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내과)

인간 게놈지도 완성, 50년 성과와 과제

마도러스 2008. 11. 17. 01:30

 

인간 게놈지도 완성, 50년 성과와 과제

 

인체의 유전학적 설계도를 99.99%의 정확도로 해독한 인간 게놈지도가 완성됐다. 지도를 만든 미국 영국 등 6개국 국제인간게놈컨소시엄은 14일 애초 계획보다 2년 앞당겨 인간게놈 염기서열을 해독했다고 발표했다.

이 정보는 세계 과학자 누구에게나 공개된다. 따라서 새로운 의약품을 개발하고 건강을 예측하며 난치병을 예방 치료하는 데 이 정보가 유용하게 쓰일 것으로 보인다.

국제인간게놈컨소시엄은 2000년 게놈지도 초안을 발표한 바 있다. 하지만 이 초안은 31억2000만개의 긴 염기서열 가운데 해독하지 못한 공백이 15만군데 남아 있었다. 이날 완성된 지도에서는 이 공백이 400군데로 줄었다. 이 공백은 현재의 기술로는 해독이 불가능해 미래의 숙제로 남게 됐다.

6개국 18개 기관의 과학자들이 인간게놈프로젝트에 착수한 것은 1990년. 그동안 미국에서는 국립인간게놈연구소(NHGRI)와 에너지부가 27억달러를 대학과 연구소에 지원해 전체 게놈의 절반을 해독했다. 약 3분의 1은 영국의 생거연구소가, 나머지는 일본 독일 등이 해독했다.

국제인간게놈컨소시엄의 로버트 워터스톤 박사는 “30억년의 진화 끝에 마침내 우리는 하나의 난자를 어른으로 만들고 무덤에까지 이르게 하는 생명의 설계도를 갖게 됐다”며 “하지만 설계도는 난해한 언어로 쓰여 있고 이제 막 언어를 이해하기 시작하는 단계이다”고 말했다.

인간게놈지도의 완성은 로제타스톤의 발견에 비유된다. 돌판만 발견했지 문자를 이해하지 못한 상태나 마찬가지다. 게놈지도는 30억개가 넘는 염기서열이 ATCG 같은 긴 암호로 기록돼 있을 뿐 이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아직 정확히 모른다.

과기부 인간유전체기능연구단장 유향숙 박사는 “인간게놈프로젝트를 시작할 당시 과학자들이 알았던 질병관련 유전자는 100개에 불과했으나 게놈프로젝트에 힘입어 지금은 1400개로 늘어났다”고 말했다. 유 박사는 “하지만 아직도 인간의 유전자 가운데 90∼95%는 기능이 밝혀지지 않아 이를 밝히는 것이 최대의 숙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유 박사는 “게놈프로젝트가 시작될 당시 과학자들은 사람의 유전자가 10만개 정도 될 것이라고 추정했으나 3년 전 게놈지도 초안이 나오면서 그 수가 3만∼4만개로 줄었고, 이번에는 다시 2만5000∼3만개로 줄었다”며 “하나의 유전자가 하나의 단백질이 아닌 여러 개의 단백질을 만든다는 이론이 이제 정설로 확고한 위치를 잡게 됐다”고 말했다.

이번 게놈지도 완성 발표는 미국과 영국의 과학자인 제임스 �슨과 프랜시스 크릭이 1953년 4월 25일 과학잡지 ‘네이처’에 DNA 이중나선 구조를 밝힌 간단한 논문을 발표한 지 50주년이 되는 때에 맞춰 발표됐다. 이들은 이 공로로 노벨상을 받았다.

초창기 미국의 게놈프로젝트 책임자였던 �슨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인간게놈프로젝트 예산의 3%를 유전자 해독의 윤리적 결과에 대한 연구에 쓰도록 한 결정은 내가 내린 가장 현명한 결정이었다”고 말했다. 그 뒤 미국에서는 40개 주가 취업 등에서 유전적 차별을 금지하는 법률을 통과시켰으며 연방정부도 같은 법안을 제안해 놓고 있다.

과학자들은 이번에 건강한 정상인의 DNA 염기서열을 알아냄으로써 이 서열과 비교해 질병을 일으키는 유전적 결함을 쉽게 알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미국립인간게놈연구소 프랜시스 콜린스 소장은 “이번에 밝혀진 염기서열 정보로 질병을 치료하는 의약품을 쉽게 개발하고, 일부 질병에 대해서는 잘못된 유전자를 교체하거나 조작하는 유전자 치료가 등장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환자의 특이한 유전자 염기서열을 파악할 수 있다면 그 환자의 체질과 질병 특성에 맞는 맞춤식 치료는 물론 질병의 예방도 가능해진다. 체질에 따른 맞춤식 의약품은 사용 범위가 넓은 일반 의약품에 비해 부작용이 적다.
2003년 4월 16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