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일반)

샤브샤브 징기스칸, 청국장 광개토대왕

마도러스 2008. 11. 17. 03:29

 

샤브샤브 징기스칸, 청국장 광개토대왕

 

   # 김치와 청국장 합치면 세계 2대 건강식품


1. 아니 우리나라 청국장이 빠진대서야 말이 되나?


얼마 전에 학생들과 미국 국립 암연구소에서 나온 항암식품 리스트를 놓고 토론을 한 적이 있다. 한 학생이 자료 속에 나온 마늘 콩 생강 당근 등 항암효과가 있는 식품 이름을 거명하노라니, 다른 학생이 반문한다.“그거 우리나라 김치에 들어가는 재료들 모아 놓은 거 아닌가요?”김장 김치 뿐만 아니라 우리가 상식하는 여러 종류의 김치까지 포함한다면 그 학생의 직관적인 문제제기가 상당히 일리가 있다.


신문보도에 의하면 미국 건강전문 월간지《헬스》는 우리나라의 김치와 아울러 올리브유와 요구르트, 일본 콩, 인도 렌틸 콩을 세계 5대 건강식품으로 뽑았다고 한다. 세계적으로 창궐하던 사스(SARS)가 유독 우리나라만 비켜간 원인이 김치 때문이라며, 김치가 한류(韓流)식품의 하나로 우대받고 있을 정도니 5대 식품에 선정된 것도 충분히 수긍이 간다.


또 한편으로 김치가 선정되고 일본 콩 인도 콩이 뽑혔는데“우리나라 청국장이 빠진대서야 말이 되나?”하는 생각이 든다. 아마도 청국장에 대한 홍보가 덜 된 탓이리라. 가루나 환(丸) 등 다양한 형태로 나오고 있지만“특유의 고약한(?) 냄새 때문에 우리나라 사람들 중에도 아직까지 청국장을 멀리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은 것을 감안하면 역시 이해가 간다.


2. 목기(木氣)가 세면 두주불사(斗酒不辭)해도 간이 멀쩡하고, 금기(金氣) 약하면 일생 담배 한번 안 핀 사람이 폐암에 걸리기도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사람들의 행동양식은 많은 문화적인 다양성에도 불구하고 본질적으로 동일한 양태를 띠는 경우가 많다.〈콩쥐팥쥐〉와〈신데렐라〉설화가 대표적이다. 두 설화간의 놀라운 정도의 유사성 때문에 문화적인 전래(傳來)를 주장하는 사람도 있지만, 시공을 초월한 사람들의 무의식의 본질적 동일성에서 기인한다고 보는 편이 옳을 것이다. 칼 융의 표현을 빌자면 보편적 집단 무의식(Collective Unconsciousness)의 발로이다.


반면에 많은 다양성은 당연하게도 다름(相異性)에서 출발한다.

한의학에서는 똑같이 술을 마셔도 오장육부 중에 상대적으로 취약한 장부가 병사의 침입을 더 잘 받는다고 본다. 음주의 양이나 습관이 유사한대도 어떤 사람은 간이 취약해서 금방 지방간, 간경화, 간암으로 발전하는가 하면, 다른 이는 알콜중독에 가까울 정도로 말술을 마셔도 간 관련 수치는 지극히 정상인 반면, 다른 장부가 손상을 입는 경우도 흔하다. 오행상 간은 목(木)에 해당하는데 목의 기운(木氣)이 강한 사람이 후자에 해당한다고 본다.


폐는 오행상 금(金)에 배속되는데 금의 기운이 센 사람은 수십 년을 하루 몇 갑씩의 담배를 피워도 폐와 관련된 병변(病變)이 없는 반면, 금기(金氣)가 약한 사람은 일생 담배 연기 한 모금 빨아본 적이 없는데도 폐암에 걸리는 경우도 있다. 


3. 징기스칸은 말안장 에서 샤브샤브 만들고, 광개토대왕은 청국장 만들었다?  


기마병 중심의 탁월한 기동력으로 세계를 제패한 징기스칸 군대는 말안장 밑에 얇게 저민 양고기를 가지고 다녔다고 한다. 식사 때가 되면 들고 다니던 방패에 물을 붓고 주변에서 구해온 마른 풀잎이나 말똥에 불을 붙여 말안장에서 꺼낸 양고기를 살짝 익혀 먹었다.


오늘 날 샤브샤브로 알려진 요리의 기원이다. 중국인들은 우리나라 신선로와 유사한 뜻을 가진 후어구어(火鍋)라고도 부르며, 수안양러우(涮羊肉)라고도 한다. 수안(shuan 涮)이 살짝 담근다는 뜻이고, 샤브샤브(しゃぶ-しゃぶ) 역시 첨벙첨벙하는 물소리를 흉내 낸 의성어가 뭔가를 살짝 담그는 모습을 형용하는 의태어로 발전하고 요리 이름으로 정착한 경우다.


건진 국수나 식은 밥 따위에 뜨거운 국물을 붓거나 따라 국수나 밥을 데우는 일을〈토렴〉이라 한다. 어떤 이는 우리나라 삼국시대 때의 쇠로 된 투구에 물을 끓여 야채나 고기를 익혀 먹거나 밥을 데워 먹던 이 토렴법이 고려시대 몽골 병사들에게 전해져 수안양러우가 되고, 몽골의 세력 확장으로 오늘날 스위스의 퐁듀 요리에 까지 흔적을 남겼으며, 일본의 샤브샤브 역시 임진왜란 때 일본으로 전해졌다는 한국 기원론을 펼치기도 한다. 


중원의 통일까지 꿈꾸며 광활한 영토를 자랑하던 고구려와 발해시대의 우리 선조들은 말안장 밑에 삶은 콩을 넣고 다니며 꺼내 먹었다고 한다. 말의 체온에 의해 삶은 콩이 자연스레  발효되는데 그것이 오늘 날 우리나라 청국장의 시초라고 한다. 

 

똑같이 말을 타고 다니는 정복자의 삶을 살아도, 징기스칸의 군대가 말안장에서 샤브샤브를 만들었다면, 광개토대왕의 군대는 청국장을 만들어낸 형국이라 하겠다.


4. 청국장은 삼국시대부터 조선조까지 왕가의 특별 하사품이었다


고려시대에 나온 김부식의《삼국사기(三國史記)》에도 기록이 있고, 조선시대 홍만선의《산림경제(山林經濟)》에는 청국장을 담는 방법이 실려 있다. 한자로는 시(豉)라고 하는데 삼국시대 때부터 귀족층의 단골 폐백 품목이었고,《조선왕조실록(朝鮮王朝實錄)》에도 신하들에게 내리는 임금의 하사품으로 혹은 외국에 보내는 귀중품 목록에 빠지지 않고 등장한다.


일본에서는 청국장을 낫또(納豆)라고 한다. 일식집에 가면 마[山藥]를 잘게 썰거나 죽처럼 으깬 위에다 이 낫또를 소스처럼 얹어주는 경우도 있다. 태국이나 인도 네팔 인도네시아 등에서도 우리와 유사한 청국장이 있다고 한다.


5. 굴원의 시, 사마천의 사기에 나오는 중국 청국장, 두시(豆豉)


중국에서는 청국장을 두시(豆豉)라고 한다. 일찍부터 음식으로 뿐만 아니라 한약재로 활용해왔다. 두시는 제작방법에 따라 건두시(乾豆豉)와 습두시(濕豆豉) 수두시(水豆豉)로 나누고, 맛에 따라 담두시(淡豆豉) 염두시(鹹豆豉) 첨두시(甛豆豉) 향두시(香豆豉) 취두시(臭豆豉) 등으로 나눈다. 그 외에도 기준에 따라 다양한 종류의 두시가 있고, 또 만들어질 수 있음은 물론이다.


중국 문헌에 두시가 처음 나오는 것은 춘추전국시대 초나라의 마지막 충신이자 시인이었던 굴원(屈原)이 지은《초사(楚辭)》〈초혼(招魂)〉편이다. 사마천의《사기(史記)》〈화식열전(貨殖列傳)〉편에도 두시에 대한 기록이 있다. 당나라의 유명한 시인 피일휴(皮日休)의 시구에도 등장하며, 진대(晋代) 장화(張華)가 지은《박물지(博物志)》에는 두시의 제작방법이 기재되어 있는 것으로 보아 중국에서 청국장의 시작은 기원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지금도 중국에서는 쓰추안(四川)성 지역을 비롯한 경향 각지에서 각종 재료를 배합하여 만든 다양한 종류의 두시가 중국 인민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일본의 미소(みそ)된장도 우리나라의 메주라는 말이 변하여 된 사실이 입증하듯 한국이 비록 대두문화권(大豆文化圈)의 종주국이라고는 하나, 애석하게도 기원후인 고구려 때 시작된 연륜을 가지고 청국장의 한국 원조설을 주장하기에는 미흡하지 않나 싶다.


6.“다섯 가지 맛을 조화시키는 작용이 있어 기꺼이 좋아할 만하다”


여러 종류의 두시 중에서 한약재로 쓰이는 것은 담두시(淡豆豉)다.《본초회언(本草滙言)》에 처음으로 수록되었다. 두시의 시는 메주 시(豉)자로 좋아할 기(嗜)자와 통용한다. 두시가 오미(五味)를 조화하는 기능이 있어 기꺼이 좋아할만 하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담두시는 감기 초기에 오한 발열 두통이 있고 콧물이 나는데 땀이 잘나지 않을 때 체표에 쌓인 사기를 땀을 내어 몰아내는 작용을 한다(發汗解表) 흉격에 열이 울체되어 가슴이 답답하면서 불면증에 시달릴 때 이러한 울화(鬱火)를 해소하기도 한다(宣鬱除煩)


위에 열이 있어 속이 더부룩하고 신물이나 신트림이 나고 소화가 잘안되면서 대변이 고르지 못할 때 기를 소통시킨다(和胃消食) 복통을 동반한 습열성 이질에도 쓴다(淸熱止痢) 그 외에 임산부의 태를 안정시키거나(安胎) 식중독에 걸렸을 때 해독제로도 쓴다. 


담백할 담(淡)자를 쓴데서 알 수 있듯이 짜지 않고, 신맛을 제외한 맵고 쓰고 단맛을 모두 갖고 있다. 성질은 차다. 따라서 몸에 열이 없는 사람이 약재로 장복(長服)해서는 아니 된다.


7. 우리나라 청국장은〈밭에서 나온 쇠고기〉로 만든 탁월한 항암제이자 항산화제


우리나라에는 몇 년 전부터 불어 닥친 거센 웰빙 바람의 선두에 청국장이 서있다고 할 수 있다. 신문이나 방송에 어떤 채소나 약재가 좋다고 하면 다음 날 야채시장이나 약재시장에서 그 물품이 품귀사태가 나는 코미디 같은 일이 비일비재한 우리나라 현실을 고려할 때, 청국장 바람이 무조건 좋은 것만은 아니다.


(동일한 약재나 야채가 왜 어떤 때는 약이 되고 어떤 때는 식품이 되는 지는 다음 기회에 독립된 주제로 다루기로 한다)


그래도 매일 매일의 밥상에 올라와도 대체로 무난한 식품 중의 하나가 청국장이 아닐까 싶다. 요즘 많은 이들이 청국장의 연구와 상품화에 매달려 있고 밝혀진 연구 성과도 적지 않다. 옛날부터‘밭에서 나는 쇠고기’라는 별명을 가진 콩을 원료로 만들어진 청국장은 단백질과 탄수화물, 지방의 3대 영양소를 모두 갖춘 매우 탁월한 건강식품이다.  


청국장은 어지간한 약품보다 뛰어난 강력한 항산화제, 항암제로 작용하여 우리 몸 전체의 면역체계를 지키고 노화를 지연시킨다. 청국장의 단백질에서 만들어지는 아미노산에는 인체가 자체 합성하지 못하고 식품을 통해서만 흡수할 수 있는 8가지 필수 아미노산을 포함한 다양한 아미노산이 들어있다. 


청국장 속의 지방은 대부분 불포화 지방산으로 소화흡수가 용이해 혈관을 막지 않는다. 오히려 과도하게 축적된 지방을 녹이는 역할을 하며 특히 우리가 음식을 통해 꼭 섭취해야 할 리놀레산 등의 필수지방산도 포함되어 있다.


또한 청국장은 비타민 B1 B2 B3 B6 B12 를 비롯해 판토텐산, 엽산 등 다양한 비타민을 섭취할 수 있는 비타민의 보고(寶庫)라 할 수 있다. 청국장의 피로회복과 면역력 강화 효과는 여기에서 나온다.


미네랄도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청국장에는 칼슘 철 마그네슘 인 아연 구리 망간 칼륨 셀레늄 등 미네랄이 다른 음식보다 훨씬 많이 함유되어 있어 뼈를 튼튼하게 하고 각종 질병을 예방하는 효과가 있다.


청국장은 바실러스균이 콩을 발효시킴으로써 만들어진다. 당연히 청국장 속에는 다양한 유산균들이 들어있다. 이 바실러스균은 단백질 흡수률을 높일 뿐 아니라, 인체에 흡수되어 대장으로 들어가면 강력한 정장(整腸) 작용을 한다. 대장 안에서 인체에 유익한 유산균의 성장을 촉진하고 해로운 균은 억제시키는 효과가 있다. 


(이상 우리나라 청국장의 효능은 홍영재 박사의《청국장 100세 건강법》과 김한복 교수의《청국장 다이어트 & 건강법》을 주로 참고함)


8. 요즘은 한약도 특이한 추출방식으로 달이고 증류하여 쥬스처럼 만들어 내는 세상

 

피자나 햄버거를 먹게 되면 콜라도 같이 따라 들어오는 법이다. 피자를 먹으면서 콜라를 아니 먹고 수정과나 식혜를 찾을 사람은 없다. 프랑스 요리를 먹으면 그 요리 뿐만 아니라 테이블 매너를 비롯한 프랑스 문화 전반이 수입된다는 사실쯤은 다 아는 사실 아닌가.

 

김치나 청국장이 세계적인 건강식품으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자체의 영양가 분석과 상품화, 마케팅 전략 외에도 별도의 문화전략이 필요하다고 본다.


사실《헬스》지가 선정한 세계 5대 건강식품에서 올리브유를 제외하면 나머지 4 가지는 김치와 청국장 안에 포함되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영양가를 따진다 해도 우리나라 김치와 버섯 두부 등을 넣은 청국장찌개를  올려놓는다면 세계 최고의 식단이 되는 데는 전혀 손색이 없을 것이다.


여기에 올리브유를 바른 김이나 샐러드를 같이 올리면 금상첨화다. 요구르트는 김치와 청국장의 유산균으로 얼마든지 커버할 수 있을 것이고, 인도나 일본의 콩으로서는 우리나라의 청국장을 당할 재간(?)이 없지 않을까 한다. 김치와 청국장은 명실 공히 세계 2대 건강식품의 반열에 오를 자격이 있다고 본다.


요즘은 한약도 특이한 추출방식으로 달이고 증류하여 쥬스처럼 만들어 내는 세상이다. 약성론과 기미론을 근간으로 하여 전개되는 방제학의 본래적인 의미에서 다소 벗어난 데다 아직 약효를 두고 논란의 여지가 상당하지만, 시커멓게 달인 쓴 탕약을 들이키기를 주저하는 일부 사람들에게 환영을 받고 있지 않은가.

 

이런 마인드로 좀 더 연구 개발한다면 청국장 역시 우리나라 사람은 물론이고 외국인에게도 크게 어필할 수 있는 세계적인 건강식품으로 발돋움 할 수 있을 것이다.

 

9. 음식으로 문화의 패러다임을 바꿀, 한류(寒流) 아닌 열류(熱流) 창출해야


진말송초(晋末宋初)의 시인 도연명(陶淵明)은 이렇게 말한 적이 있다. 

“인생의 최종목적은 하나의 도(道)로 귀결된다. 그러나 그 발단은 먹고 사는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느냐에 있다(人生歸有道, 衣食固其端)

나는 문화의 패러다임을 바꿀 최적임은 역시 음식문화임을 암시하는 말로 읽는다.


진정한 한류(韓流)는 방송 스타 몇 명의 명멸(明滅)에 일희일비하는 한류(寒流)가 아니라, 이러한 문화의 근본까지 바꿀 수 있는 난류(暖流)이고 열류(熱流)가 아니면 아니 된다. 세계에 어필할 수 있는 음식문화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창출하기 위한 사계(斯界) 연구자들의 분발을 기대한다. 〈한의학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