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의 굴레

신명(귀신)은 있는가? (경향신문, 커버스토리)

마도러스 2006. 7. 25. 13:23

신명(귀신)은 있는가? (경향신문, 커버스토리)

 

  

신명(귀신)은 실제 있는 걸까?

생활하면서 귀신을 봤다는 사람들이 꽤 된다. 신내림을 받은 무당은 자신을 지배하는 신 때문에 예언을 할 수 있다고 말한다.

 

반면 과학적으로 증명되지 않는다며 귀신의 실체를 인정하지 않는 사람도 있다. 정신적으로 약해졌을 때 보이는 이미지라는 것이다.

무당 가운데서도 강신무(降神巫)는 신이 실제로 존재한다고 말한다. 신내린 무당을 일컫는 강신무는 점을 치고 예언한다.

 

순수 사제자로 무속의례를 집행하는 세습무와 다르다. 다큐멘터리 영화 ‘영매(靈媒)’에 나왔던 강신무 박미정씨(인천 숭의동 숭신당)는 역시 무당이었던 어머니에게서 내림굿을 받고 장군신을 모시고 있다.

그에 따르면 사람이 죽으면 혼이 남는다. 혼이 신이 되는 것인데 신은 영적으로만 이루어지지 않고 실체를 갖고 있다고 한다. 다만 존재하는 영역이 살아 있는 사람과 다르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사람들 눈에는 보이지 않는다.

신은 저승과 이승을 오가기도 한다. 매번 보이지 않을 뿐 사람들 주변을 스쳐 지나갈 때도 있다. 일반인이 죽어서 된 귀신은 시간이 지나면 사라지지만 왕이나 장군 등 기가 센 귀신들은 거의 영원히 존재한다.

신 중에는 살아 있는 사람이 접하면 안돼 달래서 극락으로 인도해야 하는 신이 있고 모셔서 받들어야 되는 신이 있다. 굿을 해서 원혼을 달래는 것이 이에 해당한다.

이렇게 신은 있어야 할 자리가 각각 다르기 때문에 이승의 사람 가운데서도 신을 부릴 수 있는 자리가 각각 다르다. 박씨처럼 신받은 사람들은 접신해 신을 볼 수 있고 일반 사람들은 가끔씩 생활에서 조상신 등을 볼 수 있다. 꿈이나 일상생활에서 귀신을 봤다고 말하는 경우가 여기에 해당한다. 전혀 보지 못하는 사람도 물론 있다는 게 박씨의 설명이다.

역학(易學)과 민속학에서는 귀신의 실체를 적극적으로 부정하지 않는다. 바라보는 관점은 차이가 있다. 역학에서는 귀신을 기(氣)의 한 종류로 받아들인다.

 

 민속학에서는 사람들이 귀신이 있다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중요하지 실제 존재여부는 부차적이라고 말한다. 역학칼럼니스트 이상인씨는 “같은 식물을 비슷한 조건의 외부에 놓아 두어도 어떤 곳에서는 잘 자라고 다른 곳에서는 자라지 못한다. 기(氣)가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한다. 기운은 다양한 형태를 띠면서 존재해서 사람의 형태를 갖기도 하고 원숭이 같은 동물이나 칼 등 물체의 형태를 띨 때도 있다는 것. 따라서 귀신은 기의 한 종류라는 것이며 실재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했다.

특히 자신이 간절히 원하는 형태로 기가 등장한다. 돌아가신 어머니를 그리워하며 생전 어머니의 소품을 근처에 두면 눈앞에 어머니의 모습이 나타나는 것이 이같은 원리라는 것이다.

이씨는 “동양철학에 따르면 사람마다 자신을 주재하고 있는 오행(五行)의 기운이 있는데 자신하고 맞지 않는 주변의 기운 변화가 일어날 때 큰 정신적 변화가 일어날 수 있다”고 말한다. 신내림을 받는 사람이 이에 해당한다.

그의 경험담. “한 사람의 사주 감정을 의뢰받았다. 그 사람을 주재하는 기운은 목(木)인데 칼처럼 날카로운 운명의 흐름이 들어와, 정신착란 증세를 보일 수 있었다. 그 상황을 벗어나려면 외부의 모든 기운을 받아들여야 했다. 예술과 같은 정신분야의 기운이 필요했다. 내림굿을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감정을 의뢰한 그 사람은 매일 헛것이 보여 이미 내림굿을 받아야겠다는 결심을 한 상태였다. 확인하려고 이씨에게 부탁했던 것. 의뢰인은 결국 내림굿을 받았다.

종교인류학을 연구하는 한양대 최준 교수는 “사람들이 귀신이 있다고 믿는 순간부터 귀신은 존재한다. 설령 상상이라 하더라도 인식 속에서 굳어지면 실제 생활에서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귀신의 실제 존재 여부는 중요하지 않다는 것. 있다 한들 증명할 수 없는 문제이며, 중요한 것은 귀신이 민족의식 속에서 어떻게 전개되는지에 대한 문화적 가치라고 주장한다.

그는 “공부하는 사람은 강신무(降神巫)를 거짓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믿는 체계 안에서는 다 설명된다. 학술적인 면에서 ‘신이 있다·없다’고 쓸 수는 없으며 사람들의 믿음 속에서 어떤 귀신의 현상이 그려지는 것을 본다”고 설명한다.

정신분석학에서는 귀신의 존재여부를 굳이 부정하지 않는다. 다만 그로 인한 결과를 중요시 여긴다.

 

연세누리정신과 이호분 원장(정신과 전문의)은 “귀신을 보더라도 사회·일상생활을 하는 데 지장이 없으면 문제없다”며 “무당은 신을 통해 미래를 예측하는 것이 직업인데, 자기 직업적 기능을 잘하고 있으면 그 자체가 정상적인 것”이라고 말했다.

사람들이 귀신을 보거나, 무속인이 신내림을 받아 신의 목소리로 예언을 하는 것 등도 정신적인 현상으로 설명이 가능하다고 말한다. 이원장은 “예를 들어 무당이 애기목소리를 내거나 미래를 예측하는 것, 신들린 것을 정신분석학에서는 ‘포지션’(position·자신을 다른 사람으로 위치시키는 것) 개념으로 설명할 수 있다. 인간의 무의식으로 볼 수도 있고, 종교적 입장에서는 영적인 현상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귀신의 존재를 과학적으로 증명하려는 시도도 있었다. 맥도길이라는 미국 의학자가 오래전 영혼의 무게를 재는 실험을 한 것. 죽을 것이 확실시되는 중환자의 침대 밑에 저울을 달고 죽는 순간 몸무게의 변화를 측정했다. 20g이 줄었고, 반복된 실험에서 비슷한 결과가 계속 나와 영혼이 있다고 결론내렸다. 이같은 내용이 ‘미국심령연구협회’에 발표되고 귀신 또는 영혼에 대한 관심이 뜨거워지기도 했다.

불교와 기독교 등 종교적 입장에서는 귀신의 존재를 인정하지만 대부분 부정적인 의미로 정의내렸다. 불교는 근원적인 영혼은 윤회하며 깨달음의 단계에 따라 사람, 동물 또는 귀신 등이 돼서 각기 다른 위치에서 산다고 말한다.

기독교는 귀신을 불신자(不信者)의 사후 영적 존재로 본다. 천사에서 타락한 마귀와도 다른, 저주받은 존재로 묘사된다.

결과적으로 많은 영역에서 귀신의 존재를 인정하고 있다. 대부분 객관적으로 증명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그러나 사람들이 지금처럼 귀신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는 것만으로 귀신은 있는 것이나 다름없는지 모른다.〈임영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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