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술 전에 아스피린 끊었다가 심장 마비로 사망
60대 남자 환자가 인공관절 교체 수술을 받기 위해 2020년 10월 외래 진료를 받았다. 의사는 항혈전 약인 아스피린(Aspirin)을 먹지 말 것을 주문했다. 1주일 동안 먹지 않았다. 수술 하루 전 검사에서 다른 항혈전 약인 클로피도그렐(Clopidogrel)을 복용하는 사실이 드러났다. 지혈이 안 될 것을 우려하여 수술을 취소했다. 두 개의 약을 끊다가 6일 후 수술했고, 그 후, 4일간 먹지 않았다. 병원 측이 환자의 경과를 관찰했지만, 수술 후 4일째 급성 심근경색으로 사망했다. 숨지기 전까지 아스피린(Aspirin)은 11일, 클로피도그렐(Clopidogrel)은 18일 복용을 중단했다.
병원 측은 의료기관인증평가원의 환자 안전 보고 학습시스템(KOPS)에 사고를 보고했다. 평가원은 필요 이상 오래 항혈전 약을 중단하면서 발생한 사고라고 보고, 전국 의료기관에 '안전 주의 경보'를 발령했다. 출혈을 막기 위해 항혈전 약을 중단했지만, 너무 오래 중단하여 혈관이 막혀 숨진 것으로 판단했다. 평가원 측은 "뇌경색. 심근경색 등 심각한 위해가 발생할 수 있으니 출혈 위험과 혈관 질환 발생 위험을 함께 고려해 항혈전약 중단과 재개에 신중해야 한다" 라고 권고했다. 환자 안전법에는 200병상 이상 병원에서 투약으로 인해 한 달 이상의 의식 불명 같은 중대한 안전사고가 생기면, 즉각 보고하게 돼 있다.
투약 관련 사고가 급증하고 있다. 2020년에 보고한 투약 관련 사고가 4,325건으로 전체 환자 안전 사고의 31%를 차지했다. 낙상 다음으로 많다. 투약 관련 사고 발생자 중 2명이 숨졌다. 3명에게 영구적 손상 또는 부작용을, 722명에게 장기적인 손상 또는 부작용이 생겼다. 투약 사고 보고는 2017년 1,075건에서 2020년 4,325건으로 4배로 늘었다. 구홍모 중앙환자안전센터장은 "환자 안전 사고 보고는 처벌이 목적이 아니라 이런 사고를 공유해 재발하지 않도록 교육하는 것이 목적이어서 보고 사례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입원하는 과정에서 약물 오류를 잡아내는 경우도 적지 않다. 환자가 이 병원 저 병원에서 처방받은 약을 점검하면서 잡아낸다. 서울대병원 약제부 백진희 팀장은 10일 '인간 중심의 약사의 역할 모색' 포럼에서 약물 상담 서비스 결과를 공개했다. 2019년 10월-2020년 07월 서울대병원 4개 병동 입원 환자 4,017명의 평소 복용약을 점검하여 1,061명에서 문제를 발견했다.
어떤 환자는 감기약, 알레르기 비염 치료제 등으로 세 가지 항히스타민제를 복용하고 있었다. 이 때문에 환자는 "입이 자주 마르고, 어리럼증이 있다"고 상담 약사에게 호소했다. 의사와 협조해 두 개의 약을 중단했고, 이 중 한 개는 비염이 악화할 때 복용할 것을 권고했다. 병원 측은 퇴원하는 환자에게 "종합 감기약을 먹을 때, 중복하지 않아야 한다"고 주의를 줬했다. 항히스타민제는 피부 질환, 알레르기 비염 등에 쓰는데, 어지럼등 등 부작용이 있어 낙상을 야기한다. 퇴원 환자의 약에도 문제를 발견했다. 이미 복합제 성분을 함유한 고혈압 약을 복용하는 환자에게 고혈압 약이 추가로 처방된 것을 발견했고, 의사와 상의해 추가 처방약을 취소했다. 환자에게도 이런 사실을 알렸다. 또 약의 복용 횟수가 잘못된 점을 발견해 바로잡았다.
입원할 때, 대부분의 병원은 환자에게 "현재 복용 중인 약의 처방전이나 약 봉투를 갖고 와라. 없으면 약을 갖고 와라"고 요청한다. 간호사가 입원 환자의 복용 약을 파악한다. 처방전이나 약 봉투가 없을 때, 문제가 발생한다. 약을 보고 어떤 약인지 파악한다. 그런데, 눈으로 봐서 구분하기 어려운 약이 적지 않다. 서울대병원 조윤숙 약제부장은 "병원 약사의 인력 배치 기준이 원내 조제 매수 위주로 설정돼 있다. 의료의 변화에 따라 병원 약사에게 중환자. 이식환자. 암 환자. 약물 검토 등의 새로운 일이 많이 늘어서 입원 환자 약 식별 요청을 다 소화하기 버겁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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