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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유 없는 세상, 박테리아가 만든다!

마도러스 2012. 11. 15. 14:11

석유 없는 세상, 박테리아가 만든다!

 

■ KAIST 이상엽 특훈 교수, 한국을 먹여살릴 과학자

 

대전 대덕 연구 개발 특구 내 GS 칼텍스 중앙 기술 연구소에는 하루 80리터(L)의 바이오 부탄올(Bio-Butanol)을 시험 생산하는 시설이 있다. 바이오 부탄올은 볏짚 등 생물성 원료와 박테리아로 만드는 액체 연료이다. 오염원을 배출하지 않아 미래 청정 휘발유로 불린다. 그동안, 제조 원가가 휘발유의 23배나 되는 것이 상용화의 걸림돌이었다.

 

하지만, GS 칼텍스산(産) 바이오 부탄올(Bio-Butanol)은 생산성을 대폭 높여 제조 원가가 휘발유와 비슷하다. 2012년 12월부터는 자동차에 주입해 상용화 시험을 시작한다. 이를 가능케 한 주역이 바로 KAIST 이상엽 특훈 교수(생명 화학 공학)이다.

 

KAIST 이상엽 교수는 대장균 같은 박테리아로 유익한 물질을 생산하는 분야에서 세계 최선두권에 속하는 학자이다. 그는 박테리아(bacteria)의 생체 대사(代射) 활동 전반을 새로 설계하고 이를 완전히 뜯어 고친다. "한두 개 유전자를 조작하는 수준으로는 상업성 있는 물질을 만들 수 없기 때문이죠."

 

바이오 부탄올(Bio-Butanol)은 박테리아 기술로 제조한다. 일반 박테리아가 배출하는 물질에는 부탄올 함량이 60%밖에 안 된다. 이상엽 교수는 이를 85%로 높이고 대사 속도도 높인 새로운 박테리아를 제조했다. 여기에 GS 칼텍스의 제조 공정 기술을 접목해 생산성을 크게 높였다.

 

부탄올(Butanol)은 석유를 이용하여 화학적으로도 만들 수 있는데, 원유를 사용하는 석유 화학 산업은 자원 고갈, 지구 온난화 같은 문제가 발생한다. 그 대안으로 떠오른 것이 바이오 화학 산업이다. 나무· 풀· 볏짚· 낙엽· 사탕수수 등 지구가 매년 1700억t씩 내놓는 생물성 원료를 이용한다. 바이오 화학의 핵심 '생산자'가 바로 박테리아(bacteria)이다. 박테리아는 물질 생산이 끝나면 완전히 소멸시키기 때문에 생태계를 교란할 위험이 없다. 생명 윤리 논쟁을 촉발하지도 않는다.

 

■ 몇억년 진화과정 4년으로 압축, 미생물로 플라스틱 첫 개발

 

세계 경제 포럼(WEF)은 바이오 부탄올(Bio-Butanol)을 비롯한 바이오 연료 시장 규모가 2020년 800억달러(약 88조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온실 가스 문제가 부각될수록 시장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이 분야는 세계 최고· 최초만이 의미가 있어요. 미국 MIT나 UC버클리 등 이 분야 초일류들을 앞서야 합니다. 그렇지 못하면 100년 가까이 발전해온 석유 화학 산업과 경쟁할 기회가 아예 주어지지 않거든요."

 

KAIST 이상엽 교수 연구는 특히 상업적 활용도가 높아서 산업계에서 각광받는다. 그는 2004년 각종 화학 물질의 원료인 숙신산(succinic acid) 생산 기술을 개발했다. 미국 거대 화학 회사보다 생산성이 3배 넘는 세계 최고 수준이었다. 이 교수는 되새김질을 하는 소의 위(胃)를 활용했다. 꼬박 6개월간 매일 도살장에서 소 위(胃)를 얻어와 샅샅이 뒤진 끝에 새로운 박테리아를 발견했다. 그 박테리아의 게놈(유전체) 정보를 분석하여 숙신산(succinic acid) 생산 공정을 만들었다. 당시 네이처 바이오 테크놀러지에 발표된 이상엽 교수 논문은 한국 연구진에 의한 최초의 게놈 분석 사례였다.

 

■ 박테리아로 만든 청정 연료, 2050년엔 석유 65% 대체

 

KAIST 이상엽 교수는 LG화학과 함께 미생물을 활용해 플라스틱도 생산하는 길을 텄다. 몇억년이 걸리는 진화 과정을 4년으로 압축한 인공 진화를 통해 새로운 미생물을 만들어낸 것이다. 연구 결과가 발표되자 미국 CNN은 "한국 과학자들이 석유 없이 플라스틱을 제조했다"고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이상엽 교수는 "석유 화학으로 만들 수 있는 것이면 뭐든지 미생물로도 만들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시한 것이라 반향이 컸다"고 말했다.

 

현재 바이오 화학 분야는 미국의 다우 케미컬. 듀폰, 독일의 바스프. 에보닉 등 메이저 회사들이 천문학적 투자를 하고 있다. 컨설팅 기업 맥킨지는 보고서에서 "2050년이 되면 인류가 쓰는 석유 화학 물질65%가 바이오로 대체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상엽 교수는 서울대 화학 공학과를 나와 미국 노스웨스턴 대학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미국 화학회가 미생물· 생명 화학 공학 분야에서 가장 탁월한 연구자에게 주는 '마빈존슨상'을 아시아 최초로 수상했다. 그는 대학원생들에게 '65세 이력서'를 쓰게 하는 걸로 유명하다. 박사 학위를 딴 이후 자신의 인생 여정을 미리 그려보게 하는 것이다. 이상엽 교수는 "과학자로서 목표가 분명하지 않으면 세계 1등을 할 수 없다"고 말했다.

 

바이오 부탄올(Bio-Butanol) : 폐목재· 볏짚· 해조류 등에서 뽑아낸 포도당과 박테리아를 이용해 만든 액체 연료. 특성이 휘발유와 비슷해 기존 가솔린 엔진에 연료로 사용할 수 있다. (조선일보, 입력: 2012.11.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