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소아청년)

훔치는 버릇이 있는 아이

마도러스 2008. 11. 16. 23:57

훔치는 버릇이 있는 아이

 

나쁜 짓인줄 알고 했을 땐 '관심 끌기' 많아, 무섭게 혼내기보다 따뜻한 가족관계부터

초등학교 1학년 성수는 얼마 전 편의점에서 과자를 훔치다 들켜 주인이 부모를 오게 하는 일이 있었다. 성수 말로는 4학년 형이 시켜서 한 것이란다.
 
하지만 성수는 이것 말고도 저금통에 있는 돈을 가끔 빼가기도 하고, 또 며칠 전에는 2000원을 주어 심부름을 보냈는데 한 시간도 더 지나서 1000원만 들고 나타났다.
 
어떻게 했냐고 묻자 처음엔 친구랑 떡볶이를 사먹었다고 하더니 나중엔 문방구 앞에서 오락기 게임을 했다고 말했다.
 

성수는 방과 후에 곧장 집에 오지 않고 곧잘 한 시간 이상 늦게 온다. 이유는 친구랑 문방구 앞이나 PC방에 들러 오락을 하기 때문이다. 부모가 모두 직장을 다니는데 특히 부모가 저녁에 늦게 온다고 한 날은 학원 끝나고도 한두 시간 있다가 들어온다. 성수는 그 문제로 자주 혼났는데 이번엔 훔치는 일까지 생겨 부모를 굉장히 놀라게 하고 화나게 만들었다.

 

부모를 가장 당황하게, 또 걱정하게 만드는 버릇 중 하나가 훔치는 버릇이다. 훔치는 버릇은 아주 어린 아이들이 내 것과 남의 것을 구분하지 못해서 생기기도 하고, 갖고 싶은 것을 보면 참지 못하는 충동이 조절되지 않아 생기기도 한다. 하지만 훔치는 게 나쁘다는 것을 알면서도 훔치는 아이들 마음 밑에는 부모의 관심을 끌려는 의도가 숨은 경우가 많다. 훔치는 행동만큼 부모의 관심을 확실하게 끄는 게 없기 때문이다.

 

성수도 일곱 살까지는 시골 할머니 집에서 크다가 입학할 무렵에 부모한테로 왔다. 할머니 할아버지한테 귀여움만 받고 버릇없이 큰 게 못마땅한 엄마는 처음에 성수를 데려오자마자 매우 엄하게 성수의 버릇을 길들이기 시작했다. 그래서 지금까지도 엄마를 제일 무서워하고 엄마가 늦게 들어온다고 하면 좋아한다.

 

성수의 부모가 이때 잘못한 것은 아이의 버릇을 길들이기 전에 부모와 자녀의 관계를 돈독히 했어야 한다는 점이다. 성수 입장에서 보면 조부모와 헤어진 것도 힘이 들텐데 엄마가 무섭게 하는 바람에 집에 정 붙이기가 더욱 어려웠을 것이다. 또 조부모와 살면서 되는 것과 안 되는 것의 한계를 잘못 배워, 하고 싶은 게 있으면 못 참고 기어코 하고야 마는 습성이 이번 사건을 만들게 한 원인이 되었다.

 

그러나 더 근본적인 원인은 ‘집이 좋다’라는 느낌이 아이 마음 속에 자리잡지 못한 데 있다. 집보다는 바깥 환경에 더 재미를 붙이다 보니 이런 일이 생겼다. 자연 부모자녀 관계는 악순환이 되고 있었다.

 

다행히 상담센터에 오면서 아이는 조금씩 회복됐다. 성수의 부모는 아이를 가급적 혼내지 않고 저녁이면 재미있게 놀아주면서 주말엔 스키장에도 데리고 갔다. 그러자 성수의 표정도 환해지고 늦게 오는 일도 줄어들고 있다. 그 와중에 성수가 훔치는 일이 또 발생했는데, 이번에는 화를 꾹 참고 성수에게 몇 대 맞을 거냐고 물어 그 만큼만 때리고 말았다고 한다.

 

아이들에게 훔치는 버릇이 보일 경우 한 번 짚고는 가야 하지만 청소년 비행으로까지 이어지는 과도한 현상으로 비약해 아이를 심하게 다루는 것은 좋지 않다. 근본 원인을 찾아 대책을 세우는 게 현명한 처사다.

 

(신철희·원광아동상담센터 부소장) 입력 : 2004.03.09  헬스조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