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한글 예찬

한글, 이동 통신 시대에 꽃피다.

마도러스 2010. 10. 14. 15:21

한글, 이동 통신 시대에 꽃피다.


세종대왕은 컴퓨터에 이어 모바일 시대마저 예견했던 것일까? 한국어 및 한글의 과학적 구조가 모바일 환경을 맞아 더욱 빛나고 있다. 세계 최대 인터넷 기업 구글(google)은 2010.10.06일 미국 본사의 개발 책임자가 직접 참석한 가운데 한국어를 대상으로 한 음성 인식 문자 변환 서비스를 발표했다.


스마트폰에 대고 말을 하면, 그 내용을 문자로 바꿔 전자 우편이나 문자 메시지용으로 입력해 주는 ‘음성 인식 문자 입력’ 서비스이다. 걷거나 운전하는 중에는 문자를 입력하기 힘든데, 말을 문자로 바꿔 보내므로 스마트폰에서 유용한 기능이다.


눈에 띄는 대목은 영어에 이어 한국어가 두번째로 출시됐다는 점이다. 검색어를 모두 입력하기 전에 검색 결과를 미리 예측해서 보여주는 ‘순간 검색’ 기능도 함께 출시됐다. 영어. 에스파니아어처럼 알파벳을 쓰는 언어를 빼고는 한국어가 처음이다.


다양한 언어로 전세계 이용자를 대상으로 하는 구글한테 한국과 한국어는 결코 ‘특별한 시장’이 아니다. 아시아 지역만 치더라도, 일본, 중국, 인도네시아 등 우리 보다 인구도 훨씬 많고 구글의 시장 점유율이 월등히 높은 나라도 여럿 있다. 그런데도, 한국이 이처럼 특별 대우를 받게 된 까닭은 무엇일까? 우리가 쓰는 한글의 과학적 구조가 정보화에 매우 적합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구글의 음성 인식 연구를 총괄하는 마이크 슈스터 책임 연구원은 “음성 인식은 글로 쓰인 문장에서 발음을 자동 예측하는 프로그램을 개발해야 하는데 영어를 비롯한 대부분의 언어는 발음 예측이 매우 힘들다”며 “한글의 경우엔 아주 쉬웠고, 과학적 구조도 음성 인식 개발에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그는 “자음과 모음의 조합으로 이뤄진 덕에 간단한 한글 문장을 읽는 것을 배우는 데 하루밖에 걸리지 않았다”며 “영어, 독어, 프랑스어, 일본어 등 내가 배운 다양한 언어와 견줘, 읽기가 매우 쉬운 언어였다”고 덧붙였다.


한글의 우수성은 컴퓨터가 등장하면서 서서히 주목받기 시작했다. 자음과 모음의 체계적 조합으로 짜인 한글의 특성은 특히 모바일 시대를 맞아 더욱 활짝 꽃필 태세이다. 휴대전화 자판은 세계 공통으로 숫자 0-9와 기호 *, # 등 12개로 이뤄져 있다. 영어는 자판 하나에 3-4개의 글자를 할당하는데, 예를 들어 알파벳 P는 자판 7을 한 번, S는 자판 7을 네 번 눌러 입력한다.


이에 반해, 한글의 경우엔 기본 자음과 모음이 8개로 구성돼 있어, 획과 쌍자음 단추만 추가하면 모든 글자를 매우 빠르게 조합해낼 수 있다. 국내에서 쿼티(qwerty) 자판 스마트폰에 대한 수요가 낮은 배경에도 한글의 입력 편의성이 숨어 있다.


특히 140자로 제한된 트위터 등 단문 블로그에서도 한글의 ‘정보 입출력 효율성’은 단연 돋보인다. 예를 들어 ‘high school’→ ‘고교’나 ‘house’→‘집’처럼, 한글에선 한두 글자로 표현할 수 있는 정보량이 상대적으로 더 많은 편이다. 똑같은 140자라 하더라도 영어에 비해 더욱 풍부한 내용을 표현할 수 있다는 점에서, 한글이야말로 스마트폰 시대에 꼭 맞는 최적의 수단인 셈이다. (한겨레 원문 구본권 기자, 입력: 2010.10.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