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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략 없는 특허 출원, 기술만 샌다.

마도러스 2010. 2. 12. 10:05

 

전략 없는 특허 출원, 기술만 샌다.


■ 내고보자式 특허 지양, 제품 기술에 맞는 전략 필요


IBM은 세계적인 특허 기업으로 꼽힌다. 지난 17년 동안 미국에서 가장 많은 특허를 출원했다. 2009년 4,914건을 출원해 2등을 차지한 삼성(3,611건)보다 1,300건이나 많았다.


그러나, 특허 가치를 따지면 순위는 달라진다. IBM은 8등으로 밀리고 IBM의 절반을 약간 웃도는 마이크로소프트(2,906건) 1등으로 올라선다.


특허 컨설팅 업체인 오션 토모는 MS의 특허 가치가 IBM보다 3.3배나 높다고 평가했다. 건수를 감안하면 MS 특허 한 개가 IBM 특허 6개보다 가치 있는 셈이다.


MS는 국제 전기전자 학회(IEEE)의 특허 파워 랭킹에서도 2년 연속 1등을 차지했고, 페이턴트 보드(The Patent Board) 순위에서도 1. 2위를 다툰다. 전문가들은 MS 특허 가치를 전략적 특허 출원과 촘촘한 포트폴리오(portfolio. 가치 투자)에 있다고 분석한다.


■ 특허 파워 랭킹 1위 MS, 전략 안 맞으면 포기


미국 시애틀에서 20분가량 떨어진 레드몬드에 위치한 MS 본사에서 만난 리처드 와일더 MS IP 전략 총괄 자문위원은 "IP(information provider. 특허 등 지식 재산)가 없었다면 MS는 존재할 수도 없었다"며 "MS가 IP를 출원하거나 매입할 때 가장 공을 들이는 부분은 특허의 품질을 높이고 회사와 제품 전략에 맞는 특허 포트폴리오(portfolio. 가치 투자)를 구축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강한 특허를 위해서는 막대한 비용과 시간을 아끼지 않지만 전략에 안 맞는 특허출원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반면, 한국은 상황이 다르다. 국내의 한 변리사는 "한국 기업들은 비전략적인 발명과 특허 출원이 너무 많다"며 "일단 특허를 내고 보자는 무전략 대응으로 불필요한 비용을 쓸 뿐만 아니라, 중요한 발명을 출원할 기회를 놓친다"고 지적했다.


■ 무전략 특허는 손해, 엄격한 품질 관리


MS(마이크로 소프트)의 2009년 말 현재 시가 총액은 2,500억달러. 이중 3.6%인 90억 달러를 연구 개발(R&D)에 투자하고 R&D 비용의 1.4%인 1억3,000만 달러를 특허 심사 비용으로 지불한다. MS에도 수백명의 변호사가 있지만 수십개의 외부 로펌에 매년 1,000억원이 넘는 비용을 쓴다.


와일더 자문위원은 "MS의 특허 전략은 엄격한 품질 관리에서 시작한다"며 "출원할 특허의 명세서와 청구 항목이 정확하고 명확한 단어와 표현을 썼는지, 발명자의 의도와 기술에 맞는 용어가 선택됐는지, 개념과 청구 항목이 명확하게 연결됐는지를 담당자들이 엄격하게 검토하고 심도있는 인터뷰를 거쳐 다시 작성한다"고 설명했다.


특허의 질을 높이는 데서 시작해 전략적 포트폴리오를 구축하고 전략에 맞는 비즈니스를 전개한다는 것이다. 한 미국 특허 변호사는 "미국 기업들은 전략 없는 특허는 손해라고 생각한다"며 "충분한 시간과 비용을 들여 특허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 전략을 세운 후 출원한다"고 말했다.


한 특허 전문가는 "특허는 종종 지뢰에 비교되는데 지뢰의 위력은 누가 많이 묻었느냐가 아니라 상대방이 지나갈 만한 길목에 피해 갈 수 없게 잘 묻었느냐에 따라 결정된다"며 "전략적 포트폴리오에 따라 촘촘한 특허망을 짤 경우 개별 특허가 갖는 위력이 몇 배 더 커지게 된다"고 말했다.


■ 전략적 특허 출원 이끌 개척자 필요


와일더 자문위원은 "앞으로는 필요한 특허를 외부에서 조달하는 오픈 이노베이션(open innovation)의 시대가 되고, 특허가 현금처럼 통용될 것"이라며 "전략적 특허 출원과 포트폴리오(portfolio. 가치 투자) 구축이 더 중요해진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한국도 전략적 특허 출원이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한 특허 법률 사무소 소장은 "한국은 특허를 전략적으로 출원해 큰 돈을 번 경우가 없어 특허 전략에 대한 필요성을 못 느낀다"며 "특허펀드 등 특허 관리 전문회사가 전략적 특허 출원이나 발굴에 성공하면 새로운 벤치 마크가 될 것"으로 예상했다. (한국일보 우승호 기자, 입력: 2010.02.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