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檢察) 개혁

난 검찰의 강아지, 강압 진술 거래 비망록

마도러스 2020. 7. 7. 02:37

■ 난 검찰의 강아지, 강압 진술 거래 비망록

 

[중앙일보] 한명숙(76) 전 총리에게 9억원의 뇌물을 줬다고 알려진 고() 한만호 씨의 옥중 비망록이 뉴스타파와 MBC 보도를 통해 공개됐다. 한만호씨는 2010년 한명숙 전 총리의 정치자금법 위반 1심 공판에서 한명숙 총리에게 뇌물을 줬다고 한 검찰 진술은 검찰의 회유 강압에 따른 거짓이었다고 증언해 파문을 일으킨 바 있다.

20200514, 보도를 통해 공개된 한만호씨 비망록 사본에는 당시 한만호씨가 수사 받은 상황을 기록한 정황이 나온다. 사기죄 등으로 통영 교도소에 수감 중이던 한만호씨는 2010년 서울 구치소로 이감됐다. 이후, 검찰 소환 조사를 받게 되는데, 한만호씨는 이 과정을 비망록에 썼다.

 

한만호씨는 비망록에서 한명숙 총리가 아닌 한나라당 친박계 의원에게 돈을 준 사실을 검찰에 진술했지만, 검찰이 덮어버렸다라고 적었다. 자신이 검찰 진술에 협조하게 된 계기도 썼다. 한만호씨는 비망록에 한명숙 총리 유죄만 나오면, 재기할 수 있도록, 증언 이후, 며칠 안으로 출소할 수 있게 돕겠다라고 검찰이 말했다는 내용을 적었다. 한만호씨 주장에 따르면, 검찰이 한만호씨에게 진술 거래를 제안했고, 자신은 이에 응했다는 것이다.

 

한만호씨는 201004월부터 12월까지 70차례가 넘는 검찰 조사를 받았다. 한만호씨 비망록에 따르면, 검찰은 재판에서 핵심 증인으로 서게 될 한만호씨에게 질의 응답을 연습시켰다고 한다. 한만호씨는 검찰 진술 조서 제공해주고, 구치소에서 공부하라며, 매주 불러서 시험 본다고 테스트했다라고 썼다. 한만호씨는 자신을 검찰의 안내에 따르는 강아지로 표현하기도 했다.

9년 전에도 이미 한만호씨 비망록논란이 있었다.

 

한만호씨 비망록이 논란이 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9년 전인 2011년 검찰이 법정에서 진술을 번복한 한만호씨를 위증 혐의로 기소하기로 하면서 사기죄 만기 출소를 앞둔 한만호씨의 감방을 압수 수색했다. 당시 검찰은 한만호씨의 일기장과 재판 대비 메모 등을 확보했다.

 

당시 한만호씨의 변호사가 최강욱 변호사 (현 열린민주당 대표)이다. 최강욱 변호사는 당시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한만호씨의 비망록을 언급했다. 최강욱 변호사는 9년 전인 2011년 인터뷰에서 비망록에는 그동안 검찰이 한만호씨에게 무엇을 요구했고, 어떻게 사실을 왜곡하고, 자신을 회유하고 협박했는지, 그 과정이 상세히 적혀있다라고 주장했다.

정치 검찰주장에 한명숙 무죄 군불 때기냐?’

 

한만호씨 비망록 사본이 공개되면서 다시 검찰의 강압 수사에 대한 논란도 이어질 전망이다. 한명숙 전 총리는 1심에서 무죄를 받았지만, 2심에서 유죄 판결을 받았고, 대법원 전원 합의체에서 확정됐다. 당시 수사에 참여했던 한 관계자는 한만호씨 비망록에 적힌 검찰 조사 내용, 검찰 조서는 1, 2, 3심에서 모두 인정됐다라고 말했다. 한만호씨 주장대로 회유 협박 있었다면, 한만호씨의 검찰 진술에 임의성이 없어 증거 능력이 부정됐을 거란 취지이다.

 

그는 한만호씨의 진술 외에도 한명숙 전 총리가 받은 9억 원에 대한 자금원이 추정됐고, 자금을 조성한 직원의 법정 진술도 있었다. 진술이 번복됐는데, 물증이 없었다면, 어떻게 유죄를 받았겠느냐라고 말했다.

차장 검사 출신 변호사는 한명숙 전 총리의 동생이 한만호씨가 발행한 자기앞수표 1억원을 전세 자금으로 쓴 사실이 물증이라고 말했다. 한 현직 검사는 이를 둘러싼 논란을 두고 한명숙 전 총리에 대한 재심이나 사면을 염두에 두고, 무죄 여론을 조성하기 위한 '군불 때기'가 아닌지 의심스럽다라고 평가했다.

 

재소환된 비망록, 사법 판단은 어땠나?

 

당시 수사팀 관계자는 재차 논란이 된 한만호씨의 비망록 자체에 대한 사법부 판단도 이미 끝났다고 강조했다. 수사팀 관계자는 소위 비망록이라는 서류는 한명숙 전 총리 재판 과정에서 증거로 제출되어 엄격한 사법 판단을 받은 문건이라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한만호씨는 수첩에 검찰 진술을 번복하고, 법정서 허위 증언을 하려는 계획을 기재했는데, 이때 검찰 수사에 굴욕감을 느끼고, 허위 증언 암기를 강요당했다는 내용을 허위로 작성했다는 것이다.

 

검사가 한만호씨 부모를 겁박했다는 비망록 내용도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수사팀 관계자는 위증 혐의를 조사하며, 한만호씨의 부모가 진술 번복에 관여한 사실이 확인되어 경위를 확인한 것이라고 사실 관계를 설명했다. 당시 수사팀은 한만호씨 부모를 조사한 자료를 법정에 증거로 내 법원 판단을 받았고, 한만호씨는 위증 혐의로 징역 2년 유죄 확정 판결을 받았다. (중앙일보, 입력: 202005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