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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철칼 보다 3배 더 날카로운 나무 칼날 개발

마도러스 2021. 10. 24. 10:25

■ 강철칼 보다 3배 더 날카로운 나무 칼날 개발

 

 나무 약한 부분 제거하고, 23배 더 강한 강화 목재 만들어

 

미국 메릴랜드 대학 재료혁신센터장 리텅 박사가 이끄는 연구팀은 목재 속 고분자를 조금 빼고 말렸다가 다시 물에 급격히 불리는 공정을 개발하여 목재를 자유롭게 구부리고 접어 활용하는 방법을 사이언스에 공개했다. 국제학술지 사이언스는 2021 10 22일 목재를 육각형 벌집 모양으로 만든 구조물 모습을 표지에 실었다. 목재는 다른 재료보다 강하면서도 가볍고 내구성이 뛰어난 복합재이다. 쉽게 썩고 폐기물 문제도 덜해 환경 문제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롭다. 문제는 금속이나 플라스틱처럼 실생활에 쓰일 다양한 모양으로 가공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특히, 목재를 가공하여 벌집과 같은 3차원의 복잡한 모양으로 만들려면, 여러 개의 목재를 계속해 덧붙이는 어려운 작업이 필요하다. 이 목재 벌집은 목재 판 몇 개만 종이처럼 자유롭게 접어서 만든 구조물이다. 강도도 기존 목재보다 6배 강하다.

 

연구팀은 목재 내부 세포벽에 결합해 강도를 부여하는 고분자 물질인 리그닌(lignin)을 추출하여 목재를 부드럽게 만들었다. 이후 목재를 공기 중에 말린 다음, 3분 동안 물에 담그고 약간 부풀게 뒀다. 연구팀은 이를 물 충격 단계라고 불렀다. 이 과정을 거친 목재는 부서지지 않으면서도 지그재그나 물결 모양, 별 모양 등으로 다양하게 구부릴 수 있었다. 연구팀은 이를 활용해 벌집 구조로 목재를 접은 모양을 선보이기도 했다. 이렇게 만든 목재는 기존 목재보다도 강도가 6배 더 강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급속한 물 충격 과정이 세포벽을 주름지고 부분적으로 열리게 만들어 압축을 비롯한 큰 변형이 가능하게 한다. 알루미늄 합금 같은 주로 쓰이는 경량 재료에 필적하는 강도가 나왔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이를 이용해 단단한 스테이크를 썰 정도로 날카로운 나무 칼을 만드는 데 성공했다고 2021 10 20일 국제학술지 매터’'(Matter)에 소개하기도 했다. 목재를 앞서 공정대로 다루면서 열압착을 추가하여 기존 목재보다 23배 단단하면서도 스테인리스 스틸로 만든 고기칼 보다 3배 더 날카로운 나무 칼날을 만들었다. 미네랄 기름으로 코팅해 수차례 씻어 재사용하는 것도 가능하다. 연구팀은 강철 못과 달리 녹슬지 않는 나무못을 만들어 판자에 망치질해 박는 데도 성공했다.

 

 연구팀은 같은 강화 목재로 나무못도 만들었는데, 판자 3개를 거뜬히 뚫고 들어갔다. 일반 쇠못만큼 강하지는 않지만, 나무로 돼 있어 녹이 슬지 않는 장점을 갖고 있다. 연구팀은 새로운 방법으로 강화 목재를 만들어냈지만, 기본적인 나무 처리 방식은 찌고 압축하는 등 수백 년간 활용돼오던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나무의 주요 성분인 셀룰로스(섬유소)는 세라믹이나 금속, 중합체 등과 같은 대부분의 가공된 물질보다 밀도 대비 강도가 높은데, 기존 목재 이용법은 이런 잠재력을 충분히 살리지 못했다"고 개발 배경을 설명했다. 건물에 사용되는 목재가 셀룰로스보다도 강도가 약한데 이는 셀룰로스가 나무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40~50%에 불과하고 나머지는 셀룰로스보다 분해되기 쉬운 헤미셀룰로스와 나무를 단단하게 만드는 리그닌(lignin) 등 약한 부분이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연구팀은 이를 염두에 두고 강한 셀룰로스 구조를 파괴하지 않으면서 약한 부분을 제거할 방안을 모색했다. 그 결과, 1단계에서는 화학 처리로 리그닌을 제거하고, 부드럽고 질척해진 목재에 2단계로 열과 압력을 가해 밀도를 높이고 수분을 제거했다. 이렇게 처리된 강화 목재에는 물에 저항성을 가진 오일을 입혀 셀룰로스가 물을 흡수하지 못하게 했다.

 

연구팀은 물질의 강도는 공동이나 구멍 등과 같은 결함의 크기나 밀도에 민감한데, 고해상도 현미경을 이용해 강화 목재의 미세구조를 분석한 결과, 2단계 공법은 이런 결함을 크게 줄이거나 제거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더 깊은 연구가 필요하기는 하나 강화 목재 처리 과정이 다른 인공 재료를 처리하는 것보다 에너지 효율이 높고 환경적으로도 오염 물질을 덜 배출한다고 강조했다. 강화 목재 가공 1단계에서 리그닌을 제거할 때, 화학 물질에 담가놓고 100도로 가열하는 데 그치지만, 세라믹을 만들려면 수천 도로 가열하는 것이 필요한 것으로 설명했다.

 

연구팀은 "도마나 젓가락 등처럼 주방에는 오랫동안 사용해온 나무 용품이 많다. 나무칼 역시 닦고 갈아서 쓰면 반복해서 사용할 수 있다"고 했다. 연구팀은 강화 목재가 나무 칼이나 나무못을 넘어 앞으로는 흠집이 나지 않고 마모가 안 되는 바닥재로도 이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희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