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학. 소재

■ 2차원 소재, 새 기능 쏙쏙, 변신의 귀재

마도러스 2021. 8. 13. 12:33

■ 2차원 소재, 새 기능 쏙쏙, 변신의 귀재

 

적외선 검출 센서는 열화상 카메라부터 가스 검출 센서, 의료용 영상기기 등 군사와 산업, 의료와 같은 다양한 분야에 쓰이지만, 적외선이 아닌 다른 광을 검출하는 센서보다 성능이 떨어진다. 실리콘처럼 이미 검증된 반도체 소재를 센서에 쓸 수 있는 자외선이나 가시광선과 달리 적외선 파장을 흡수하는 반도체 소재들이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미국의 첨단 무기기술을 개발하는 방위고등연구계획국(DARPA) 새로운 야광 투시경용 소재로 2차원 소재에 주목했다.

 

미국 버클리 캘리포니아대(UC버클리) 전기공학 및 컴퓨터과학부 알리 자베이 교수와 김형진 박사후연구원 연구팀은 방위고등연구계획국(DARPA)의 지원을 통해 2차원 반도체인 흑린을 구부리는 정도에 따라 각기 다른 적외선 파장대를 검출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아내고, 이를 이용한 센서를 개발해 2021 08 11일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발표했다. 2차원 소재는 단일 원자층에 원자 배열이 2차원으로 이뤄진 소재이다. 탄소 원자가 육각 벌집 모양으로 나열된 소재인 그래핀이 대표적이다. 도체인 그래핀 외에도 인 원자가 결합한 흑린과 같은 2차원 반도체, 2차원 부도체 등 다양한 소재가 발견됐다. 원자 배열이 2차원으로 이어진 구조라 찢어지거나 깨지는 결함이 생겨도 소재 특성을 잃지 않는다. 열을 가하거나 구부리는 변형만으로도 소재 특성을 빠르게 조절할 수 있는 게 장점이다.

 

반도체 소재를 구부리면 반도체 특성을 결정짓는 에너지 대역인 '밴드갭'이 바뀌는 것은 이미 알려진 현상이다. 연구팀은 2차원 소재로 만든 반도체를 구부릴 경우, 밴드갭이 바뀌는 효과가 극대화되는 데 주목했다. 밴드갭이 바뀌면 소재가 흡수할 수 있는 에너지 대역이 바뀌어 흡수하는 파장도 바뀐다. 연구팀은 흑린을 기판 위에 놓고 구부린 실험을 진행한 결과, 1% 구부릴 때마다 검출할 수 있는 파장 대역이 1.6마이크로미터(, 100만 분의 1m)씩 바뀐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를 적용한 하나의 센서로 이산화탄소와 수증기, 메탄가스를 모두 검출하는 데 성공했다.

 

김형진 박사후연구원은 구부리는 반복 횟수 제한 없이 감지 대역을 자유롭게 바꿀 수 있는 센서는 최초이다. 적외선 센서를 사용하려면 냉각이 필요한데 흑린은 상온에서도 적외선 센서로 사용할 수 있어 군사용 웨어러블 기기 등 다양한 분야에 활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형진 박사후연구원팀은 구부리는 2차원 반도체로 에너지 손실을 없앤 발광다이오드(LED)도 개발하여 2021 07 23일 국제학술지 '사이언스'에 발표했다. LED는 반도체에서 전자(음전하)와 정공(양전하)이 결합해 만들어지는 '엑시톤'이 서로 결합하는 과정에서 나오는 빛을 활용한다. 그러나, 광원으로 쓸 정도의 높은 에너지를 가하면, 엑시톤이 너무 많아지고 서로 결합하면서 빛 대신 열을 낸다. 통상 가해진 에너지의 15%만 빛으로 전환하고 85%는 열로 바뀐다.

 

연구팀은 2차원 반도체 소재를 0.5%만 구부려 LED로 활용할 경우, 엑시톤이 열을 내는 현상이 사라지는 것을 발견했다. 김형진 박사후연구원은 이 소재를 응용하면, 실생활에서도 100% 효율을 내는 LED 반도체를 개발하는 것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2차원 소재의 전통 강자였던 그래핀도 최근 재조명되고 있다. 그래핀 두 장의 각도를 1.1도로 빗겨 겹치면, 전기 저항이 0이 되는 초전도 현상이 발생하는 마법 각도 그래핀 2018년 발견되면서이다. 당시 22세에 불과하던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전기공학 및 계산과학부 차오 위안 박사후연구원이 관련 연구를 네이처에 발표하며 주목받았다.

 

박정민 MIT 박사과정 연구원은 차오 박사후연구원과 함께 전기 저항이 0이 되는 초전도 현상이 발생하는 마법 각도 그래핀을 구현하는 새로운 마법 각도를 발견한 후, 2021 07 21일 네이처에 발표했다. 그래핀 세 장을 겹치고 가운데 그래핀 층을 1.57도 각도로 돌렸더니 강한 자기장에서도 초전도 현상이 나타난다는 사실을 알아낸 것이다. 초전도를 이루는 데 필요한 전자쌍인 쿠퍼쌍의 두 전자가 다른 각운동량(스핀)을 보이는 삼중 스핀이 발생할 때만 이러한 현상이 나타난다. 강한 자기장이 필요한 양자컴퓨터에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2020년 연구를 시작한 박정민 MIT 박사과정 연구원은 이중층 그래핀과 삼중층 그래핀 연구로만 2021년 네이처 발표 논문 4편에 1저자로 참여했다. 박정민 연구원은 “2차원 소재는 실험 중에도 여러 조절이 가능하여 다양한 성능을 찾아낼 수 있다. 지난 2-3년간 그래핀을 포함한 다른 2차원 소재를 통한 연구에서 다양한 현상이 발견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