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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 바다 비경과 바다 카약 (sea kayak)

마도러스 2009. 3. 3. 11:33

 

제주도 바다 비경과  바다 카약 (sea kayak)

 
 
 
 

바다 카약 (sea kayak)! 대개 1인승으로 바다 수렵에 쓰인다. 선체의 뼈대는 나무, 털을 없앤 바다표범 가죽을 붙여서 만든다. 카약은 또 올림픽 메달이 줄줄이 걸린 전문 스포츠다. 그런데 생존을 위해 타고 다니던 야성적인 탈 것, 혹은 배가 뒤집어 질 경우 다시 오뚝이처럼 일어나는 롤링 테크닉을 익혀야 하는 해양 스포츠가 아니라 가벼운 ‘에코 투어’의 수단으로 카약을 즐길 수도 있다. 

 

 


제주도 중문에서는 ‘바다와 카약’이 카약 타고 제주 구석구석을 누비는 상품을 마련하고 있다. 일몰이 아름다운 차귀도, 웅장한 바위 기둥이 압권인 주상절리대, 또 정방폭포, 성산일출봉, 외돌개, 우도 등을 카약 타고 바다에서 보는 맛은 유람선 타고 가다가, 또는 전망대에서 구경하던 것과는 차원이 다른 경험이다. 
 

“일출봉 옆으로 돌아가면 일명 ‘가마우지 섬’이 있어요. 카약 타고 천천히, 조용히 다가가면 새들이 별로 경계하지도 않는답니다. 바로 옆에서 날치가 몇 십m씩 날아가기도 하고, 물 속에서 멸치가 떼로 몰려 다니는 장관도 만나지요.” ‘바다와 카약’ 김영복 사장의 설명. 카약 투어 중간 중간 새끼섬에 올라 도시락 먹는 재미도 크다. 
 

준비물은 선블록, 모자, 선글라스. 카약 타기 전 10분 정도 노 젓는 강의 듣고, 구명복 입고 출발한다. 가끔은 파도에 배가 뒤집어 질 수도 있지만(한 여름에는 바나나 보트 타듯 일부러 ‘뒤집기 놀이’를 즐기기도 한다) 엉덩이만 축축해 지는 선에서 카약 타기를 해볼 수도 있다. 그것도 싫어 ‘방수 바지’를 빌려 입으면 그야말로 물 한 방울 젖는 수준에서 끝낼 수도 있다.


 

 

‘바다와 카약’ 팀을 따라 서귀포 앞바다 범섬으로 갔다. 범섬에 꼭 콧구멍처럼 나란히 뻥 뚫려 있는 동굴 두 곳으로 카약을 타고 접근했다. 그냥 맨 몸으로 깊고 푸른 바다 위에 앉아 있는 듯 해 조금 겁도 났다.

 

그러나 몸은 금세 파도의 리듬에 익숙해진다. 입을 벌리고 있는 시커먼 구멍을 향해 노를 저어갔다. 어둡고 서늘한 해식 동굴 안. 밖에서 밀려든 물이 동굴 끝 벽에 부딪쳐 크게 일렁이자 카약도 따라 출렁인다. 올려다 보니 육각형, 팔각형 모양 단층이 환상적인 바위 천장이 까마득히 높다.

 

밖에서 들어온 햇살을 받아 파랗게 빛나는 물 속에도 그만큼 깊디 깊은 동굴이 잠겨 있다. 노를 젓는데, 꼭 물에 젖은 휴지처럼 희끗희끗 한 것이 걸리적거린다. “저게 뭐예요?” “해파리에요.” 카약 탄 지 1년쯤 됐다는 김희철(32)씨의 설명. “(걷거나 큰 배 타고서는)갈 수 없는 곳을 가고, 볼 수 없는 것을 볼 수 있다는 것이 카약의 매력이지요.” 
 

▲ 카약 타고 들어간 범섬의 해식동굴 내부.

물론 초보자가 단번에 방향 바꾸기, 뒤로 가기 등에 능숙해 질 수는 없다. 고수들은 좀 더 뾰족하고 빠르고 길고 가느다란(그리고 더 잘 뒤집어지는) 장거리용 카약을 타고 서귀포 70리를 누빈다.

 

엔진 달린 배도 밀릴 정도로 물살 세다는 마라도까지 다녀오기도 하고 좀 더 고독하게 바다와 만나기 위해 한 겨울에 카약을 타기도 한다.

 

초보자들이 카약 타는 재미에 쉽게 따라 나섰다간 돌아오는 길에 지쳐 울거나 멀미를 하고 때론 ‘선수’의 배와 연결, 줄로 끌려와야 할 수도 있다.

 

카약에 입문하는 초보자를 위한 만만한 프로그램은 2~3시간쯤 카약을 타는 ‘반나절 코스’(5만원). 카약 타고서만 만날 수 있는 제주의 비경을 찾아 나서려는 야심만만한 카야커를 위한 하루 코스는 15만원(4인 이상)이다. 문의 ‘바다와 카약’(064-738-5526),

 


 

 
▲ 투명한 물길 따라 카약 타고 미끄러지듯 나아가기. 제주의 비경 '쇠소까'을 만끽하는 최고의 방법.

 

바다 카약(kayak)을 타러 갔다. 제주도 서귀포시 ‘쇠소깍’. 백록담에서부터 흘러 내린다는 민물과 바닷물이 만나는 곳. ‘쇠소깍’(소가 누워있는 모습을 닮아 ‘쇠둔’이란 이름이 붙었던 동네라 ‘쇠’+깊은 물 웅덩이라 ‘소’(沼)+마지막 지점, 끝이라는 뜻의 ‘깍’)은 정겨운 이름만큼 독특한 곳이다. 소나무, 구실잣밤나무 울창하고 용암 굳은 바위는 기기묘묘하다. 그 사이로 수심 4~10m 쯤 되는 초록 물줄기가 일렁인다.

 

물에 길이 2.7m, 폭 80㎝짜리 날렵한 플라스틱 배를 띄웠다. 처음 배에 내려 앉을 때는 작은 배가 그만 기우뚱 뒤집어 질까봐 긴장 되지만 일단 허리 받침대에 몸을 기대고 두 다리 뻗어 받침대에 고정 시키면 준비 완료. 그대로 노 저어 앞으로 나가면 된다. 한 800여m쯤 되는 물길을 따라 내려갔다. 새소리, 물소리, 그리고 노가 찰랑 찰랑 물살 가르는 소리. 기계·엔진·사람 소음 없어서 좋다. 물과 나 사이에 작은 카약 한대뿐이라 좋다. 부드러운 물결에 손을 넣어 본다. 물을 찍어 핥아보니 아주 엷은 짠 맛.
 

‘꼭 디즈니랜드 같아요’라는 유치한 감상이 터져 나왔다. 인공적으로 조성해 놓은 듯 풍광이 신비롭기 때문이다. 물이 맑아 수면 아래 웅크린 암초가 그대로 내려다 보인다. 슬슬 피하며 노를 계속 저었다. 두 팔로 노 젓는 속도만큼의 빠르기로, 주위 풍경도 아주 천천히 흘러간다.

 

바위 가까이 다가가니 다닥다닥 붙은 굴 껍데기 사이로 일명 ‘바다 바퀴’들이 사사삭 기어 다니는 모습이 너무 생생해 징그럽다. 여기 저기서 숭어가 폴짝 뛰어오른다. 파도 철썩이는 소리가 가까워진다. 죽 나아가니 바다다. 검은 모래 해변이다. 부드러운 바람의 결이 얼굴을 감싼다. 맑은 기운을 한껏 들이켰다. 화산섬 제주와 제주를 둘러싼 푸른 바다를 가장 섬세하게 느끼는 방법, 바로 카약이다.

 

조선일보 정재연 기자. 김영훈 기자 ,  입력: 2006.0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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