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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나 항공기, 기적의 불시착

마도러스 2009. 3. 3. 15:57

 

아시아나 항공기, 기적의 불시착 

 

1988년 하와이 알로하 항공 보잉 737기가 호놀룰루를 향해 힐로 공항을 이륙했다. 7.3Km 상공을 날 무렵, 조종사 뒤편에서 우지끈 소리와 함께 엄청난 바람이 쏟아졌다.

 
돌아보니 조종실 문짝은 간 데 없고 그 뒤 1등석 위로 푸른 하늘이 보였다. 기체 3분의 1쯤 길이의 지붕이 떨어져 나간 것이다. 기압이 급격히 떨어지면서 승무원 한 명이 빨려나가 순식간에 허공으로 사라졌다.
 

조종사는 귀를 찢는 시속 500㎞ 강풍의 소음과 저산소증 속에서 손짓 눈짓으로 침착하게 승무원들을 지휘했다. 승무원들은 목숨을 걸고 바닥을 기어다니며 승객들을 진정시켰다.

 

조종사는 누더기가 된 비행기를 몰아 30분 만에 마우이섬 카훌리 공항에 불시착했다. 승무원 한 명을 뺀 탑승자 94명은 기적처럼 살아남았다. 지붕이 날아간 건 동체 금속에 피로가 쌓인데다 기체가 바다 위를 많이 다녀 염분과 습기에 부식된 탓이었다.

 

항공기 사고는 대략 40%가 기체결함, 60%가 조종사 실수로 일어난다고 한다. 기체에 결함이 없어도 돌풍과 난기류, 뇌우, 안개, 폭우, 활주로 얼음, 녹은 눈, 낮은 구름이 이·착륙과 운항을 수시로 위협한다. 몸무게 2㎏밖에 안 되는 새가 조종실이나 동체, 엔진에 뛰어드는 ‘Bird Strike’로 결정적인 사고를 일으키기도 한다. 개구리, 거북, 뱀 따위 상상할 수 없는 동물들도 제트기류를 타고 날아와 비행기에 부딪힌다.

 

불가항력의 위급상황에 빠졌을 때 승객의 삶과 죽음을 가르는 것은 조종사와 승무원들의 위기 대처능력, 책임감, 희생 정신이다. 조종사들은 조종을 배우면서 유사시 승객을 먼저 탈출시키고 다음엔 승무원을, 마지막으로 자신이 비행기를 떠나라고 배운다. 생사의 갈림길에서 숭고한 인간애를 보여준 조종사들의 일화는 언제나 진한 감동과 놀라움을 안긴다.

 

2006.06.09일, 제주발 김포행 아시아나 항공 여객기가 오산 상공에서 우박과 번개를 만나 조종석 유리창이 깨지고 레이더를 보호하는 비행기 머리가 무우 토막 잘리듯 떨어져 나갔다.

 

절체절명 순간에 조종사는 계기를 수동 조작으로 바꾸고 옆 창문으로 항로를 살피면서 무사히 착륙했다. 초대형 사고의 위기를 넘긴 조종사의 인터뷰 모습은 차분하고 믿음직했다.

 

승객 200여 명은 당시엔 심각성을 정확히 몰랐겠지만 실은 이승과 저승의 경계선을 날고 있었던 셈이다. 때로는 현실이 소설이나 영화 보다 훨씬 극적이다.

 

조선일보 김형기 논설위원, 입력 : 2006.0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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