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자 컴퓨터

■ 한국, 양자 기술 생태계 주도권 잡을 수 있다.

마도러스 2021. 6. 29. 20:52

■ 한국, 양자 기술 생태계 주도권 잡을 수 있다.

 

 세상을 바꾸는 양자 기술, ICT 인프라·기술 갖춘 한국 도전할만

 

"100만년 걸리는 1024비트 암호 해독을 10시간 만에 끝내고, 전력 소모량은 지금의 600분의 1로 줄일 수 있다." (양자컴퓨터). "양자 자기공명영상(MRI)으로 지금보다 100배 작은 0.05 이하 암세포를 식별하고, 양자 이미징 센서로 45 이상 원거리까지 탐지한다." (양자 센서 초정밀 계측). "도청. 감청시 파괴되는 양자 암호키를 만들어 해저 광케이블, 위성통신 등의 불법 도감청을 막고, 해킹을 원천 차단한다." (양자암호통신)

 

양자기술은 인류의 삶을 어떻게 바꿀까. 확실한 것은 양자기술이 궤도에 오르면, '게임의 법칙'이 바뀌는 정도가 아니라 '게임의 종류'가 바뀌는 수준으로 파괴적 혁신이 일어날 것이라는 점이다. 2021 04월 양자기술 연구개발(R&D) 투자전략을 발표한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양자기술의 중요성을 설명하면서 초고속 연산, 초신뢰 보안, 초정밀 계측 등 세 가지를 키워드로 꼽았다.

 

 양자정보, 양자암호, 양자센서, 양자물질, 양자소자 등 방대한 양자 생태계

 

양자기술이라고 하면, 흔히 양자컴퓨터를 떠올리지만 이는 일부에 불과하다. 양자정보, 양자암호, 양자센서, 양자물질, 양자소자 등 방대한 양자 생태계가 있고, 앞으로 양자기술은 전체 산업에 접목될 것으로 예상된다. 당장 양자컴퓨터가 상용화되는 향후 몇 년간 양자 소프트웨어와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하는 것만 해도 엄청난 과제이자 기회이다.

 

이제 막 양자 생태계가 싹을 틔운 시점이고, 미국과 중국 정도를 빼면, 아직 어느 나라도 선점하지 못한 미지의 땅이다. 그나마 미국 중국 2개국이 선점한 기술도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양자 이론을 연구하는 모 교수는 "지구에서 중력의 지배를 받고 살던 인류가 이제 막 화성에 도착해 몇 발자국 뗀 것에 비유할 수 있다. 무슨 일이 벌어질지 불확실성이 가득하고, 성공을 장담할 수도 없지만, 새로운 땅을 개척하는 일이니까, 먼저 깃발을 꽂고, 지식재산권을 확보하는 국가가 임자이다" 라고 설명했다. 워낙 광범위하다 보니, 세계 각국은 기존에 비교 우위가 있던 기술을 육성하는 '선택과 집중' 전략을 쓰고 있다. 미국은 수십 년간 공들여온 양자컴퓨터와 양자물성에 집중하고, 중국은 양자정보와 양자암호에 전폭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영국과 유럽연합(EU)은 양자센서와 양자컴퓨터에, 일본은 양자물성과 양자소자 쪽에 공들이고 있다. 짧게는 10, 길게는 30-50년을 내다보고 가야 하는 긴 여정이다 보니, 잘하는 것부터 먼저 하는 쪽을 택한 것이다.

 

한국은 기술 격차로 보나 연구 개발비 규모로 보나 출발이 많이 늦었다. 하지만, 아직 기회는 있다. 세계 최고 정보통신기술(ICT) 인프라스트럭처와 메모리반도체. 배터리 기술력을 활용하면, 추격의 기회가 열려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 평가이다. 지난 수십 년간 쌓아온 기반이 탄탄한 것은 물론 인재도 풍부하다. 박제근 서울대 물리학과 교수는 "분야에 따라 세계 기술 수준과 격차가 매우 크기 때문에 경쟁력을 제대로 갖추려면 전략적으로 우선 순위를 정해야 한다. 외국이 한다고 해서 따라가서는 곤란하고, 우리 경쟁력을 냉정하게 따져봐서 가능성 높은 분야에 집중해야 승산이 있다" 라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한국이 경쟁해볼 만한 대표적인 분야로 양자물성(재료공학)과 양자소자를 꼽는다. 세계 최고 ICT 경쟁력을 이어갈 수 있는 양자정보 분야 역시 유망하다. 뛰어난 소프트웨어와 앱 개발 역량으로 양자컴퓨터를 활용해 다양한 비즈니스 기회를 찾을 수도 있다. 김정상 듀크대 교수(아이온큐 창업자) "양자기술은 특정 산업군 하나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라 산업 전체를 탈바꿈하는 혁이다. 앞으로 수십 년에 걸쳐 전 분야에 다층적으로 접목될 것이고, 양자기술 특성상 다자간 협력도 필수이기 때문에 미국처럼 10, 20년을 내다보는 장기적 전략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국내 양자 생태계를 지원하는 양자정보 연구지원센터에서 센터장을 맡고 있는 정연욱 성균관대 교수는 장기적 비전과 양자 기술에 대해 잘 이해하는 리더십이 중요하다. 어려운 기술의 장기 연구 개발에는 반드시 한두 번은 겪어야 할 부침이 있는데, 이를 견뎌낼 기초 체력과 멘탈이 중요하다. 인력 양성은 당연하고 공공기관이나 대학 연구개발에 보상하는 시스템을 만드는 등 연구 저변을 넓히는 것이 중요하다" 라고 강조했다.

 

'인류의 삶을 바꿀 혁명'으로 과도한 기대와 투자가 몰리지만, 예상보다 더딘 결과에 지나치게 실망해버리는 '겨울'이 올 수 있기 때문이다. AI 분야에 투자가 급감하는 'AI 윈터'가 있었던 과거 경험처럼 양자 분야에도 언젠가 '양자 겨울'이 올 것인데, 이를 극복하고 재도약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장기 비전과 연구 생태계 확충이 반드시 필요하다.

 

과기정통부에 따르면, 우리 양자 기술은 주요 ICT 중 최하위 수준이다. 가장 앞선 이동통신이 97.8%, 사물인터넷(IoT) 92.3%인 데 반해 양자 기술은 81.3%에 불과하다. 이는 세계 수준 대비 한국이 뒤처졌다고 평가받는 AI(87.4%)에 비해서도 한참 낮다. 이 수치는 해당 기술 최선도국 수준을 100%로 봤을 때 상대적인 위치를 나타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