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내과)

잔병치레 한번 없었는데 갑자기 가슴이...

마도러스 2008. 11. 17. 01:09

잔병치레 한번 없었는데 갑자기 가슴이...

 

갑자기 가슴이 아파서 병원 왔다가 바로 수술하고 중환자실로 가기도


▲ 세브란스병원 중환자실의 심장병 환자.
 
지난 4월 27일 오후 서울 신촌 세브란스병원 10층 심혈관센터 병동. 심근경색이나 심장판막증으로 고생하는 심장병 환자들이 입원한 곳이다.
 
환자 중에는 집안 형편이 어렵거나 농업, 노동직에 종사하는 사람이 많다. 후천성 심장병은 운동부족이나 나쁜 식생활, 신체적인 피로, 스트레스가 겹치면서 심장에 탈이 나는 병이기 때문이다.
 

최종구(여ㆍ71)씨는 심장병 수술 후유증으로 입원해 있었다. 판막증을 앓다가 풍선확장술, 개흉수술까지 받은 바 있지만 고통스런 심장병 수술을 이겨낸 사람답게 차분한 모습이었다. 최씨는 2001년 12월 7일 개흉수술을 받았다. 당시 치료비는 남편과 아들 내외가 부담했다.

 

성인 심장병 환자의 경우 풍선확장술이나 스텐트 요법 등의 수술비는 생각보다 적게 들어가지만 개흉수술을 받는 경우 수술비만 2000만원 가량 들기 때문에 환자와 가족이 받는 중압감은 대단하다.

 

최씨의 경우도 가족에게 부담을 주는 것이 싫어서 수술을 받은 후 일찌감치 퇴원을 했다. 그게 화근이었다. 퇴원 후 몸에 이상을 느끼자 최씨는 개인 병원에서 침을 맞았고 그것이 후유증을 불렀다. 결국 최씨는 재입원해 다시 치료를 받고 있다.

 

10층 병동에 있는 김순이(가명ㆍ65)씨는 심근경색 환자다. 고향(춘천)에서 농사일을 하고 있다는 김씨는 “갑자기 가슴이 아파 병원을 찾아갔더니 서울 큰 병원으로 가라고 해서 입원하게 됐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잔병치레 한번 없이 살아왔지만 심장병이라는 큰 병과 맞닥뜨려 초조한 기색이었다. 고향에서 함께 올라온 아들 내외 역시 김씨의 건강과 함께 치료비에 대해서 걱정하고 있었다. 김씨는 개흉수술이 불가피하다고 한다.

 

세브란스병원에서 만난 심장병 환자들은 대부분 후천성 환자였다. 나이가 많은 환자들은 심장병의 고통을 잘 알기 때문인지 두려움이 큰 모습이었다. 심혈관센터 강면식 원장은 “세브란스병원에는 150여명의 심장병 환자들이 입원해 있다”며 “대부분 심근경색이나 협심증, 판막증에 따른 심장병 환자”라고 말했다. 강 원장은 “많은 환자들이 개흉수술에 대한 부담감 때문인지 수술을 원하지 않는다”며 “그렇지만 상태가 심각한 환자일 경우 수술을 할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심장병 수술은 환자에게도 매우 두려운 일이지만 수술을 행하는 의사에게도 스트레스를 주는 수술이라고 한다. 메스를 다루는 손짓 하나하나에 환자의 생사가 달려있기 때문이다. 강 원장은 “심장병 수술은 시간도 오래 걸리고 생사가 달려 있는 수술이기 때문에 큰 책임감과 중압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후천성 심장병인 경우 100% 수술을 필요로 하지는 않는다. 최근 개발된 각종 내과적 시술로 웬만한 심장병은 치료가 가능하다. 동맥경화증이 심각한 혈관에 풍선을 집어넣어 확장시키는 풍선확장술, 그리고 스텐트라는 망을 혈관에 삽입해 동맥경화증을 완치시켜주는 스텐트 삽입술 등 내과적 치료법이 많이 개발됐다.

 

세브란스 심혈관센터 내의 촬영실에서도 마침 스텐트 삽입술이 이뤄지고 있었다. 각종 기기들로 가득 찬 촬영실 내부에서는 방사선 노출을 막기 위해 낫가운(방사선 노출에 위험성을 줄여주는 옷)을 입은 의료진과 진료를 기다리는 환자가 있었다. 촬영실 밖에서는 화면을 통해 담당 의사가 보호자들에게 혈관의 어느 부분에 어떤 스텐트를 삽입할 것인지에 대한 설명이 한창이었다. 보호자들은 모니터 속의 혈관들이 그 전과 비교해 얼마나 좋아졌는지 직접 눈으로 확인하고 안심하는 모습이었다.

 

시술을 맡은 조승연 박사는 “환자에게나 의사에게나 스텐트 시술은 부담도 적고 완치율도 높은 시술법”이라고 설명했다.

 

이 병원 중환자실에는 심장병 수술을 마친 환자들이 있었다. 일반 병동과는 사뭇 다른, 생사의 고비를 넘긴 사람에게서 느낄 수 있는 무거운 분위기가 느껴졌다. 들어갈 때부터 일반 병동과 다르게 겉옷을 벗고 가운을 착용해야 하며, 신발 역시 병원 내에 비치된 신발을 신어야 한다. 소독약으로 손을 소독한 다음에 들어갈 수 있다.

 

총 18개의 병상이 있는 외과 중환자실에 누워있는 심장병 환자들의 주변은 심전도 기계, 링거 등으로 어지러웠다. 환자들이 몸에 지니고 있는 주삿바늘의 수는 셀 수조차 없다. 수술을 마친 환자들의 심장이 제대로 움직이는지 처음 확인하는 곳이 중환자실이기 때문에 이곳에는 엄청나게 많은 장비가 있다. 수간호사 이은숙씨는 “언제 환자들의 상태가 불안해질지 모르기 때문에 24시간 내내 긴장한다”고 말했다.

 

세브란스 심혈관 센터 9층 병동에는 심장병 수술을 받은 어린 아이들이 입원해 있다. 이곳에는 선천성 심장병으로 입원한 아이들이 대부분이다. 5인1실로 이뤄진 9층 병동에서 만난 민정이(생후 10주)는 확장성 심근병증이라는 선천성 심장병을 지니고 태어났다. 생후 3주째 딸의 병을 알았다는 어머니 강민녀(32)씨는 “수술을 통해 우리 아기가 건강한 아기로 다시 태어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9층 소아과 병동에서 만난 예술이(8) 역시 선천성 심장병을 가지고 태어난 경우다. 그렇지만 예술이는 민정이에 비해 상태가 훨씬 심각했다. 심장 혈관과 판막이 함께 기형인 드문 케이스이기 때문이다. 어머니 김미광(33)씨는 “임신 8개월 때 예술이에게 심장병이 있다는 사실을 알았지만 수술을 통해서 쉽게 완치된다고 들었기 때문에 금방 건강해질 줄 알았다”고 말했다. 그렇지만 예술이가 태어났을 때 병원에서는 “사흘을 넘기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김씨는 결국 포기각서까지 쓴 채로 예술이를 집으로 데려왔고 생후 5일을 무사히 넘기자 네 번에 걸친 수술을 받았다. 하지만 상황은 나아지지 않았고 현재 예술이는 심장이식만을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다. 이미 예술이의 치료에 1억원이 넘는 돈을 쓴 김씨는 예술이가 심장이식을 하게 되면 지금까지 썼던 돈만큼을 더 써야 할 형편이다. 하지만 김씨는 “함께 입원해 있던 아이들 중 2명이 심장이식에 성공해 퇴원했다”며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박영철 주간조선 기자     입력 : 2006.06.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