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연애결혼

마스터베이션의 권리 회복

마도러스 2008. 11. 20. 00:45

마스터베이션의 권리 회복


1948년 킨제이 박사가 미국 남자 5천 3백 명, 여자 8천명의 성생활을 조사하여 발표한 킨제이 보고서는 20세기 성해방이라 불릴만한 대단한 것이었다. 대상자의 선별에 문제를 제기하기도 하지만, 이 보고서의 내용 중 내가 가장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부분 중 하나는 마스터베이션에 대한 이전의 주장들을 뒤엎는 대규모 연구가 이루어졌다는 것이다.

 

 마스터베이션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인간의 성적 표현중 하나이며 시간과 공간에 영향을 받지 않는다는 점을 분명히 인식시킴으로서 마스터베이션에 대한 부정적 견해는 새로운 전환을 맞게 되었다.

 

당시 남자의 75%, 여자의 62%가 마스터베이션을 한 적이 있으며 결혼한 상태에서도 마스터베이션을 하는 경우가 많다고 보고했다.

 

 많은 사람들이 그의 통계자료를 보며 위안을 얻었으며 전문가와 의사들도 마스터베이션에 대한 전통적인 부정적 견해를 바꾸게 되었다.

 

이런 대변화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오늘날 마스터베이션이 신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나쁘다는 견해가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 여전히 상담의 상당수가 자위의 부작용을 우려하는 것이고, 성기능장애를 호소하는 많은 환자들이 자신의 자위가 성기능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믿고 있다. ‘자위를 많이 해서 발기가 잘 안 되는 것은 아닌지’, ‘자위를 많이 해서 정액이 고갈되어 임신이 안 되는 것은 아닌지’, ‘항상 치골부가 뻐근하고 아픈데 이전의 과도한 자위 때문은 아닌지’ 하는 것들이 주된 내용들이다. 

 

이러한 전통적인 견해는 어디서 온 것일까? 마스터베이션에 대한 킨제이 박사의 연구는 이제 50여년을 넘어서지만, 마스터베이션에 대한 부정적인 견해는 거의 2천년 동안 지속되어 왔다고 볼 수 있어 그 뿌리가 너무도 깊다. 킨제이 박사의 보고서 이후에도 로마 교황청이 발표한 성적윤리에 관한 선언에서는 여전히 마스터베이션은 근본적으로 그리고 심각하게 잘못된 행위로 기록하고 있다. 종교적인 배경에 기초한 신학자들의 고리타분한 주장들이 계속되어 온 것이다. 

 

여기에 18세기 중엽부터 과학자와 의사들이 마스터베이션을 자기남용이나 자해와 같은 병적인 상태로 다루기 시작하면서 결국 마스터베이션을 억압하고 반대하는 분위기를 더 부추겼다. 가장 대표적인 인물이 1760년에 [오나니즘-마스터베이션이 일으키는 병에 대하여]의 저자인 스위스 의사 티소 박사인데 그는  마스터베이션을 과학의 영역으로 끌어들여 치료받아야할 질병으로 바꾸어 놓았다.

 

티소 박사는 정액을 함부로 낭비하는 마스터베이션이 다른 체액을 변질시킨다고 주장하였고 병원체에 대한 저항력을 약화시키며 죄책감이 신경을 손상시킨다고 했다. 그 외에도 마스터베이션에 빠지면 몸이 여위며 위장상태가 나빠지고 신경병, 마비, 치매증상이 발생한다고 발표한 로지박사, 마스터베이션을 자주 하면 가슴이 두근거리고 시력이 감퇴하며 간질병환자 같은 경련을 가져올 수 있다고 경고한 의사인 두블렌 신부, 건강과 질병에 관한 숙녀들의 지침서를 발표한 사회운동가 켈로그 박사 등 수많은 전문가들이 마스터베이션을 억압해 왔다.

 

정신분석학자 프로이트조차 초기에 신경쇠약환자들이 마스터베이션을 하는 사람들이라고 주장하였다가 그가 마스터베이션에 관한 초기견해를 포기한 것은 69세가 되던 1925년이었다. 그밖에 그래프트 에빙은 마스터베이션 때문에 생기는 질병의 리스트를 만들었고, 프랑스의 랄레망과 영국의 드라이스데일은 심지어 자는 동안의 사정이 가져다주는 유해한 결과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두 사람은 마스터베이션이든 몽정이든 정액의 손실은 무조건 몸을 허약하게 만든다고 결론지었다. 보수주의적 섹스관을 부추긴 토머스 맬서스의 [인구론]은 섹스는 피하는 게 상책이란 메시지를 주고 있다.

 

남자의 정액은 혈액 중에서도 가장 순수한 부분이 자극을 받아 끈적끈적한 흰색물질로 바뀌었다는 그릇된 이론에 토대를 두고 이토록 소중한 물질을 몸 밖으로 배출하는 것을 피를 20배 이상 흘린 것만큼 신체에 나쁜 영향을 준다고 믿게 하였다. 1872년에 발표된 존 로스 밀턴의 [정액루]라는 책에서는 몽정이나 마스터베이션을 자제하기 위한 방편으로 남자의 페니스에 못 박은 링을 달거나 발기 때마다 경보가 울리는 장치를 장착하도록 권고하였을 정도다.

 

19세기에는 의학전문가들이 한술 더 떠 마스터베이션을 치료하는데 있어서 주로 음식과 신체적 속박에 관심을 집중하였다. 현대의학의 관점에서 보면 어처구니없는 이야기지만 당시 이 같은 주장은 종교적 영향으로 중산층이 금욕주의적 경향을 보인데다가 사회적으로 마스터베이션에 대한 공포가 자리 잡고 있었기 때문에 상당한 설득력이 있었다.

 

마스터베이션 자체가 주는 신체적 정신적 위해보다는 이로 인한 죄책감이 더 문제가 된다. 마스터베이션에 대해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는 것은 청소년들에게 진실에 익숙하게 하여 잘못된 길로 들어서는 것을 막아주며 성인이 되어서도 정서적으로도 더 좋은 방향으로 이끌어 가는 것이기 때문에 매우 중요하다. 마스터베이션을 질병과 연관 짓는 그릇된 관념은 이제 떨쳐버려야 한다.

 

윤수 비뇨기과 전문의 김경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