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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의 중기 전속 거래, 바꿔야 산다!

마도러스 2019. 8. 21. 00:00


■ 대기업의 중기 전속 거래, 바꿔야 산다!

 

● 대기업 러브콜 받는 중기, “20년만에 기회 찾아왔다

 

2019년 07월 02일본 정부는 일제(日帝강제 징용에 대한 한국 대법원의 배상 판결(2018.10.30)을 이유로 한국으로 수출되는 반도체 핵심 소재의 수출 규제 조치를 전격 단행했다그런 후메모리 반도체용 감광액을 만드는 업체는 최근 반도체 대기업들로부터 러브콜을 받았다일본의 수출 규제 충격으로 반도체 핵심 소재 수급이 막힐 위기에 놓이자대기업들이 추가 물량을 확보하고 싶다며 연락을 취한 것이다이례적인 일이었다통과 의례였던 경쟁사와의 거래 실적도 요구하지 않았다업체 관계자는 일본산 쓴다며 거들떠보지도 않던 대기업이 이렇게 적극적으로 나오다니 놀라웠다”. 구체적인 물량 변화까지 밝힐 순 없으나 주문 문의가 계속 들어오는 건 사실이라고 했다.

 

디스플레이용 소재를 납품하는 업체도 그간 막혀 있던 대기업 판로가 순식간에 뚫리며 쾌재를 불렀다기존엔 일본산이 80% 이상을 차지해 제품 검토조차 부탁하기 어려웠다업체 관계자는 일본 수출 규제 국면이 풀리고 나면, ‘당할까 두렵다면서도 “20년 만에 올까 말까 한 기회라고 말했다.

 

● 일본 추월 가능하다!” 중소 기업의 자신감

 

장비 소재부품 기업들은 소재부품장비 국산화에 기대감을 감추지 않았다아직 일부 사례에 불과하지만중소기업 소재부품 매입에 소극적이던 대기업들이 일본 수출 규제를 계기로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어서이다.

 

반도체 업계에서 20여년을 근무한 기술자 씨는 중소기업에도 테스트를 비롯한 여러 기회가 주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반도체 공정은 나노 단위로 이뤄지는 미세한 공정이기 때문에고객사가 될 수도 있는 대기업 양산 라인에서 직접 소재부품을 검증해보지 않으면제대로 개발을 한 게 맞는지 가늠하기조차도 어렵다고 한다일부 연구소나 대학에 기술 시연을 해볼 수 있는 테스트베드(시험장)가 갖춰져 있긴 하지만대기업 생산 라인만큼 미세하지 않다는 문제가 있다씨는 중소기업이 자체적으로 테스트해볼 반도체 라인을 만들려면 몇조원이 들어간다그럴 수도 없거니와몇백억 매출 올려보겠다고 몇조원짜리 라인을 세울 수도 없지 않나결국대기업 생산 라인에서 테스트해보는 방법밖에 없었다며 그동안 중소 업체는 눈을 감고 개발하는 것과 다름없었는데이제 대기업도 국산화 필요성을 알게 됐으니중소기업에도 여러 기회가 주어질 거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일본산 반도체·디스플레이 장비 국산화를 진행 중인 업체 관계자 씨는 더 나아가 대기업이 변하면일본 추월도 가능하다며 자신감을 나타냈다반도체디스플레이 공정에 쓰이는 자동화 로봇 개발에 성공한 씨는 그동안 국내 대기업이 경험 많고 노련한 일본 회사와 거래하면서 중소기업에는 기회를 주는 데 소극적이었다하지만중소업체도 거래 경험을 해봐야 기술력을 올릴 수 있고그렇게 된다면 어느 순간 일본을 추월할 수 있을 거라 본다장기적으로는 국산 소재장비의 비중이 늘어날 거라 보고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씨도 그동안 삼성전자. SK 하이닉스 같은 대기업과 거래한 일본 소재부품 회사는 이들 회사의 피드백을 꾸준히 받으면서 기술력이 높아져 성장했다또 글로벌 시장에서는 삼성전자. SK 하이닉스에 납품하는 회사라는 사실만으로도 신뢰를 받기 때문에이들 기업과 거래한 일본 회사들의 국제 시장 점유율이 자동으로 올라간 측면도 있었다일본 소재부품회사들이 삼성전자. SK 하이닉스를 바탕으로 성장한 만큼대기업도 이번 사태에 책임감을 가지고 중소기업에도 장벽을 열어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다른 회사랑 거래하지 마!’ 전속 거래 관행 바꿔야 산다.

 

모든 중소기업이 탈일본 국산화 흐름을 기회라고 보는 것은 아니다정부가 2019년 08월 05일 발표한 대외 의존형 산업 구조 탈피를 위한 소재부품장비 경쟁력 강화 대책에 고개를 갸우뚱하는 중소기업들도 있었다법과 제도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문제대표적으로 전속 거래 관행을 해결할 수 있겠냐는 의구심이다.

 

20년 넘게 반도체·디스플레이 장비 제조 중소기업을 운영 중인 씨는 소재부품장비 국산화 대책이 중소기업에 기회가 되지 않겠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중소기업에 얼마나 대기업의 문이 열릴지 미지수라고 말했다씨의 회사는 일부’ 대기업과 전속 거래를 맺고 있다전속 거래란 하청 업체가 특정 원청 사업자와만 거래하도록 구속하는 행위를 말한다중소기업이 대기업에 중장기 공급 체계를 구축해 안정적인 성장을 꾀할 수 있다는 긍정적인 면도 있지만한편으론 중소기업의 추가 거래 기회를 저해한다는 비판도 끊이지 않았다.

 

정부가 이번에 내놓은 소재부품장비 경쟁력 강화 대책에는 전속 거래 관행의 부작용을 해소할 수 있는 방안이 포함되어 있지 않다씨는 대기업과 대기업 사이엔 절대 넘을 수 없는 높은 벽이 있다. ‘저 회사랑 거래하면우리 회사랑은 못 한다’ 같은 관행이 (이번 조치로해결될 수 있을지 모르겠다전속 거래 대기업이 중소기업에 우리에게 이런 수요가 있으니까 만들어 봐라여건이 되면 사 주겠다’ 정도로 요구하는 경우가 있는데중소기업 입장에선 개발 뒤대기업이 안 사줘도 할 말이 없고 비용만 떠안는 셈이다하지만만약 다른 대기업에도 개발한 걸 팔 수 있게 된다면중소기업 입장에선 기회가 몇 배로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디스플레이 분야의 한 부품 기업 대표 씨도 세금 깎아주고 정부 사업에서 우대해주는 정도로 깨질 거래 관행이었다면진작 깨졌을 것이라며 우리 중 하나가 2019년 07월 02일부터 수출 규제를 강화한 소재 3개 중 1개를 개발해낸다고 대박이 날까어느 대기업 테스트를 통과하는 순간다른 잠재적 거래처들과는 바이바이하는 거고하나 있는 거래 안 끊으려고 단가 깎고 또 깎게 될 거다한국 땅에서 이건 안 바뀌는 것이라고 말했다.

 

 중기 40% “전속 거래가 고객 다변화 막는다

 

호서대 기술 경영전문 대학원 김학수 교수가 2019년 04-05월 반도체 분야 25개 중소중견 기업을 조사한 결과를 보면응답 기업의 40%가 고객사가 독점 거래를 요구해 고객 다변화가 어렵다고 응답했다. ‘국내 시장의 한계 또는 해외 시장에서의 기회를 이유로 수출을 희망하고 있으나 고객사의 요청으로 사실상 어렵다고 답한 기업도 44%였다.

 

전문가들은 대기업들의 변화 의지가 없다면최근 정부가 내놓은 대책이 외려 중소기업 경쟁력을 약화하는 역설을 부를 수 있다고 지적한다한양대 융합 전자공학부 박재근 교수는 대기업도 머리론 아는데 실제로는 시도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며, “스스로 자정 노력을 보여주기 위해서라도 어느 분야 중소기업들을 어느 규모만큼 키울지 정부에 구체적인 목표를 제시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