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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에 착착 붙는 '임실 치즈', 100억대 대박 비결

마도러스 2008. 12. 2. 13:06

입에 착착 붙는 '임실 치즈', 100억대 대박 비결


벨기에 신부가 농민과 함께 1967년에 설립, 고품질 전략으로 피자 프랜차이즈도 성공


 

▲ 원유를 발효시킨 후 효소를 넣고 응고시킨 '커드'
“현충일에도 밤 10시에 퇴근했어요.” 현충일 다음날인 2006.06.07일 오후 전북 임실치즈농협의 치즈공장.
 
박성국 생산반장은 “주문이 넘쳐 현충일에도 밤 늦게까지 근무했다”고 말했다. 전체 47명인 이곳 직원은 야근이 다반사다. 하루 35톤 생산이 적정량인 공장 설비를 풀가동하고도 모자라 돌리고 또 돌려서 50톤을 만들어낸다. 공장 가동률이 140%가 넘는 것이다.
 
전국을 뒤덮고 있는 불황의 짙은 그늘을 여기서는 찾아볼 수 없다. 이곳 직원들은 “몸이 고달파서 돈도 귀찮으니 좀 쉬었으면 좋겠다”라며 문자 그대로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
 
치즈공장에 들어가는데 반도체 공장에 들어갈 때와 마찬가지로 방진복을 입고 에어 샤워를 했다. 안내를 맡은 김상기 생산과장은 “치즈는 유해 세균에 극히 민감하기 때문에 방진복을 입고 에어 샤워를 하는 것”이라며 “냄새가 치즈에 밸까봐 남자직원은 작업 전에 담배를 못 피우고 여직원은 짙은 화장을 못 하게 한다”고 말했다.
 

기계소리가 요란한 공장에 들어서자 달콤하고 향긋한 우유 냄새가 진동했다. 우유 비린내가 안 난다고 하자 “신선한 원유(原乳)를 써서 좋은 냄새가 난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공장을 살펴보니 기본적으로 자동화 공정이지만, 순두부 상태의 치즈를 자르는 과정 등 중간중간 수작업도 많았다. 김 과장은 “숙련된 전문가가 오랜 경력에서 오는 감(感)으로 하는 게 품질을 좌우하기 때문에 손으로 하는 공정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임실치즈는 자타가 공인하는 우리나라 최초의 토종 치즈다. 1967년 임실성당의 주임신부였던 벨기에인 디디에 세스테벤스(한국명:지정환) 신부가 생활고에 시달리는 농민의 소득을 늘리기 위해 임실군 임실읍 성가리에 치즈공장을 설립한 것이 임실치즈의 모태(母胎)다. 네덜란드, 룩셈부르크와 함께 이른바 베네룩스 3국의 하나인 벨기에는 세계적인 낙농강국이다. 따라서 벨기에인 신부가 치즈를 만들겠다는 발상을 한 것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이다.

 


처음에는 이 지역에 많았던 산양의 젖으로 치즈를 가공해 미군부대 등에 납품했고 저장시설이 없어 토굴을 파서 치즈를 저장했다. 지금은 우유를 이용해 치즈를 만들며 숙성 전용 냉장고에 치즈를 저장하고 있다.

 

 벨기에 신부는 1980년대 초 손을 떼고 1981년 주민이 주축이 돼 신용협동조합 형태로 전환시켜 임실치즈를 키워왔다. 6월 7일 현재 조합원 수는 212명이다.

 

임실치즈는 1986년 일대 전기(轉機)를 맞았다. 임실군 임실읍 갈마리 현재의 위치에 현대식 치즈공장을 설립한 것이다. 4000평의 부지에 건평 450평 규모로, 설립 당시 최첨단을 달리는 공장이었다. 임실치즈농협 배찬수 사업단장은 “그 당시엔 너무 크게 지은 게 아니냐고 걱정했는데 지금은 다들 더 크게 지을 걸 그랬다고 후회하고 있다”고 말했다.

 

치즈를 만드는 과정을 살펴봤더니 그리 복잡하지는 않았다. 치즈는 액체를 고체로 만드는 과정이다. 농가에서 모은 원유를 냉각 저장한 후 70℃에서 15초 동안 가열 살균해 유산균을 넣고 발효시킨다. 여기에 송아지의 위에서 추출한 응고 효소인 렌넷을 넣고 응고시킨다. 이렇게 응고된 것을 커드라 하고, 이 속의 수분(whey)를 제거하는 공정을 거쳐 스트레칭력(잡아당기는 힘)을 높이는 작업을 했다. 모양을 내는 몰딩 공정을 거쳐 냉각 과정과 소금물에 담그는 염지 공정을 마친 후 숙성·건조시키면 완제품이 된다. 전체 공정 중에서 치즈의 품질을 좌우하는 것은 치즈가 부드럽게 잘 늘어나는 정도를 결정하는 스트레칭 공정이다.

 

그렇다면 임실치즈의 인기 비결은 뭘까? 한국식품연구원 임상동 동물자원연구팀장은 “임실치즈의 강점은 신선한 국산 우유를 바탕으로 국내 소비자의 취향에 맞춘 제품을 생산하는 데서 찾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 전북 임실치즈농협에 속한 치즈공장의 생산과정.

임실치즈는 우선 스트레칭력이 뛰어나다. 배찬수 사업단장은 “수송기간이 오래 걸리는 수입치즈와 달리 임실치즈는 신선한 국산 원유를 바탕으로 만드는 데다 우리 조합이 독자적으로 개발한 유산균을 써서 스트레칭력이 뛰어나다”고 말했다.

 

2005.05월 이탈리아의 모 피자업체는 아시아 진출을 염두에 두고 아시아 치즈업체들로부터 시제품을 받아 검사한 적이 있다. 이때 임실치즈는 최상급 판정을 받았다.

 

임실치즈는 하얀 치즈가 많은데 이것도 국내 소비자 기호를 반영한 것이다. 김상기 과장은 “우리나라 소비자들은 주로 수입 치즈에서 많은 황색 치즈를 싫어하는 경향이 있어 흰색 치즈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들어서는 한국인의 기호를 반영한 기능성 치즈를 잇따라 선보이고 있다. 이미 양파와 햄을 이용한 치즈를 개발한 데 이어 전통식품인 김치와 특산품인 인삼을 활용한 치즈를 내놓아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전북 임실군이 청정지역이라는 것도 자랑거리다. 배찬수 사업단장은 “우리 기술자가 비슷한 설비로 다른 지역에 가서 치즈를 생산하고 있는데 같은 맛이 안 나는 걸 보면 임실 지역의 기후가 치즈맛에 좋은 영향을 미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임실치즈는 뛰어난 품질을 바탕으로 2000년대 들어 고속성장을 하고 있다. 2000년 79억원이었던 연간 매출이 2004년에는 104억원으로 늘었다. 4년간 32%가 증가했다. 그런데 지난해에는 전년 대비 3% 마이너스 성장을 했다. 임실치즈농협 신동환 조합장은 이에 대해 “지난해는 치즈 수입이 늘어나면서 국내 업체들이 고전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임실치즈의 판매량은 올 들어서 다시 급등세를 보이고 있다. 신제품 개발을 꾸준히 해온 효과가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신 조합장은 “5월 현재 전년 대비 22% 늘어난 매출을 달성했으며 이런 추세라면 당초 목표인 113억원을 초과 달성해 연말까지 125억원의 매출을 올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따라서 조합원들의 표정도 밝다. 낙농 경력 23년의 최병섭씨는 “1200평 부지에 젖소 30마리를 키워서 날마다 23㎏의 원유를 생산하고 있다”며 “임실치즈농협의 매출이 늘어나는 덕분에 우리 집 살림살이도 좋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임실치즈는 지금까지 치즈업계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높은 평가를 받아왔지만 대중적인 인지도는 비교적 낮은 편에 속했다. 최종 소비자를 상대로 하는 소매영업을 별로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임실치즈농협은 이를 극복하기 위해 피자 프랜차이즈사업도 전개하고 있다. 임실치즈 브랜드도 알리고 피자 판매를 통해 치즈 매출도 늘리는 일석이조(一石二鳥)의 효과를 노린 것이다.

 

임실치즈를 100% 사용하는 ‘임실치즈피자’ 가맹점은 51곳에 이른다. 분포지역은 전남·북, 대전, 충남, 경기도, 인천 등이다. 30여곳의 체인점이 들어선 전북 지역의 경우 임실치즈피자는 이미 유명 브랜드로 자리잡은 지 오래다. 2000년 6월부터 전주시 완산구 중화산동에서 임실치즈피자 중화산점을 운영 중인 안정용씨는 “피자에서 치즈가 차지하는 비중이 높은데 우리 체인점은 품질 좋은 임실치즈를 100% 쓰는 덕분에 소비자 반응이 좋은 편”이라고 말했다.

 

임실치즈피자는 지방부터 먼저 공략한 후 수도권으로 진입한다는 전략을 실천해 왔다. 배찬수 사업단장은 “분당, 일산 등지에서 반응이 좋은 데 고무돼 조만간 서울에도 진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해외진출도 적극 모색 중이다. 배 사업단장은 “내년 3분기에는 중국에 체인점 1호점을 개설하는 등 아시아 시장을 적극 개척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임실치즈가 세계적인 명품 반열에 오르기 위해서는 해결해야 할 과제가 적지 않다. 우선 슬라이스치즈와 같은 소포장 단위의 제품이 늘어나야 하고 포장도 더 정교하고 세련되게 개선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포화 상태에 도달한 생산 능력을 확충하기 위해 공장 신축이 빨리 진행돼야 하는데 예산 확보가 쉽지 않은 형편이다. 배 사업단장은 “공장 신축을 위해서는 128억원이 필요하나 정부 보조금이 적어 6월 7일 현재 70억원밖에 확보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 임실 치즈피자

전북 임실 박영철 주간조선 기자, 입력 : 2006.0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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