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론만 있던 탄소 분자 첫 합성 성공
유럽 연구팀이 탄소 원자 18개만을 이용해 완벽한 고리 형태의 분자를 합성하는 데 처음으로 성공했다. 탄소가 자신들끼리 손을 맞잡은 원형 구조이다. 수십 년 전 이론으로 예측됐던 물질이 실험으로 합성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반도체와 비슷한 독특한 특성을 지녀 전자 공학에 활용할 새로운 소재가 될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카타리나 카이저 스위스 취리히 IBM 연구소 연구원팀은 18개의 탄소 원자를 삼중 결합과 단일 결합을 번갈아 반복하는 방식으로 연결해 완벽한 고리 형태를 이루도록 합성해 ‘사이언스’ 2019년 08월 16일자에 발표했다.
탄소만으로 고리 모양 구조를 만드는 것은 화학자들의 오랜 꿈이었다. 자연계에서 탄소는 세 개의 이웃 탄소와 결합하거나 두 개의 이웃 탄소와 결합할 수 있다. 탄소 원자가 피라미드 형태의 구조를 이루며, 서로 결합한 다이아몬드의 경우, 하나의 탄소가 세 개의 탄소와 결합해 있다. 탄소 나노 튜브나 그래핀 등은 6개의 탄소가 육각형을 이룬 구조가 반복되는데, 탄소 하나가 두 개의 이웃 탄소와 결합해 있다.
하지만, 마치 손에 손을 맞잡듯 탄소 하나가 다른 하나와 맞결합한 형태는 좀처럼 만들기 어려웠다. 이중 결합과 단일 결합을 반복하며, 탄소 원자 6개가 안정적인 고리 모양을 이루는 벤젠이 있지만, 이 경우 탄소마다 수소 원자가 하나씩 결합해 순수한 탄소 물질은 아니었다.
이론 화학자들은 삼중 결합과 단일 결합이 반복되거나, 모든 결합을 이중 결합으로 대체하면, 하나의 탄소 원자가 이웃한 탄소 원자 딱 하나와만 결합하는 순수한 탄소 신물질을 만들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이를 실제로 합성하고자 실험 화학자들이 도전했지만, 그래핀이나 다이아몬드 등과 달리 불안정해 쉽게 만들 수 없었다.
카이저 연구원팀은 염화나트륨과 구리를 이용한 두 겹의 원자층을 영하 약 268도의 극저온으로 낮춘 뒤, 여기에 탄소 24개와 산소 6개로 이뤄진 분자를 도입했다. 이 물질은 삼각형 형태를 이루는 분자인데, 연구팀은 여기에서 원자힘 현미경으로 전류를 가해 일산화탄소 분자를 여러 차례에 걸쳐 제거하는 방법으로 16개의 탄소만으로 이뤄진 완벽한 고리 모양의 분자를 합성하는 데 성공했다.
연구팀은 “이번에 합성한 탄소 18개의 고리 분자가 탄소가 안정적으로 존재할 수 있는 가장 작은 크기의 고리 모양 분자”라며 “고해상도 원자힘 현미경을 이용해 확인한 결과, 모든 탄소가 삼중 결합과 공유 결합을 번갈아 가며 서로 결합해 고리 형태를 이뤘다”고 밝혔다. 이중 결합만으로 이뤄진 고리가 아니었던 것이다. 또 연구팀은 이 분자가 반응성이 뛰어나 탄소 또는 산소로 이뤄진 다른 물질과 반응해 새로운 구조의 분자를 만드는 능력이 뛰어나다는 사실을 밝혔다. 곁가지 없이 길게 이어진 탄소 구조가 반도체 특성을 나타낸다는 점도 확인했다.
연구팀은 이런 특성을 바탕으로 이 물질이 신물질을 합성하는 데 활용될 것으로 기대했다. 또 분자 크기에서 작동하는 초미세 트랜지스터를 개발하는 등 미래 전자 소재로 응용될 가능성도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이렇게 탄소가 하나씩 손을 맞잡는 구조의 분자가 존재할 수 있다고 이론으로 예측했던 로널드 호프먼 미국 코넬대 화학과 교수는 ‘네이처’와의 인터뷰에서 “뛰어난 성과”라면서도 “소금에서 떨어졌을 때에도 분자가 안정적으로 존재할 수 있는지, 좀 더 효율적인 합성이 가능한지 등을 추가로 연구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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