으로 옮겨왔다. 아버지가 남긴 유품 하나만이라도 간직하는 것이 그나마 마지막 효도라 생각한 것이다. 아내는 구질구질한 물건을 왜 집에 들이느냐며 짜증을 냈다. 그는 아내와 타협을 했다. 유리 조각은 버리고, 궤짝만 갖고 있기로 했다. 궤짝을 비우고 나니, 밑바닥에 한 장의 편지가 들어 있었다. 막내 아들은 편지를 읽다가 꺼억꺼억 소리 내어 울기 시작했다. 나이 마흔을 넘긴 사나이의 통곡 소리에 그의 아내가 달려왔다. 아들. 딸도 달려왔다. 그 글은 이러하였다.

 

“첫째 아들을 가졌을 때, 나는 기뻐서 울었다. 둘째 아들이 태어나던 날, 나는 좋아서 웃었다. 그때부터 삼십여 년 동안, 수천 번, 아니, 수만 번 그들은 나를 늘 울게 하였고또 웃게 하였다. 이제, 나는 늙었다. 그리고, 그들은 달라졌다. 나를 기뻐서 울게 하지도 않고, 좋아서 웃게 하지도 않는다. 내게 남은 것은 그들에 대한 기억뿐이다. 처음엔 진주 같았던 기억, 중간엔 내 등뼈를 휘게 한 기억, 지금은 유리 조각 같은 기억뿐이다. 아! 나의 두 아들만은 나 같지 않기를 소망할 뿐이다. 그들의 늘그막이 나 같지 않기를 바란다.”


아내와 아들. 딸도 그 글을 읽었다. ‘아버지!’ 하고 소리치며 아들딸이 그의 품으로 뛰어들었다. 아내도 그의 손을 잡았다. 네 사람은 서로 부둥켜안고 울었다. 그런 일이 있은 다음부터 그들 집안에서는 즐거운 웃음 소리가 들리지 않는 날이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