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일반)

확산되는 자살 신드롬과 예방법

마도러스 2008. 11. 17. 02:42

 

확산되는 자살 신드롬과 예방법

 
자살 10년새 74% 늘어… 매년 7만명이 '시도' 80%가 우울증 때문… 치료로 예방가능
 
자살이 우리사회의 가장 심각한 이슈 중 하나가 됐다. 통계청에 따르면 2001년 자살 사망률은 인구 10만명당 15.5명으로 사망원인 8위에 해당한다. 10년전(1991년)의 9.1명과 비교하면 6.5명 늘어 무려 74% 증가했다. 생활고를 비관해서, 상사의 구타나 집단 따돌림을 못견뎌, 학교성적이 떨어져서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람이 2001년에만 6933명이었다.
 

이는 전체 사망자(24만여명)의 약 3%다. 자살 기도자는 자살자의 7~10배인 점을 감안하면 매년 최고 7만명 정도가 자살을 시도하는 셈이다. 정신과 전문의들은 “자살(기도)은 대부분 정신질환의 결과며, 적절히 치료함으로써 얼마든지 예방 가능하다”고 충고한다.

 

◆ 어떤 사람이 자살하나

 

국내외 통계에 따르면 여자가 남자보다 4배 정도 더 많이 자살을 기도하지만 자살에 성공하는 경우는 오히려 남자가 여자보다 2~3배 많다. 실제로 2001년 통계에 따르면 남자는 4871명, 여자는 2062명 자살했다. 삼성서울병원 정신과 홍경수 교수는 “일반적으로 여자는 수면제나 손목 동맥 절단 등 ‘소극적 방법’으로 자살을 기도하지만, 남자는 투신, 독극물 등 보다 ‘적극적 방법’으로 자살을 기도한다”며 “수면제는 자살 성공률이 낮고, 동맥 절단의 경우도 대부분 깊게 찌르지 않아 응급조치가 가능한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통계에 따르면 일반적으로 기혼자의 자살률이 가장 낮고, 결혼 뒤 사별·이혼한 사람의 자살률이 가장 높다. 특히 과부보다 홀아비의 자살률이 2~3배 높다. 연령은 남자는 30대와 60대, 여자는 50대와 60대가 많다. 중산층보단 사회적 지위가 아주 낮거나 아주 높은 사람의 자살률이 높다. 직업별로는 의사, 법관, 음악가 등 전문직 종사자와 무직·실직자의 자살이 많은 편이다.

 

◆ 왜 스스로 목숨을 끊나

 

사랑하는 대상의 상실로 인한 고통, 복잡하고 괴로운 가정·경제적 문제, 말기암이나 극심한 통증 등 건강문제, 자신의 능력 등에 대한 절망감과 죄책감 등 자살을 결심하는 동기는 다양하다. “내가 죽을 테니 너희도 고통을 당해봐라”는 식의 타인에 대한 복수심이나 적개심도 한몫을 한다.

 

그러나 이같은 동기가 직접 자살로 연결되는 경우는 있지만, 전체 자살의 60~80% 정도는 우울증 등 정신질환이 중요한 원인이 된다고 의사들은 설명한다. 외국의 조사결과에 따르면 우울증 환자의 15~20% 정도가 자살을 시도하며, 2~3% 정도는 자살에 ‘성공’한다. 우울증 환자는 전국민의 5%(여자 5~9%, 남자 2~3%) 정도며, 전국민의 20% 정도는 일생 동안 한 번 이상 우울증을 경험한다고 추정된다. 그 밖에 알콜중독증, 정신분열증, 강박증, 불안장애 등의 정신과적인 문제도 자살의 중요한 원인이 된다.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정신과 전우택교수는 “정신질환을 수치스럽게 생각하는 사회적 분위기 탓에 치료 가능한 수많은 우울증 환자들이 자살로 생을 마감하고 있다”며 “우울증은 단순히 기분이 우울한 게 아니라 뇌신경전달물질의 분비가 감소해서 발생하는 정신질환이므로 반드시 정신과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 자살을 암시하는 행동들

 

자살은 결심한 사람들은 자살이 당면한 문제에 대한 최후의 탈출구지, 최선의 해법이 아님을 스스로도 알고 있다. 이 때문에 자살자의 80% 정도는 주위 사람에게 자살의사를 넌지시 표현하거나 직접적으로 밝힘으로써 ‘구조’를 요청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갑자기 식사량이 크게 줄거나 말이 없어지거나 잠을 자지 못하거나 마치 긴 여행을 떠날 사람처럼 아끼던 물건을 남들에게 나누어 주거나 불안 초조해 하던 사람이 갑자기 마음의 평정을 찾거나 주위사람에게 전화를 걸어 “그동안 고마웠다” “잘 지내라” 등의 말을 하는 경우도 간접적으로 자살의사를 밝히는 것이란 게 정신과 전문의들의 설명이다.

 

◆ ‘자살’도 예방·치료할 수 있다

 

분당서울대병원 정신과 하규섭교수는 “자살의사를 넌지시 또는 직접적으로 내비치면 피하지 말고 자살의 동기와 방법 등을 꼬치꼬치 캐물어 자살에 관한 생각을 털어놓게 해야 한다”며 “충분히 말을 들어주고 정서적으로 공감해준 뒤 상대방의 존재가치를 평가해 주면 자살 결심을 돌이키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또 가족에게 이 사실을 알리는 한편, 당사자에겐 자살기도가 병의 결과임을 설명하고 전문의에게 상담·약물 치료를 받도록 권유해야 한다고 하 교수는 설명했다.

 

그러나 당장 자살할 위험이 있다고 판단되는 경우엔 즉시 정신병원에 입원시켜야 한다. 실제로 지난해 말 유명 대학병원 정신과 교수는 동료 의사의 우울증이 심각하다고 판단, 즉각 입원시키려 했으나 입원실이 없어 다음날 아침 입원하도록 했다. 그러나 그날밤 그 교수는 아파트에서 뛰어내렸다. 전우택 교수는 “급성우울증으로 인한 자살 결심은 수시간 내 행동으로 옮겨질 가능성이 크므로 응급 입원의 대상이 된다”며 “입원이 불가능한 상황이라면 혼자 내버려두지 말고 그 사람과 함께 있으면서 자살을 못 하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임호준기자  입력 : 2003.08.05   헬스조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