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내과)

알록달록 방울 키위, 속살까지 빨간 사과

마도러스 2008. 11. 17. 00:48

알록달록 방울 키위, 속살까지 빨간 사과

 

 

‘친환경 생명공학 강국’ 뉴질랜드를 가다

 

2006-06-09


뉴질랜드 원예연구소가 개발한 다양한 크기의 형형색색 키위(위)와 속이 빨간 사과(아래). 뉴질랜드 생명공학자들은 외래 유전자를 삽입하는 방식이 아닌 전통적인 교배를 통해 ‘희귀 과일’을 만들어내 세계 시장으로 활발히 진출하고 있다. 사진 제공 HortResearch

《‘총천연색 방울키위.’ ‘속살까지 새빨간 사과.’ 뉴질랜드는 유전자 연구를 통해 ‘생전 처음 보는’ 과일을 개발하고 있다. 또 멸종위기에 처한 고래를 보호하기 위해 세계 최대의 유전자 데이터베이스를 확보하고 있다.

 

 ‘자연을 훼손하지 않으면서 인간 복지에 기여하는 생명공학.’ 지난달 30일부터 3일까지 뉴질랜드 정부 초청으로 ‘그들만의 생명공학’을 주도하는 과학자들을 만났다.》

 

○ 과일게놈프로젝트 선두주자

 

“예쁘죠? 귀찮게 껍질을 깎지 않아도 되고 건강에 좋은 성분이 듬뿍 들었어요.”

뉴질랜드 오클랜드에 위치한 원예연구소(HortResearch)의 국제부서 마이클 레이 박사는 총천연색 ‘방울키위’가 조만간 세계 시장에 뻗어나갈 것을 확신하는 눈치다.

 

원예연구소는 뉴질랜드 정부출연연구소(CRI) 9개 가운데 하나로 과일이나 채소 등 식품개발을 주도하고 있다. 1990년 제스프리라는 회사와 속이 노란 골드키위를 개발해 매년 2억 뉴질랜드달러(약 1300억 원)의 수익을 올리는 히트상품을 내놓았다.

 

골드키위는 기존의 초록색 키위보다 부드럽고 향기가 좋으며 비타민C가 30% 이상 풍부하다.

지금은 껍질을 매끈하게 만들어 아예 깎을 필요가 없고 한입에 들어갈 크기의 방울키위를 막 개발한 상태.

 

원예연구소는 지난 3월 ‘속살’이 빨간 사과를 처음 선보였다. 한입 베어 물었을 때 속이 불그스름한 것이 예쁘기도 하지만 앤토시아닌이라는 항산화물질이 풍부해 웰빙식품으로도 인기다.

 

이런 ‘희귀 과일’을 어떻게 만들까. 문득 과일의 맛이나 색깔을 담당하는 유전자를 대량 삽입한 유전자조작식품(GMO)이 떠오른다.

 

“절대 아닙니다. 암수 종자를 다양한 조건에서 교배해 이 가운데 ‘돌연변이’를 찾아내는 거죠. 골드키위만 해도 개발에 12년이 걸렸어요.”

 

뉴질랜드는 GMO 생산이 금지돼 있다. 외래 유전자를 삽입했을 때 인체와 환경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모르기 때문에 모든 과일과 채소는 철저히 ‘전통 교배 방식’을 따른다.

 

다만 이런 연구 과정을 통한 유전자 연구로는 세계적인 선두주자다. 지난 3월 원예연구소는 사과의 맛 향기 색깔 영양분 등을 담당하는 5만여 개 유전자를 공개했다. 이 정보를 이용해 유전자 검사를 하면 새로운 돌연변이 종을 골라내는 기간을 크게 단축시킬 수 있다.

 

○ 한국 수산시장서도 고래 유전자 연구

 

 

 


세계적인 고래 유전자 연구자인 오클랜드대 생물학과 스콧 베이커 교수. 그는 뜻밖에도 한국의 수산시장 얘기를 먼저 꺼냈다.

“1994년 부산 자갈치 시장에 처음 갔어요.

 

 한국의 환경운동연합과 그린피스 회원들이 고래로 ‘추정’되는 고기가 어떤 종류인지 확인해 달라고 요청했기 때문이었죠.”

 

베이커 교수는 지난 30여 년간 전 세계 고래 80여종의 유전자를 분석해왔다. 이 데이터베이스를 컴퓨터에 저장한 후 고래 고기 샘플의 유전자를 분석해 컴퓨터에 입력하면 어떤 종류의 고래인지가 금세 나온다.

 

그는 2001년 11월 한국을 방문해 국제포경위원회(IWC)가 1986년 선포한 ‘상업 목적의 포경 금지 선언’에도 불구하고 밍크고래 수십 마리가 우연찮게 그물에 걸려 마리당 3000만 원에 팔려 수산시장 20여 곳에서 유통되고 있다고 주장한 바 있다.

 

조만간 국제저널에 발표할 논문 초고에는 2003년 2월부터 2년간 부산 울산 포항 수산시장 40여 곳에서 얻은 357개 샘플에 대한 분석결과가 나와 있었다. 논문에 따르면 베이커 교수가 발견한 종류가 한국 정부의 공식 기록보다 더 많았다. 2003년 발견한 8개 종 가운데 3개, 2004년 발견한 11개 종 중 5개가 한국 정부 기록에는 누락돼 있다는 주장이다.

 

그는 “고래를 보호하는 첫걸음은 얼마나 많은 고래가 살고 있는지 파악하는 일”이라며 “수산시장에 유통되는 고기를 유전자 분석 기법으로 밝히는 연구가 확대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클랜드=김훈기 동아사이언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