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대사 (조선)

박씨전 박씨부인 환탈(換奪), 신데렐라

마도러스 2009. 8. 12. 15:13

 

박씨전 박씨부인 환탈(換奪), 신데렐라


액운(厄運) 허물 벗고 환골탈태(換骨奪胎)

1970년대 인기 드라마 ‘별당 아씨’로 제작


요즘 역사와 허구를 섞어 넣은 소설류인 ‘팩션’이 인기를 끌고 있다. 팩션을 원작으로 만든 드라마나 영화도 늘어나고 있다. 이와 관련, 1976년 4월부터 1977년 3월까지 TBC에서 인기리에 방영된 ‘별당 아씨’라는 드라마가 있다. 홍세미와 김세윤이 주연으로 나온 이 드라마는 원작이 있다. 작자 미상, 연대 미상의 고전소설 ‘박씨전(朴氏傳)’이다. 박씨전(朴氏傳)은 한국판 잔다르크 혹은 '신데렐라'에 비유되는 소설이다.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해 박씨전(朴氏傳)의 내용을 간략하게 소개한다. 조선 시대 ‘한양의 이득춘이 늦게 낳은 아들 시백은 총명하고 비범하였다. 금강산의 도사 박 처사가 자신의 딸과 시백의 혼인을 청하자 이득춘이 허락한다. 남편 시백은 신부의 얼굴이 박색(薄色)임에 실망하여 부인을 돌보지 않는다. 박씨 부인은 후원에 피화당이라는 별당을 짓고 홀로 지내면서도 부덕(婦德)과 신묘한 도술(道術)로 가정을 풍족하게 하고 남편 시백을 장원급제(壯元及第) 하게 한다.


어느 날 금강산 박 처사가 와서 액운(厄運)이 끝났다며 딸의 허물을 벗겨 주니 박씨는 절세미인(絶世美人)으로 변하고 시백을 비롯한 가족들이 박씨를 사랑하게 된다. '신데렐라'가 된 것이다. 남편 시백은 병조 판서가 된다. 청나라 태종이 조선 침공에 앞서 남편 시백과 임경업을 죽이려고 첩자를 보내지만, 박씨 부인이 이 첩자를 쫓아 버린다. 청 태종이 침입하자 왕은 남한산성으로 피란했다가 항복하고 많은 사람이 화(禍)를 당한다. 적장 용골대의 아우가 피화당에 침입했다가 박씨 부인에게 죽고 복수하러 온 용골대도 박씨 부인의 도술(道術)에 혼난다.’


삼국지의 주역 중 한 명인 제갈량의 부인 황씨 부인 역시 박씨전(朴氏傳)의 박씨 부인과 비슷한 인물이다. 황 부인(黃夫人)은 이름은 전하지 않지만 용모가 박색이었던 반면 재주가 비범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제갈량은 보기 드문 천재였을 뿐만 아니라 외모도 수려했다. 전도양양했던 일등 신랑감인 제갈량이 추녀와 결혼하자 일찍부터 항간에서는 정략 결혼설이 나돌았다. 제갈량이 명문가인 황씨 집안의 덕을 보기 위해 외모를 고려하지 않고 이 집안의 사위가 됐다는 것이다. 제갈량과 경쟁하던 오나라의 군사 주유가 손권의 이모인 절세미인 소교와 결혼한 것과 대조되면서 제갈량의 결혼은 더욱 세간의 시선을 끌었다.


‘제갈량 정략 결혼설’은 조선시대 우리 사회에서 공감대를 형성했던 것으로 보인다. ‘화용도실기(華容道實記)’라는 작품을 보자. 국한문 소설인 이 작품은 제갈량이 비록 추한 외모이지만 현명했던 아내 황 부인의 도움을 받는 내용을 적은 것이다.


박씨전(朴氏傳)과 비슷한 내용의 소설이 ‘황부인전(黃夫人傳)’이다. 이 작품은 박색(薄色)의 ‘황씨 부인’이 나중에 절세미인(絶世美人)으로 환탈(換奪)하고 뛰어난 신술(神術)을 지녀 남편인 제갈량을 돕는다는 줄거리로 되어 있다. 황 부인은 뛰어난 엔지니어였던 듯하다.


이종호 한국과학기술연구원 초빙 과학자는 2009년 1월 인터넷 과학 신문 ‘사이언스 타임즈’에 기고한 ‘과학으로 보는 삼국지’에서 제갈량이 고안한 군량 수송차 목우유마(木牛流馬)는 아내 황씨 부인으로부터 아이디어를 얻었다고 설명했다. 또 송나라 시인 범성대는 ‘계해우형지(桂海虞衡志)’에서 공명이 훗날 목우유마(木牛流馬)를 만든 것은 아내 황씨의 재주를 전수받았기 때문이라고 적었다.


제갈량과 황 부인의 고사(古事) 및 박씨전(朴氏傳) 등등이 현대로 이어져 TV 드라마로 제작된 것은 고전(古傳)이 고전에 그치지 않고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의 삶에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알려주는 좋은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조선일보 입력: 2009.08.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